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고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니다.

by 오한길



결벽증은 아니지만 지저분한 구도를 싫어하는 성격에 길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대청소를 하는 편이다. 세면대의 얼룩, 가스레인지의 찌든 때, 화장실 타일 등 보통 할 수 있는 웬만한 청소는 거의 다 하는 편인데, 마침 청소를 하는 도중 선반 꼭대기에서 이사를 와서 구매했던 음료용 유리잔 하나를 발견했다. 어쩌다 이렇게 먼지가 수북이도 쌓인 건지, 야속히도 유리잔을 쳐다보며 허탈감과 대상 없는 배신감을 직격으로 맞았다. 나는 항상 내가 집을 깨끗이 관리하고 있다고 굳게 믿어왔고 실제로 만족스럽게 잘 지켜지고 있었다. 사실 조금은 유난스러울 정도로. 그럼에도 선반 위의 유리잔의 정체를 전혀 몰랐으며 몰랐기 때문에 나는 내가 꽤나 완벽하다고 늘 믿어왔다.

유리잔을 지긋이 보며 내가 멍청하다고 느꼈다. 매번 같은 연애를 하는 내가 멍청했다. 매번 자신만 피해본다며 말하는 내가, 누군가가 멍청하다고 느꼈다. 안 쓰는 물건의 존재조차 몰라 완벽하다고 자부하던 내가 먼지가 쌓인 유리잔을 봤을 때 마음이 그랬다.

늘 자신의 연애는 피해자였다. 누군가에게 간절히 완벽하게도 사랑을 주었지만 상처를 입고 이번엔 다를 거라며 새로운 사람과 연애를 시작해도 결국엔 과정도 결과도 거의 비슷했다. 대부분은 자신이 바뀔 생각은 하지 못 했다. 보통은 자신의 취향부터 자신의 행동, 대화, 처신에서 본인과 어울리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리고 같은 연애의 반복에서 우리는 좌절했다. 상대방을 탓하며. 우린 바뀔 생각도, 바뀔 방법도 몰랐다.

기어코 작은 조각 하나라도 찾아내야 우리는 알지 못 했던, 잊어졌던 마음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할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본인만의 잘못이 아니지만 자신이 말했던 누군가만의 잘못도 분명 아니다. 하지만 취향, 행동, 대화, 처신 등에서 우리는 분명 비슷한 사람을 만나게 되고 헤어지더라도 비슷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정말 ‘새로운’ 사람과 연애를 하고 싶다면 우리부터 새롭게 바뀔 필요가 있다. 몇 번이나 계속 되풀이되었던 대청소에서 나는 내가 완벽히도 깨끗이 집을 관리하고 있다고 굳게 믿어왔었다. 존재조차 알지 못하던 먼지가 수북이도 쌓인 유리잔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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