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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기 Apr 04. 2017

여행 소환 패션

아방거지한 옷차림

어느 동네 방랑자의 바지

이 바지는 여행 초반 방콕에서 250바트를 주고 샀다.


믿기 어렵겠지만 원래는 진한 청록색이었다.


빨래를 할 때 마다 정말 할 때 마다 물이 빠졌다.


연한 황토색이 되고 나서야 탈색을 멈추었다.


떨어지고 깁고 떨어지길 반복해서


각설이같지만


입으면 자유분방한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가벼워진다.


거지같아 보여도 남들 눈 아랑곳하지 않고 동네를 쏴다니면 기분이 좋았다.


아내는 이 옷을 입은 날 보면 아방가르드한 거지같다고 했다.


그렇게 입다가 이제는

너무 많이 떨어져서 집 밖에선 도무지 입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잠옷으로만 입었는데


얼마 전 빨래 건조대에 널려있는 녀석을 걷다가 이젠 버릴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버렸다.


안녕 아방거지바지야.

너의 가벼움에 난 즐거웠다. 아쉽지만 이제는


해질대로 해진 너와 헤어져야겠구나.


그래도 날 입었을 때의 자유로움은  두고두고 소환할 것이야.


그 여행같은 자유로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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