ENFP 아내와 ISTJ 남편이 사는 얘기

대단하지 않아도, 멈추지 않았다.

by namddang

2025년 마지막으로 브런치에 올리는 글이다.

돌이켜보면 2024년 10월부터 매주 정기적으로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솔직히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다른 일도 충분히 바쁜데, 괜히 스스로 일을 하나 더 만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어느새 2025년 끝자락까지 왔다.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써왔다는 사실이, 지금은 꽤 그럴듯한 성취로 느껴진다.


올해 여름휴가 때 시작한 '기술 한입'도 그렇게 이어졌다.

우선 블로그에 올리고, 조금 더 다듬어 브런치에 다시 올린다. 블로그에는 '매일의 기록'도 따로 올리고 있다. 단 한 문장이라도 괜찮다. 일단 올리고 본다. 이게 생각보다 중요한 것 같다. 그렇게 글쓰기를 루틴으로 만들어 보려고 한다.


글쓰기와 달리기는 참 닮았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는 3km도 벅찼다. 지금은 하프마라톤을 달린다. 물론 여전히 어렵고 힘들다. 그래도 달린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한 문장을 쓰는 것조차 버거웠고, 지금도 여전히 쉽지 않다. 다만 분명한 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있다. 느리지만 읽고, 또 읽고, 쓰고, 또 쓰는 수밖에 없다.


올해를 정리하며, 나의 기록 가운데 기억에 남는 열 가지를 골라 보았다.

당연하지만, 이야기의 시작과 끝에는 언제나 홍양이 있다.


첫째, 하프마라톤 두 번 완주.

4월, 경주 벚꽃 마라톤에서 홍양과 처음으로 하프를 완주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꾸준히 달린 덕분이었다. 10월에는 울산 마라톤에서 두 번째 하프를 함께 달렸다. 꾸준함이 결국 답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배웠다.

12월, 나는 코피 사건으로 한 달 가까이 운동을 쉬고 있고, 홍양은 여전히 새벽마다 꾸준히 10km를 달리고 있다.

우리는 함께 내년 3월 하프마라톤을 신청해 두었다. 이제 서서히 페이스를 올려 보려고 한다. 적어도 홍양하고 나란히 달릴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둘째, 추석 연휴의 미국 가족 여행.

유난히 길었던 추석 연휴에, 딸이 있는 미국으로 가자고 갑작스럽게 결정했다. 비록 지출은 컸지만, 우리 가족의 추억은 그보다 훨씬 컸다. 해변 5km 마라톤, 매일의 조깅과 산책, 딸을 위해 만든 밑반찬, 그리고 헤어질 때의 먹먹함. 지난 주에 딸은 다시 한국에 휴가 겸 출장을 왔다. 공항에서 서로 반가움에 기뻤지만, 한 달 뒤에는 또다시 배웅해야 한다.

우리 가족은 주말부부이고, 아이들은 각자의 삶으로 떨어져 산다. 기다림 끝에 만나는 가족의 시간은 늘 짧다. 그래서 더 편안하게, 더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


셋째, 제주 여름휴가.

올해 휴가의 키워드는 힐링과 운동이었다. 제주에서 매일 걷고, 운동하고, 글을 썼다. '기술 한입'은 이때 시작했다.

김녕해수욕장과 사려니 숲길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한라산 백록담은 아직 보지 못했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데, 아직 덕이 부족한 모양이다. 그래도 언제 가는 보여줄 거라 믿는다. 은퇴 후 제주에서 일 년 살기를 해보자는 다짐도 이때 생겼다. 일단 계획을 세웠으니, 실천이 남았다.


넷째, 악뮤 콘서트.

2020년에 울산 공연을 예매했다가, 팬데믹으로 취소되었다. 올해 드디어 악뮤 콘서트를 다녀왔다.

'그 노래, 그 느낌'을 기대했지만, 무대는 '오늘의 사운드'로 편곡되었다.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래도 변하는 음악 트렌드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또 가고 싶다.


다섯째, 갓바위 기도.

나는 뼛속까지 이과이고, 엔지니어다.

새해 해돋이나 추석/정월 보름달을 보면서 비는 소원을 믿지 않는다.

해는 지구의 자전으로 인해 뜨고 지는 걸 반복할 뿐이고, 달은 공전으로 인해 보름달이 한 달에 한번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갓바위에서 108배를 한 뒤, 아들과 딸의 취업, 딸의 취업비자 당첨이 되었다. 세상에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일도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여섯째, 탈모약 복용.

4월까지 나는 중년의 준대머리였다. 5월에 지인 소개를 받고 부산의 탈모 병원에서 1년 치 탈모약을 처방받았고, 현재 8개월째 꾸준히 복용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말한다. 아직 부작용도 없다. 아마도 계속 복용하게 될 것 같다.

나이 들어도 관리가 필요하다. 이건 선택이 아니라 현실이다.


일곱째, 삼겹살 부부와의 여행.

삼겹살 부부와 그간 군산, 대전, 안동, 영주, 익산, 포항, 강릉, 전주 여행을 하였고, 올해는 문경/상주와 진주를 다녀왔다.

매년 두 번 정도 함께 여행을 한다. 여행을 거듭할수록 지역의 문화와 자연이 더 잘 보인다.

그리고 브런치에 기록을 함으로써 훗날 더욱 생생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 우리나라도 아직 갈 곳이 참 많다.

내년 여행지는 아직 미정이지만, 기대가 된다. 다만, 튼튼한 다리를 잘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여덟째, 과학 재능 기부.

올해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과학을 가르쳤다. 공부는 개념 파악이 전부라는 신념으로 접근했고,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2026학년도 수능 출제 기준 공식 브리핑의 결론은 국어와 영어는 지문 이해력, 수학은 개념과 원리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를 관통하는 핵심은 '문해력'이다.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힘. 독서와 글쓰기를 꾸준히 해야 갖출 수 있는 능력이다.

학원에서 오래 공부한다고 해서 얻어질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평소 책을 많이 읽고, 글쓰기를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매우 강조했지만, 실천하는 학생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어릴 때 그랬으니까.


아홉째, LG 트윈스 통합 우승.

올해 프로야구는 LG 트윈스의 해였다.

한국시리즈 4차전 9회 초에서 극적인 역전승은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야구를 보며 감독의 리더십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염경엽 감독의 책 '결국 너의 시간은 온다'를 읽고 있다. 선수 시절과 감독 시절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하는 점이 흥미롭다. 그분의 리더십 철학이 궁금했고, 배우고 싶다.

특히 아들과 함께 여러 번 직관을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 참 좋았다. 내년에도 그 시간을 자주 갖고 싶다.


열째,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내 글.

지난 11월에 올린 '손 잡고 함께 걷는다는 건'이다.

길에서 손잡고 걷는 노부부를 보면, 나도 모르게 한 번 더 눈길이 간다.

나와 홍양도 서로의 속도에 맞춰 손잡고 오래 걷고 싶다.

서로의 건강을 챙겨주고, 자기 몸을 잘 돌는 것.

나는 그것이 평생에 가장 큰 사랑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2026년에도 나는 꾸준히 쓸 것이다.

올해처럼, 정기적으로 꾸준히 기록할 것이다.

대단하지 않지만 괜찮다. 꾸준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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