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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기 Mar 16. 2017

안개 속에서

까미노 데 산티아고를 걸으며


길을 걷는다.      

갈리시아 지방으로 접어들수록 공기는 젖은 숨을 뱉는다.

대지는 그 숨으로 안개이불을 덮는다.


창이라곤 하나 없는 육중한 곡물창고

그 길에 황량함을 더한다.     


다시 걷는다.

여행 막바지로 접어들수록 안개는 불안의 시간을 적신다.

설레임은 막막함으로 무겁게 가라앉는다.


앞으로 내 여행은 어떻게 계속 될까?

상상의 포말이 된 안개는 거대한 괴물을 낳는다.

괴물은 축축한 몸뚱이로 초라한 여행자의 길 위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무엇을 상상하더라도 현실은 그 이상을 머금고 있다.

모든 일은 일어날 수 있다.

또 어떻게 어디로 흘러갈 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는 것만 알 뿐

그렇기에 그저 또 한 발 내딛어야 한다.


지금, 이 현실의 힘으로 괴물의 가랑이를 묵묵히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안개 너머 나의 길.

상상 너머 내 여행.

그 위를 다시 또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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