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회 00

by 키코

지금 나는 신촌의 버스 정류장에 있다. 이곳에 살지도 이곳에서 학교를 다니지도 않는다. 물론, 직장에 다니지도 않는다. 3월, 새 학기의 설렘으로 과잠을 입고 다니는 Y대학교 학생들, 간혹 보이는 S대학교 학생들. 이곳에서 또 나는 이방인이 된다.




· 이방인 1부에서는 뫼르소가 이해 가지 않던 독자들이 2부에서 변호하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고 하는 서평을 듣고 놀랐다. 난 2부의 뫼르소만큼이나 1부의 뫼르소의 모든 생각들에 공감했다.


· 생각의 나열이라 감정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했다. 생각은 감정이 될 수 없는 건가. 생각과 감정은 무슨 차이일까. 어려서부터 그것이 궁금했었다. 그의 생각들과 생각을 변호하는 생각들. 그를 이루는 건 곧 나를 이뤄왔던 부분이다. 지금 나는 존재를 부정당한 기분이다.


· 다시 신촌의 버스정류장이다. 3월이라지만 아직 날은 쌀쌀하고 밤공기는 춥다. 나는 차가운 손가락을 주머니에서 기어이 꺼내어 글을 쓰고 있다. 이방인이 된 기분. 그건 쓸쓸함일까? 외로움일까? 혹은 질투심? 돌아가지 못할 청춘에 대한 슬픔? 감정에 굳이 물음표를 치는 이유는 모호하기 때문이다. 난 그저 이방인이 된 것 같다고 느꼈을 뿐, 어떤 감정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누군가 처방 내리듯 너는 지금 이런 기분이냐고 밝히면 난 다시 그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할 것 같다.


· 감정의 포트폴리오는 생각일까. 그런 궁금증을 가져본다. 하지만 어떻게 분산되어 있는지는 본인도 잘 모른다. 어렴풋하게 느낄 뿐이다. 왜 생각은 감정으로 대체될 수 없는 걸까. 사람들이 수심 10m 가까이 내려가는 잠수부라면, 나는 이퀄라이징이 안 되어 조금만 깊이 들어가도 바로 물 밖으로 나오는, 그들의 세계로 말하자면 나약한, 다시 말하자면 연습이 덜 된 인간이다.


· 이 글은 세상에 연습이 덜 된 채로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다. 힘들지만 살아가는, 모두가 공감하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야기와는 다르다. 따지자면 사회 부적응자의 이야기에 가깝다. 나의 이야기는 딱 중학교 시절쯤부터 시작된다. 어린 시절부터 가슴이 꽉 막히고 답답한 감정을 종종 느꼈었다. 여러 병원에도 다녀봤지만 나에겐 아무런 병명이 붙여지지 않았다. 그 답답함이 성인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계속됐다. 나는 내 속에 다른 차원을 노닐던 영혼이 갇혀 있다고 느낀다. 나와 같은, 혹은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공감이 되었으면 좋겠다.


· 글은 산발적이고, 주제가 글을 요리조리 뛰놀고, 온갖 비유들도 많을 것 같다. 그냥 내가 솔직하고 싶어서, 그러면 숨이 막혀 쓰러질 것만 같아서 쓰는 글이다. 내가 연재 일에 맞춰 꼬박꼬박 글을 낼 수 있길 바란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