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FP 아내와 ISTJ 남편이 사는 얘기

가족 완전체는 늘 너무 짧다.

by namddang

크리스마스 무렵, 미국에 있는 딸이 휴가와 출장을 겸해 한 달 일정으로 한국에 왔었다. 공항에서 다시 마주한 얼굴은 참으로 반가웠다.

떨어져 지낸 시간이 길수록, 만남의 기쁨은 그만큼 커진다.

문제는 그렇게 기다리던 한 달이 생각보다 훨씬 빨리 지나갔다는 점이다.


어제 월요일, 딸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우리 가족은 주말부부이고, 딸은 미국에 있다.

아들은 나랑 같이 서울에서 회사를 다닌다.

가족이 모두 모여 있는 시간은 늘 짧다.

함께 밥을 먹고, 여행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지만, 헤어질 때가 되면 늘 아쉽다.


이번에 가장 자주 들은 이야기는 딸의 회사 생활이었다.

미국에서의 업무 스트레스에 대해 딸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일의 강도나 책임은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감내할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이 기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조금 짠했다.

부모의 마음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의외로 힘들다고 한 건 한국 지사에서의 시간이었다.

일이 아니라 사람 관계 때문이라고 했다.

말투 하나, 눈치 하나, 회의실의 공기 같은 것들이 은근히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일만 잘하면 충분했는데, 여기서는 그 외의 것들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나는 그저 문화 차이일 거라고 말하며 더 묻지 않았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경험이 더 중요하고, 오래 남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의 경험이 나중에 그 아이의 자산이 될 것이다.

​언제까지 먹이를 입에 넣어줄 수는 없다. 언젠가는 스스로 사냥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부모의 역할은 옆에서 지켜보는 것까지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나 자신에게 확인했다.

가족과 함께 강릉 여행을 다녀왔다.

​금요일, 딸은 서울의 한국 지사에서 오전 근무만 하고, 오후에 강릉으로 출발했다. 홍양은 울산에서 KTX를 타고 강릉에 왔다. 금요일 밤은 엄마와 딸이 강릉에서 오붓하게 보냈다.

​토요일에는 내가 회사 워크숍이 있었고, 아들은 친구 결혼식이 있었다. 그렇게 토요일 오후, 나와 아들은 KTX를 타고 강릉에 도착했다.

그날 밤, 비로소 가족이 모두 모였다. 요즘 표현으로 '가족 완전체'였다.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지만, 같은 공간에서 우리는 편안하고 행복하게 보냈다.


‘가족 완전체’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일요일 저녁, 어쩌다 아이들 어릴 적 사진을 다시 보게 되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휴대폰 화면 속에서 시간은 거꾸로 흐르기 시작했다.

지금보다 훨씬 작은 손, 어색한 포즈, 이유 없이 크게 웃던 얼굴들. 사진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이야기가 하나씩 따라 나왔다. 그때의 공기까지 함께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아마 먼 훗날, 이번 강릉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보며 또 이렇게 추억을 이야기할 것이다.

​각자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흐른다.

그런데 어렵게 모인 가족의 시간은 더 빠르게 지나간다.

늘 그렇듯, 이번에도 아쉬웠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지만, 우리는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고, 다른 세계를 가지고 있다.

나는 가족 관계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고 생각한다.

함부로 해도 되는 사이가 아니라는 뜻이다.

더욱이 우리는 잠시 모여 있고, 오랫동안 떨어져 있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이 짧은 시간들이 더 소중하다.


​다음 가족 완전체는 8월 초 여름휴가가 될 것이다.

그때까지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또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다시 모이면 어김없이 기쁘게 웃을 것이다.


추신) 나와 딸의 발은 너무 닮았다. 가족은 결국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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