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할리데이 not 워킹 할리데이
밤새 쏟아지던 비는 다행히 사그라 들었다.
간간히 내렸다 멈췄다를 반복했다.
아무도 우산을 쓰지 않는다.
딸링의 바람막이는 아주 유용했다.
이번 여행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딸링의 바람막이.
미니멀리스트인 나
그냥 입던거 입지?
왜 사냐고 구박을 했는데.
여행내내 바람막이는 나의 옷이 되고 말았다.
뉴질랜드의 여름날씨가 이렇게 추운줄 몰랐던 거지.
흐흐흐
여행이 시작된지 7일차
아직 오클랜드에서 3시간 정도의 거리밖을 못 떠나고 있다.
자 오늘은 떠나볼까~?
독일커플도 떠난다.
바이바이~~
홀팍의 재미있게 사시는 주인아저씨도 바이바이~~
3박4일 여기 너무 좋았어요~~
오늘의 목적지는 케리케리.
파이히아 옆에 있는 와이탕기 유적지는
딸링은 과감하게 패스.
대신 Count Down은 들려야지~^^
냉장고를 두둑히 하고 케리케리로 출발~
케리케리로 가는 길은 참 예뻤다.
간간히 흩날리는 가랑비도 너무 예뻤다.
가는 길에 와이너리도 나오고,
여러 과수원도 나오고,
유명한 화장품 회사 리빙 네이쳐, 초콜렛팩토리 등등이 나왔지만
딸링은 모두 패스!!
딸링의 여행은 "이동" 아님 "멈춤"이다.
"구경"은 없다.
내가 여기 좀 들렸다 가자 그러면 "응 갔다와~~난 여기서 기다릴께."
여행은 생각이나 취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다니는게 좋다.
아님 서로서로 희생하는 기분이 든다.
우리집에선 내가 희생한다.
딸링은 반대로 본인이 희생자라고 얘기하겠지^^;
왠만한 곳은 패스하고, 내가 우기고 우겨서 stone store로 갔다.
Stone store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건물로 기념품가게로 운영중이었다.
미니멀리스트이지만, 이쁜 물건 좋아하는 무네에겐
꼭 들려야 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랄라가 아프다며 가기 싫다는 거다.
할 수 없이 딸링이랑 룰루가 먼저 갔다오고 그 다음에 나 혼자 가기로 했다.
가랑비를 맞으며 나간 딸링과 룰루는 10분도 채안되어 돌아왔다.
"볼 거 없었어?"
"응...별 거 없던데...
딱 하나 사고 싶은게 있긴 했지만...
나무로 만든 배...어쩌구..저쩌구.."
"안돼!! 나 갔다올께~~"
그런데 아프다고 핑계대던 랄라가 따라 나온다.
그래서 같이 들어간 스톤스토어.
옛날 의상을 입은 점원이 반겨준다.
돌로 만든 건물내부에 건물만큼이나 오래 되보이는 옛날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다.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치렁치렁 옛날 스타일의 드레스를 입은 점원이 조금 무서웠다.
공포영화 같은 으스스함이.
그런데 안쪽에 있는 또다른 공간으로 들어서는 순간~
우와~~내가 조아하는 빈티지 제품들이다.
너무나 다양하게, 너무나 예쁘게 진열되어 있었다.
빈티지 패브릭에, 인형, 장난감, 카드, 등등 너무 탐나는 소품들이 많다.
남자들이 10분도 못채운 이 곳이 나에겐 천국이라니!
랄라랑 나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구경하느라 시간가는줄 몰랐다.
"엄마~소민이랑 수연이 선물 사야돼.
아빠 생일선물도 살거야.
랄라는 뭘 사지?
엄마 이거 어떨까?
랄라는 이거 살래."
좀전까지 아픈척 하던 랄라 맞니?
"랄라~어떡하지?
이건 뉴질랜드 사람들한테만 파는 거래.
우리 랄라도 사고 싶었는데.
에구, 엄마도 아쉽네."
이런 거짓말로 랄라의 불타는 쇼핑욕구를 잠재웠다.
딸링이 봐 둔 나무로 만든 배 3척(ㅋㅋ 2달러 정도밖에 안함)과
생일선물로 딸링을 위한 앞치마를 샀다.
한국서 캠핑할 때, 설겆이 할 때마다 옷이 젖는다구 앞치마 사달라고 그렇게나 졸랐었는데.
마침 내 마음에 쏙 드는게 있어서 (누구 선물이지? ㅎㅎ) 거금을 들여 구입했다.
나를 위한 선물은?
없다.
이 가게 통째로 가져가고 싶었지만
참..았...다....흑
한참 구경을 하고 있는데, 딸링이랑 룰루가 가게안으로 들어왔다.
"왜 이리 안 오는거야??"
첫날 카운트다운 쇼핑 같은 일이 생긴 줄 알고 온건가??
"ㅋㅋ 쏘리쏘리...계산하구....."
케리케리 탑텐에 자리를 잡고
유모차에 아이들을 태우고 동네산책을 나갔다.
그런데 가게들 거의 다 문을 닫았다.
오늘은 토요일.
우리나라에선 불타는 토욜이
여기선 불꺼진 토욜이었다.
인도인이 운영하는 구멍가게랑,
주인장이 한국인인듯한 스시가게랑
몇군데 카페만이 문을 열고 있었다.
불꺼진 2달러샵~~
구경가고 싶은데하며 아쉬운 눈으로만 쳐다 본다.
텅빈 동네 같다.
과수원이 많아 워킹할리데이하는 듯한 젊은 아이들이 많긴 했다.
그런데 아~맥도날드가 보이는구나.
딸링, 자기 생일 선물로 맥도날드 가잔다.
우리 부부는 식성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딸링의 식성은 딱 초딩의 식성이다.
햄버그, 피자, 떡뽁이, 콜라 등 정크푸드의 종결자이다.
그의 카드대금의 50퍼센트는 맥도날드에 바쳐진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건강식^^:
패스트가 아닌 슬로우푸드~
열번중 아홉번은 집밥을 먹고,
한번은 제대로 된 레스토랑에서 먹고 싶다.
특히 여행에서는 맥도날드가 아니라, 현지의 맛난 음식을 먹고 싶다.
랄라가 맥도날드에 있는 놀이터를 고집해서 할 수 없이 맥도날드로 들어갔다.
뉴질랜드 맥도날드.
솔직히~맛있긴 하지만, 윽 비싸다.
우리나라보다 비싸다.
이돈이면 괜찮은 레스토랑에서 먹는게 훨 낫겠구만.
룰루는 유모차에서 잠들고 랄라는 나랑 놀이터에서 놀구...
마오리족 아이들도 많이 있다.
맥도날드는 놀이터 덕에 돈버는군.
그런데 뚱뚱한 마오리 여성들의 패션이 나랑 같다.
헐랭이 티셔츠에 검정 레깅스.
맥도날드 햄버거 먹고 신난 딸링이 나를 마오리족이라 부른다.
산책을 마치고 홀팍으로 돌아왔다.
케리케리 탑텐은 무지무지 넓다.
앞에는 큰 강이 흐르고 있고, 시설도 아주 좋다.
앤틱 스타일의 바베큐장도 멋지다.
워킹할리데이 때문인지 케빈도 많이 있었는데 거의 꽉 있었다.
수확시즌인가보다.
우리는 키친 바로 앞에 자리를 잡았다.
저녁 할려고 왔다갔다하는데 앗~~한국말이 들린다.
한국인 남녀커플이다.
신혼부분가 했더니 워킹 할리데이로 왔다고 하네.
좋을 때다.
딸링이 부러웠는지 자기도 워킹할리데이 하고 싶다는데..
자갸~자긴 나이제한에 딱 걸려^^:
울 딸링, 20대에 제대로 된 배낭여행 한번도 해 본 적 없다.
미국에 6년을 있었면서, 그 아까운 시간을 그냥 어영부영 보내고 왔다니.
그래서 그의 생각은 보수적이고 국소적이고 개인적이다.
암튼 자기가 최곤줄 안다.
넓은 세상 돌아다니며 배우고 느껴 보라고
작년에 태국에 배낭여행을 보내줬는데 (이런 마누라가 있을까요)
갔다와서는 방콕 더럽더라...똥냄새 짱이야~~다시는 안가...그러는 사람이다.
워킹 할리데이 꿈은 깨쇼.
그런데 20대의 스패니쉬와 프렌치 아그들.
새벽 두세시까지 떠들어대는 통에 잠을 설쳤다.
에이 자식들!!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그냥....참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