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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십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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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네 Dec 24. 2021

오십일기 38

김장 할 줄 몰라요







배추양념을 버무리시면서
어머님께서 말씀 하셨다.

"올해가 마지막 김장이다.
내년부터는 김장 안한다."


"정말요~어머님?
진짜로 약속 지키셔야해요.
어차피 김치 많이 먹지도 않고,
먹고 싶을때 마트에 가면 언제든 구할 수 있잖아요.
어머님표 김치만큼 맛있진 않지만,
이제 건강도 생각하셔야 하니 하지 마세요."





연세 80을 바라보시는 어머님
결혼 후 한해도 그르지 않고 매년 겨울이면 김장을 해 오신 어머님

일박이일은 허리 필 틈없이
 어마어마한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김장을
엄한 시할머님 아래서 몇십년간.
그리고 김장의 김자도 모르는 나, 즉 며느리
그리고 나의 형님과 함께
십여년을 해오신 어머님.

정말 존경하고픈 우리의 에너자이저 어머님

매년 강원도 배추를 새벽부터 사오셔서
밤새 소금에 절이고 씻고, 양념 거의 완성해두시면
며느리와 딸은 와서 버무리면 끝~!
그것도 힘들어 했던 우리들이다.




어머님도 연세가 드시니 재작년에는 딸과 며느리의 설득에
절인 배추를 구입해서 담으셨다.
그런데 재작년 절인배추는 숨이 너무 죽었다.
작년 절인배추는 크기가 너무 작다...하시더니
 올해는 강원도 통배추를 구입해 오셨다. ㅎㅎㅎㅎ

무릎 관절 수술로 몸도 많이 불편하신데
 왜이리 고생을 사서 하시나요ㅠ

그래서 무 채썰기 등 양념 준비를
하루 전날 와서 형님이랑 같이 했다.
야채 예쁘게 채썰기에 자신있는 나.
큼지막한 무 들고 도마앞에 앉았는데, 무 한두개가 아니다.
처음에 일정한 크기로 예쁘게 채썰다
나중엔 그냥 깍뚝깍뚝 썰기다.
채칼로 할것을 ㅠ
손목이 나간듯하다.
손가락 관절은 욱신욱신하고ㅠ

양념소로 들어가는 것이 무뿐인가.
보드라운 내살결을 찔러대는 갓도 넣어야지.
대량의 마늘은 눈물 흘려가며 빻아야지.
생강은 왜이리도 오글오글한지? 껍질 벗기기가 힘들다.
꼬리꼬리 황석어젖도 다듬어야지.
자꾸 주워먹게 되는 싱싱한 굴도 넣어야지.

이 막노동을 어찌 여자들만 감수해야하는지??
 그동안 이 힘든 일들을 어머님 혼자서 다하신 거였다.

올해가 마지막 김장이라 하셨지만,
사실 내년도 알 수 없다.




만약 내가 김장을 해야한다면
온가족이 함께 하는 행사로 만들겠다.

배추 절이고 씻는건 튼튼한 남편.
(아냐. 절인 배추로 사자.)
무 채썰기는 손목 두꺼운 아들래미
(남편도 같이 무 썰어~썰어~)
다른 김치소 준비는 딸래미
난 이 모든 걸 총괄하는 책임자
(뭔가 덜 움직이고 입으로만 지시 ㅎㅎ
아냐~책임자잖아.
어쩜 더 바쁠수도 있어^^:;)

준비한 재료를 모아
다함께 둥글게 모여앉아 하하호호 웃으며 배추 속 채우기.

배추도 많이 사지 않을거다.
10포기....너무 많은가?
오케이~5포기로 결정!!

웃음꽃 활짝 피는 즐거운 김장을 해봐야겠다.





사실 이건 꿈같은 김장 이야기고~
처음으로 김장의 풀코스를 경험한 나는
어머님께 말씀 드렸다.




"어머님 전 김장 안할거예요.
새벽배송으로 시켜 먹을래요."












며느리는 무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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