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남편의 사랑이 확인된 날.
모처럼 할머니, 할아버지와 연두네 가족은 외식했다. 아이와 외식을 나오면 누군가 한 명이 아이를 돌봐야 한다. 평소와 다름없이 돌아가면서 한 명씩 연두를 데리고 나가 있었다.
배려 덕에 먼저 배불리 먹은 나는 연두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밖에 나오니 식당 바로 앞에 앉아 아저씨들 셋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게 아닌가! 개념 없이 식당 앞에서 피다니, 하며 일단 자리를 옆으로 옮겼다.
도로변에 있는 식당이라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어쩌지 하는 찰나에 뒤를 돌아보니 마트가 하나 있었다. ‘오예!’ 마트로 얼른 들어갔다. 핸드폰을 두고 왔는데 괜찮으려나 했지만, 다시 되돌아가려니 더위가 무서워 곧 돌아가야지 하고 얼른 들어갔다. 연두와 평화롭게 마트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고양이 간식도 보고~ 쓰레받기 보며 “청소! 청소!” 도 했다. 핸드폰이 없으니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겠고 언제 가야 하나 생각 중이었다.
그때 갑자기 아버님이 다급하게 “이솔아! 가자!” 하시는 목소리가 들렸다.
걸어가며 얘기를 들어보니, 내가 나가자마자 남편이 자신이 연두를 보겠다고 따라나섰는데 그사이에 난 마트에 들어갔고, 계속 전화를 걸었지만 당연히 난 받지 못했다. (핸드폰이 가방 안에 있었다.) 남편은 순간적으로 걱정이 돼서 길을 따라 여기저기 찾아다니고 있었다. 어머님 아버님은 왜 이렇게 안 올까 해서 계산하고 나오니 아들이 얼굴이 시뻘게져서 찾고 있었다는 것이다. 놀라시는 게 당연한 일. ‘전직 경찰’이신 아버님의 추리력으로 아이를 데리고 들어갈 곳이 주변에 어딘가 보니 마트가 바로 보였고, 여기에 없으면 바로 신고해야지 싶었는데 내가 딱 보였다고 하셨다. 어머님은 식당 앞에 앉아 있던 남자들이 생각이 났다면서 덜컥 겁이 나셨다고 한다. 집에 돌아오는 차에서 나는 연신 죄송하다 하고, 아버님은 그래도 금방 찾아서 스릴있는 해프닝으로 마무리되어 다행이라 하셨다. 덕분에 웃지 못할 기억에 남을 또 하나의 날이 생겼다.
남편은 집에 와서 긴장이 조금 풀렸는지 투덜대며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고 했고, 나는 그런 남편이 너무 귀여워서 꼭 안아서 달래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