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역사 -5- 광고 마케팅의 등장
상인을 대신하는 브랜드의 허구가 지속적인 성공을 거두자, 기업은 상품이나 기업 명칭이 반드시 설립자나 생산자, 생산 지역의 이름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1880년에 조지 이스트먼이 단순히 ‘알파벳 K가 발음상 강렬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지은 이름인 Kodak의 등장은 기업의 이름이 더 이상 어떠한 사람이나 사물 등의 상징물에서 유래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교훈을 주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시기 이전까지의 브랜딩은 둘 중 하나에 해당했습니다. 하나는 기업과 제품의 명성이나 안정성을 강조하고 제품의 가치를 알리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제품의 효능을 극도로 과장하는 것이었죠. 과거의 브랜드에 있어 사람이나 원산지, 원료나 사용법 등의 이미지가 필요했던 것은 이러한 정보를 알리고 이미지를 만드는 데 있어서 이러한 요소들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굳이 사람이나 지역, 혹은 재료와 같은 원천적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보다, 일상 속에서의 긍정적이고 즐거운 이미지를 연상시킴으로서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숨겨진 욕망을 건드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러한 이미지와 상징의 직결에는 제임스 월터 톰슨(J. Walter Thompson)나 클로드 홉킨스(Claude C. Hopkins), 알버트 래스커(Albert Lasker), 데이비드 오길비(David Ogilvy), 레오 버넷(Leo Burnett)과 같은 광고 업계의 선구자들이 끼친 영향이 적지 않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광고는 이미 산업혁명으로 과잉 생산된 제품을 어떻게든 더 많은 사람에게 판매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했고, 신문에 광고를 만드는 번거로운 작업을 대신하는 사람들은 톰슨 이전 시기인 18세기에도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이윽고 등장한 광고계의 거장들은 단순히 광고 공간을 확보해 거기에 식자를 하고 문구를 작성하는 것 이상으로, 광고 자체를 기획하고, 상표와 브랜드의 이미지를 관리하는 일이 더 중요함을 일찍이 깨우쳤을 뿐만 아니라, 심리학적 접근이나 인구통계학에 기반한 시장조사 같은 개념들을 도입하는 데에도 앞장섰습니다.
제임스 월터 톰슨이 1901년에 쓴 'The Thompson Red/Blue Book on Advertising’은 광고에 대해 다음과 가이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왕(모두가 물건을 사도록 만들어주는 권위있는 보증자)은 미디어에 의해 부추겨진 여론이다. 광고 전문가의 예술은 그의 위엄을 당신의 종으로 만들고, 당신의 제품을 최고라고 선언하는 연설을 하게 할 수 있다. 그러면 그 말은 나라의 한 끝에서 다른 끝까지 퍼질 것이다. 광고의 예술적 디자인과 효과적인 문구는 왕의 화려한 옷과 장식품과 같지만, 깨진 종과 낡은 옷보다 더 비쌀 것이다. 그러나 이는 광고에서 필수적이며, 경쟁사보다 더 많은 관심을 끌기 위해 필수적이다. 비즈니스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이 단 한 가지뿐일지라도, 그 효과는 어떻게 말하는지, 주변 환경, 그리고 대중에게 어떻게 제시되는지에 달려 있다.
광고의 목적은 사람들이 이전에 인식하지 못했던 욕구를 깨닫게 하고, 그 욕구를 가장 잘 충족시킬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또 다른 저서 ‘상표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 Things to know about Trade-Marks (1911)에는 오늘날의 브랜드에 대한 인식과 거의 근접한 통찰 또한 담겨 있습니다.
널리 알려진 구별(recognized distinction)의 힘은 문학 뿐 아니라 비즈니스나 과학에서도 매우 큰 효과를 거두며, 인간 노력의 모든 분야에서 가장 귀중한 자산이다.
광고는 사람들의 신뢰를 자본화하며, 신뢰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 사물에 의해 가장 깊이 각인된다. 인간의 마음의 특성상 가장 깊은 인상은 추상적인 아이디어가 아닌 사물로부터 비롯된다. 따라서 성공적인 광고는 반드시 특정 이름(또는 상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야 하며, 이 상표는 고유하고 다른 것과 혼동되기 쉽지 않아야 한다. 또한 기억하기 쉬워야 하며, 광고된 제품을 명확히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이 만든 초기 광고를 통해 코닥은 편하게 찍어 받아볼 수 있는 사진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였고, 시원한 코카콜라는 겨울 난로의 따스한 이미지 속에서 친근함을 얻으며, 오렌지는 썬키스트라는 이름이 붙으며 한입 크게 베어 먹는 과일이 아닌 간편하게 마시는 달콤한 음료로의 인식 전환을 얻게 되기도 했습니다.
매체의 발전 또한 브랜드에 대한 인식과 그 디자인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앞선 브랜드가 가진 매체 접점은 대개 구술과 인쇄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초기에는 말로써 전해졌고, 시장에서 외쳐졌으며, 이에는 모두가 보는 책과 신문에 실리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나 이러한 접점이 실을 수 있는 정보와 이미지 양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 때까지의 브랜드는 이름과 품질에 대한 설명, 이를 홍보하는 이미지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적어도 라디오 광고까지는 그런 공식이 유지되었죠. 슬로건, 마스코트, 라디오 징글 등은 이 시기의 브랜드를 상징하는 것들이었고, 적어도 2000년대까지는 모든 브랜드가 이러한 것들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었으며, 오늘날에도 그 영향력은 일부 남아 있습니다.
영상의 활용은 새로운 브랜딩 메시지 전달 방식과 표현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물론 최초의 영상 광고는 1897년에 극장에서 시작되었지만, 1920년대에 TV가 발명되고, 전쟁을 전후해 보급됨에 따라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제품 구매를 요청하는 것 이상의 것을 할 수 있었습니다. 보다 삶에 가까운 이미지, 효능에 대한 눈으로 볼 수 있는 체감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그 자체로도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감성에 호소할 수도 있었습니다. 혹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이자 시대정신의 상징이 될 수도 있었죠. 1970년대 코카콜라는 평화(https://www.youtube.com/watch?v=1VM2eLhvsSM)으로, 1980년대 애플은 혁명(https://www.youtube.com/watch?v=2zfqw8nhUwA)였듯이 말입니다. 이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소개하자면, 1960년대 말 독일의 한 콜라 회사의, 당시의 유럽 사회를 휩쓴 68혁명만큼이나 충격적이고 혼란스러우며 자유로운 광고(https://www.youtube.com/watch?v=RW-_8okYW5I)입니다.
자연스럽게 기업들은 이 이미지를 관리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20세기 초반부터 프록터 앤 갬블, 제너럴 푸드, 유니레버 등 여러 선도적인 소비재 기업이 브랜드 관리, 즉 현재 우리가 마케팅이라고 부르는 개념을 개발했습니다. 기업에 의해 수립된 마케팅 전략에 따라 상표의 이미지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 브랜딩은 이제 단순히 상표를 붙이고 품질을 인증하는 것을 넘어 회사와 그가 파는 상품에 전략적 개성을 부여하고 브랜드에 인간적이며 시대적인 얼굴을 입히는 일로 확장되었고, 지속적으로 관리되어야 할 대상이 되었습니다. 해가 갈 수록 상징의 목표는 장인의 손길보다는 제품의 차별화된 요소와 그것이 떠올리는 어떠한 의미를 나타내는 것을 더 중시하기 시작했으며, 날이 갈 수록 시장에 소개되는 새로운 제품들 덕분에 브랜드는 품질 대신 새로움과 유일함, 그리고 사람들이 소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와 인식, 그리고 이미지를 과학적 관리, 행동주의 심리학 등에 기반한 마케팅 기법을 동원해 통제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통제의 프레임은 전후 경제의 팽창, 그리고 1960년대 이후 늘어날 대로 늘어난 광고에 일종의 리터러시가 생긴 사람들이 더 이상 광고의 메시지에 현혹되지 않고, 오히려 자유를 내세워 소비 문화에 저항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깨지게 되었습니다. 브랜드들은 앞선 코카콜라의 사례처럼 반문화에 직접 뛰어들거나, 일상 속에 녹아드는 방식을 택하거나, 아예 나이키의 ‘Just Do It' 강렬한 메시지를 통해 어떠한 문화의 상징물이 되고자 노력했죠. 이조차도 결국에는 그 메시지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을 낳았고, 오늘날까지도 마케팅의 통제와 높아져가는 소비자 리터러시 사이의 긴장감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ChatGPT의 도움을 (조금 많이) 받았습니다.
출처
Ruben Pater, <Caps Lock : How Capitalism Took Hold of Graphic Design and How to Escape from It> (Valiz, 2023).
Bastos, Wilson & Levy, Sidney. (2012). A history of the concept of branding: Practice and theory. Journal of Historical Research in Marketing. 4. 347-368. 10.1108/17557501211252934.
Moore, Karl & Reid, Susan. (2008). The Birth of Brand: 4000 Years of Branding History. Bus History. 4. 10.1080/00076790802106299.
Holt, D. B. (2002). Why Do Brands Cause Trouble? A Dialectical Theory of Consumer Culture and Branding.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29(1), 70–90. https://doi.org/10.1086/339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