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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십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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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네 Nov 19. 2022

오십일기 65

내 일을 하는 즐거움과 괴로움이 동시다발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왔다.

몇달간 조용히 브런치에 글을 쓸 시간도 없었고

진짜 브런치를 먹을 여유도 없었다.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을까 하는 후회도 밀려오고

아냐~~잘 했어~이제 시작이야~

나의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가는거야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첫 발을 내딛은거야~

잘 했어~!!!






결혼전 나는 진짜 잘 나가던 CM 콘티작가였다.

하지만 쌍둥이를 낳고 가사일을 하면서 일은 점점 줄어 들고

작가님에서 그냥 쌍둥이 엄마가 되었다.


그러다가 아이들을 자연속에서 뛰어놀게 해 보겠다고 제주도 이주를 하고

제주도에서 조그만 잡화점을 운영하며 캐리커쳐도 그리고 원데이클래스도 하며

너무 너무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4년전 겨울 갑자기 뇌출혈이 생겨 버렸다.


정말 정말 행복하던 그 시기에.....






우리 가족들은 다시 육지로 올라 오고

남편은 원래 일하던 광고 세계로 돌아가 바쁜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매일 매일 잡화점 문을 열고

재미난 시간을 보내던 나는 방구석 주부가 되어 버렸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이 예전 동료PD를 만났는데

나의 일상을 묻더란다.


"언니처럼 그림을 잘 그리면 난 뭐든지 할 것 같아요.

너무 아까운 재능이잖아요."



그 말에 징~~~한 충격을 받은 나



그래서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무슨 그림이냐면?



바로 달력도 아니고 일력

2023년 일력을 그렸다.



삼개월간 책상에 앉아서 그리고 고치고 그리고 그리고~~

뜨아~~육체노동만큼이나 힘들고 힘든 일이었다.

물론 육체도 힘들었다.

궁뎅이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목도 아파고

팔도 쑤시고~다리도 저리고~


하지만 더 힘든건 새로운 그림과 문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였다.


혼자서 머리를 쥐어짜고 짜고 만들어 내면

중딩 쌍둥이들은 너무 올드~~하다고 뭐라 그러고

남편은 내가 너무 주관적인 감성에 빠져 있다 그러고...저러고.....


내 일력의 타겟들도 아닌 사람들이 너무 참견이 많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열심히 그렸다.


2023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난 벌써 2023년을 다 살아버린 기분이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그림을 완성하고 인쇄소에 맡기는 순간

고생 끝~!!!

이라고 생각했다.








스마트스토어에도 올리고 여러 온라인 마켓들에 올렸다.

포장할 택배상자와 하얀 봉투.

하얀 봉투위에 찍을 귀여운 고무도장까지 팠다.


이제 판매 준비 완료~!!!



그러나

파리만

윙윙~



올리자마자 주문이 막~들어올 줄 알았다.


아ㅜㅜㅜ


아직 11월이라 일력 주문을 안하나?

일력보다 달력을 선호하나?







온라인 주문만 기다릴수 없어서

독립서점들과 작은 소품샵들에 메일을 보냈다.


이거 위탁판매 좀 해 주세요~

미리 사입하면 40%할인해 드릴게요. 등등


일력 팔아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이미 삼천리로 빠졌다.


본전이라도 건지자는 생각만 남았다ㅠㅠㅠ







집에 가득히 쌓여있는 2023년 일력


남편은 인생공부했다고 생각하란다.

수백만원짜리 공부ㅠ


 화 안내고 (잔소리는 엄청 했지만)

지켜봐준 남편에게 고맙고 미안하다ㅜ

일력 만드느라 애들이랑 시간도 많이 못가져서 미안하고...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몸은 바쁘다.


여기저기 입고메일들을 보낸다.

전국팔도에 있는 모든 소품샵과 독립서점들에게 보내야 한다.


제발 좀 사 주세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님들께도 부탁합니다~


2023년 일력 준비하세요.

매일 매일 일력을 찢는 순간

행복이 찾아올거예요.


제발요~~~



https://www.instagram.com/kikiki032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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