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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네 Feb 28. 2021

뉴질랜드 북섬 캠핑카 한달 여행기

그립네 뉴질랜드 마트 COUNT DOWN



자 이제 정보도 두둑히 챙겼고, 

캠핑카도 인수했으니 떠나볼까? 


 아이들은 뒷자리 어린이용 카시트에 앉히고 

딸링은 "오른쪽" 운전석, 난 "왼쪽" 조수석에 올라 탔다.


 시야가 왠지 높다. 너무 높다...

한번도 타 본적은 없지만^^; 대형 트럭에 앉은 느낌...

내 몸이 공중에 떠있는듯한 기분에 살짝 불안했다.

안전벨트를 한번 더 확인하고 딸링을 보았다.

아..근데 딸링의 표정엔 나보다 더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그는 나즈막하게 keep left keep left를 중얼댄다.



조심스레 시동을 건다.

부릉부릉

네비는 어떻게 하는거지?

이렇게 하는건가? 저렇게 하는건가?

 네비에 우리가 들릴 마트, COUNT DOWN을 입력한다.

오~ 됐다.

그럼 출발~~!!


다행히 군대에서 트럭을 몰아본 딸링인지라

큰 캠핑카를 잘 몬다.

일단 직진은 ㅎㅎ

좌우가 반대인 차선에 들어선지

 5분도 안되어 길을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간도 크지)

 불법유턴을 했다.

손에 땀을 쥐어가며~ keep left keep left를 외쳐가며~

어찌어찌해서 공항에서 10분도 안되는 거리에 있는 카운트다운에 도착.

딸링에게도 나에게도 길고 긴 시간의 운전이었다.



그새 둥이들은 잠 들어버렸네.

비행기안에서는 그렇게 안자고 날 괴롭히더니...

아이들만 두고 갈수 없어서 나혼자 장을 보기로 했다. 

그사이 딸링은 못다한 짐정리 마저하구...

대충 오늘 내일 먹을만큼의 식량만 사기로 약속하고 난 마트로 고고~~!! 





외국에서의 마트여행^^은 내가 좋아하는 일중의 하나

왜이리 신나는겨??!!

좀전의 긴장감은 사라지고 기분이가 업업~춤을 춘다.


먼저 카트를 찾았다. 카트가 아니라 뉴질랜드에선 트롤리지^^

트롤리를 밀고 신나게 들어선 카운트다운~~

아~~너무너무너무너무 조오타^^^^^^










알록달록 예쁘게 진열된 채소랑 과일~~하나하나에 눈인사하고~~

참 이러면 안되지.

천천히 구경하고 싶지만 이틀간 먹을것만 얼른 사고 가야지.

식구들이 기다리잖아.

우선 한국사람은 밥먹어야지. 쌀 먼저 쌀!쌀!!! 

어딨나~~쌀~~?

아 종류가 많다.

 울나라 쌀밥의 맛을 원한다면 medium grain을 사야된댔지~

오늘은 이걸루 하고 담엔 long grain 먹어봐야지~~

일단 젤 싼 가격을 집어든다.


다음은  캠핑에 빠질수 없는 꼬기꼬기~~

스테이크용으로 모가 조을지 몰라..sirloin steak를 골랐다.

돼지고기 코너 지나 양고기~뉴질랜드 왔으니 양고기 함 먹어봐?

베트남서 부화직전의 계란(계란이라기엔 병아리의 완벽한 몸체에 가까운)이며

 닭머리튀김도 먹어봤고, 

캄보디아에서 새꼬치구이도 맛나게 먹어본 내가

유일하게 못먹는 음식이 있으니 바로 양고기다. 

양고기의 꼬리꼬리한 냄새는 정말 참을수가 없다.

그래도 혹시나하는 마음에 양고기 소시지를 골라 담았다.


애들을 위해 1+1 치즈 사고 다음엔 우유 코너..

아 근데 엄청난 종류의 우유가 늘어서 있다. 

여행중 입맛에 맞지 않는 우유를 잘못 사본적이 많은 나로서는 

우유 고르기가 어렵다.

울나라 입맛엔 가장 잘 맞다고 한 standard로 골랐다.

아..종류도 많고 가격도 따져보고 하니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트롤리를 밀며 바삐 돌아다니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모야!!!딸링이잖아...

국제전화요금이 얼만데...이사람이!!

하여간 경제관념 제로라니까!!!

문자도 와 있었네..언제 오냐구?

알았어 알았어 금방 갈께..

난 문자를 씹고 보던 장 마저 보고 계산대 앞에 섰다.


점원이 모라모라하는데 정말 못알아듣겠다. 

미쿡영어도 못알아 듣는데, 뉴질랜드 영어라고 알아 들을까???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무네인건 안비밀^^;)

모 대충 크레딧카드, 원카드 어쩌구 하는거 같아서 카드를 내밀었다.

그랬더니 카드결재 기계를 내밀더니 나보고 하랜다.

약간 당황했지만 티내지 않고^^ 매일 장보러 오던 사람처럼

 기기에 카드 밀어넣고 pin넘버(비밀번호)를 눌렀다.

사인 그런거 필요없다..

내 카드 점원이 들고 가는 일도 절대 없다.

울나라에선 주유소 같은 경우 점원이 카드 들고 저 멀리 가서 계산하고 오면

불안하고 그랬었는데 여기선 그런 일이 없다.


원카드도 내밀고 할인까지 받았다.

게다가 공짜비닐에 물건들도 점원이 일일이 다 담아준다.

비닐은 왜이리 마니 쓰는지? 

고기는 고기끼리, 패트병은 패트병끼리, 냉장용은 냉장용끼리..

잘 분류해서 담아주는데 비닐이 아주 약하다..

잘 찢어진다...재생비닐인듯...

아님 에코프렌드인 뉴질랜드에서 이렇게 비닐을 많이 쓸리가 없다.

신혼여행으로 왔을 땐 마트에서 비닐백 값을 받았었는데...

우리나라랑 꺼꾸로 가고 있네^^;



혼자서도 장을 잘봤다는 생각에 뿌듯하게 트롤리를 밀고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저멀리 우리 캠핑카 앞에 딸링이 담배를 피며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서 있다.


왠지...

그냥...


무섭다......



" 왜 이제 온거야???

 전화는 왜 안받어???

 얼마나 걱정한줄 알아????
사고라도 난줄 알았잖아!!!!

 애들은 더워서 깨서 울고 불고 엄마 찾다 이제 겨우 잠들었어!!!

무슨 장을 한시간반이나 보고와???!!!!! 

정신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여행첫날부터 이게 모야!!

어쩌구 어쩌구!!!!!"



"어..미안...

어.....한시간 반이나 지났어?

몰랐어......가격이랑..물건 종류가 넘 많아서...

전화요금...아끼느라....횡설...수설....안절..부절...변명.....등등"


내 얼굴에 눈을 부릅 꽂아둔채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삿대질을 해가며

담배를 뻑뻑 피워가며

뉴질랜드가 떠나가라 소리를 질러대는 딸링


너무너무너어무~~~무서웠다.




한참을 혼나고 쭈글이, 죄인이 되어 밴안에 들어왔더니 

애들은 뒷좌석 침대에 누워 있었다.

실내가 더워서인지 얼굴들은 벌겋게 익어있다ㅠ


냉장고에 식료품 넣고 

애들 다시 카시트에 앉혀서 출발 준비...하는데 

딸링 내손을 잡으며 왈 


" 큰소리쳐서 미안해...

화나서 그런게 아니라 진짜 걱정이 되서 그런거야"


나..."저기....자기야...미안한데.....

나 자기전화에 급해서 화장실 못가고 왔는데

잠시만 Count Down에 갔다와도 될까?"


" 모야??!!! 

안돼!!!

여기 화장실 써!!!"



오수처리 때문에 가급적이면 캠핑카 화장실 안쓰기로 했는데...ㅋㅋ


어쨌든 볼일^^ 보고 다시 출발~!!!

keep left keep left~~ 





우리의 첫 목적지는 오레와비치 탑텐~~

출산 후 처음으로 신생아인 아이들을 태우고 집으로 갈 때처럼,  

완전 경직된 자세로 한시간 반 가량을 운전한 딸링...

그 옆에서 더 조마조마한 나...

차체가 크니 내 옆으로 지나가는 차들이랑 부딪힐거 같아 완전 무서웠다.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경치는 눈에도 들어오지 않은 채 기는듯 달리다가

나는 그새 잠이 들었고^^ 겨우겨우 오레와비치 탑텐 무사히 도착...


캠핑장 office에 들어간 딸링 자리배정 받아 나왔구..

나무들 사이로 주차하느라 나는 뒤에서 "오라이 오라이"를 외쳐댄다.

 애들도 오라이오라이 외치고...아이고 쪽팔려..."올롸잇"으로 바꿀까? 

주차하고 전기 꽂고 하더니 딸링 뻗어버린다.





에고 에고 고생 많았어~~자기야~~

좀 쉬고 있어~ 토닥토닥

맛난 저녁 해줄께.


 한국의 주부는 바쁘다..

다행히 키친 가까이 주차를 해서 바리바리 저녁거리며 조리도구를 들고 키친을 들락날락거린다.

후라이팬 , 냄비. 칼, 도마,,,고기. 야채, 소금. 올리브유....쌀 등등

혼자 바쁘다...

근데 옆에 다른 캠핑족들 아주 여유로워 보인다..

어떤 이는 통감자에 버터 발라 오븐에 넣고는 책보며 기다리고 있고

어떤 이는 파스타에 통조림 소스 넣고 땡~

나는 밥하랴 고기 구우랴~ 야채 구우랴~~

둥이들도 들락날락~~엄마 언제 끝나? 

암튼 우린 키친에 앉아서 늦은 저녁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딸은 도쿄에서부터 감기기운이 있었는데, 

밤새 열이 펄펄나고 아들래미도 골골대기 시작하구...

나는 한국서부터 기침을 달고 있었구...

딸링은 건조한 뱅기에서부터 지쳤는지 감기기운이 슬슬~~

에고 이게 모야~

여행 첫날부터~~

언능 코 자고 내일부턴 신나게 여행 하자고~다짐을 하곤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딸링은 운전석 위 이층침대에서 자고 우리 세명은 뒷자리 침대서 자는데...



겨우겨우 잠이 들었지만 

건조함의 극치를 달리는 캠핑카에서의 첫날밤은 녹록치가 못했다.





https://www.instagram.com/kikiki032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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