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01. 아일라 여행의 시작, 나의 위스키 Life
2년간 일한 회사에서 퇴사했다. 특별한 계획은 없었지만, 해외여행은 가고 싶었고, 여행을 마음먹음과 동시에 행선지가 정해졌다. 바로, Islay Island. 제주도의 1/3 크기로 작은 섬이지만 위스키 애호가 사이에서 ‘위스키 성지’로 불리는 섬이다. 나 또한 위스키를 좋아하는 1인으로서 내 버킷리스트에는 'Islay에서 위스키 마시기'가 있다. 그러니 어쩌면 Islay 여행은 자연스러웠다.
나의 위스키 라이프...
술 한 방울 마시지 않는 가족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세상에 있는 다양한 술을 좋아하는 1인이다. 다양한 술 중 대학교 때 갔던 칵테일바에서 처음 위스키를 접한 계기로 위스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술이 됐다. 위스키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특히 나는 위스키 병을 꺼내고 작은 샷 잔에 위스키를 따른 뒤 혼자 조용히 마시기까지 준비하는 과정을 좋아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받은 선물과 해외여행 중에 사 온 신기한 물건들을 옷장 속에 보관했었다. 그래서 아버지 옷장은 나에게 판도라 박스 같은 존재였다. 옷장을 열면 방 공기와는 다른 건조한 공기가 얼굴에 닿았다. 살짝 무거운 공기를 머금고 있는 옷장에서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겹겹이 걸려있는 옷들 사이사이를 오직 손끝의 감각에만 의존하여 물건을 찾는 행동이 보물찾기 같았다.
이런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옷장은 내 위스키 창고가 됐다. 정말 다행인 것은 위스키는 실온에서 보관해도 괜찮고 직사광선을 쬐면 안 되니 사실 생각해 보면 옷장만큼 좋은 보관함이 없다. 그리고 술 한 병 없는 알 콩 청정 구역인 우리 집에서 위스키를 숨기기 가장 최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평소보다 힘든 날이면 어김없이 문을 닫고 옷장에 있는 위스키와 위스키 잔을 찾아 한 잔을 마신다. 위스키도 맛있지만, 옷장에서 위스키를 찾아 따르는 이 행동 자체가 나에게 어린 시절의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게 해 주고 힐링을 준다.
나의 위스키 라이프는 조용한 곳에서 혼자 느긋한 힐링 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