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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기 Mar 08. 2017

출근 없는 길 위에서

나의 방향으로 천천히

그 어느 순례길보다 번뇌 가득한 길

출근길

쏟아지는 잠

막히는 도로

부딪히는 사람들

지하철 출구로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면 흡사 언데드 영화의 한 장면

무한반복 출근길을 걷는 직장인이 죽지도 못하고 발을 끌고 가는 좀비 같다

영혼 없이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떠밀려 떠밀려 걷는다


모두가 출근할 때 퇴근할 때도 있었다

철야근무를 마치고 모두가 출근하는 길을 거슬러 집으로 온다

조금이라도 더 눈을 붙이려고 빨리 걷는다

아침은 피곤으로 덮여 사라진다


모두가 출근할 때

출근을 하지 않으니

아침이 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이야기가 있다

여행지에서 느지막이 일어나 오전 햇살 멍하니 보던

그 시간이 되살아난다


모두가 출근할 때

그 길을 거슬러 집으로 온다

버스정류장에 아내를 바래다주고 오는 길

동네를 거니는 산책이 있다

빨리 걸을 필요 없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걷는다

천천히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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