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를 버린 스케일의 미학

오또영: 오늘은 또 어떤 영화를 #5

by 길진범 칼럼니스트

The Fate of The Furious
(분노의 질주 8 : 더 익스트림)


16년에 걸친 초대형 시리즈 분노의 질주가 8번째 작품으로 돌아왔다. 전작인 7편의 큰 흥행으로 더욱더 높아진 기대감은 미국 개봉 3일 만에 5억 불이라는 사상 최고 흥행으로 보답하며 질주 중이다. 개봉 전 제작 단계부터 1편 감독인 ‘롭 코언’이 다시 메가폰을 잡거나 ‘빈 디젤’이 감독을 맡는다 등 무성한 소문에 난항을 겪었지만, 결국 ‘게리 그레이’가 연출을 맡게 되며 제작에 박차를 가했다. ‘게리 그레이’는 <네고시에이터>, <이탈리안 잡>, <모범시민> 등으로 잔뼈가 굵은 할리우드 최고의 대세 감독 중 하나이다.

빈 디젤(왼쪽)과 게리 그레이(오른쪽)

16년 전통의 시리즈에 걸맞게 화려한 캐스팅은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16년 동안 주연으로 함께하고 제작에 참여해온 ‘빈 디젤’이 이번엔 악당 역을 자처하며 영화의 큰 기둥을 받쳐주고, 할리우드 근육 왕, 재력 왕 ‘드웨인 존슨’이 5,6,7편에 이어 스크린을 장악하며 영화의 큰 틀을 세워준다. 심지어 7편에서 사상 최강의 악당으로 큰 인상을 줬던 할리우드 최고의 액션 기계 ‘제이슨 스타덤’은 이번엔 아군에 합류하며 ‘빈 디젤’에 맞서 최강의 액션신을 선보인다. 뿐만 아니라, 분노의 질주하면 빠질 수 없는 걸 크러쉬의 대명사 ‘미셸 로드리게즈’는 카레이싱 와 총검술 등 시선을 사로잡는 액션을 소화하며 남자 배우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는 존재감을 발휘한다.



그 외에도, 장르를 불문하고 완벽하게 캐릭터를 소화하기로 유명한 ‘커트 러셀’, 할리우드 영화계의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아들인 ‘스콧 이스트우드’, 가수로도 유명한 ‘타이레스’, 할리우드 최고의 연기파 ‘핼렌 미렌’, 그리고 드라마 <왕좌의 게임>으로 유명한 ‘나탈리 엠마뉴엘’등이 가세하며 영화의 빈 곳을 틈틈이 메워주며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궁금증을 자아냈던 시리즈 최초의 여자 악당역은 <몬스터>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고 <이탈리안 잡>, <프로메테우스>,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등 굵직한 영화에서 독보적인 미모와 연기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샤를리즈 테론’이 맡으며 이번 시리즈의 화룡점정을 장식한다.


특이하게 이번 시리즈에서 팀을 배신하고 악의 편에 서서 맞서 싸우게 되는 ‘빈 디젤’은 풍부한 액션 경험을 바탕으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물론 다른 배우들의 액션과 연기도 모두 훌륭하고 그들의 케미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하지만,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자꾸만 커져가는 스케일은 상상을 압도할 정도로 걷잡을 수 없게만 느껴진다. 수천 대의 차량이 뉴욕 맨해튼을 원격조종으로 누비는 건 기본이고, 북극과 아이슬란드의 설원 위에서 펼쳐지는 핵잠수함과의 숨 막히는 추격씬은 슈퍼카, 탱크, 비행기의 등장을 시시하게 바라볼 정도로 관객들을 세뇌시킨다. 물론 제작자 입장에서는 전편을 뛰어넘는 흥행을 바라며 철저하게 계산된 의도였겠지만, 갈수록 커지는 세계관 확장은 ‘이러다 우주로 나가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거기다 개연성 없는 스토리 전개와 설득력 없는 서사로 인해 부끄러움을 관객의 몫으로 돌려버리는 참사를 만들었다.

핵 잠수함과의 추격전

하지만, 1편부터 이어지는 시리즈 전체의 중심을 꿰뚫는 우정이라는 코드와 부서지지 않는 유대관계는 확실히 강조되어있다. 그것은 <분노의 질주 : 더세븐> 촬영 중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폴 워커’를 추모하기 위한 제작진들의 노력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에서 ‘폴 워커’가 역을 맡았던 ‘브라이언’의 향기가 나는 장면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음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영화 초반 쿠바에서 ‘빈 디젤’이 카 레이싱 전에 차 부품을 손보며 “브라이언이 늘 급 할 때 쓰던 방법이지”라고 언급하는 장면이나 영화 중반에 ‘타이레스’가 “브라이언이라면 방법을 알 텐데”라며 그를 추억하는 장면, 특히 시리즈의 첫 편의 원제 ‘The Fast And The Furious’에서 ‘Fast’는 ‘폴 워커’를 ‘Furious’는 ‘빈 디젤’을 상징하는데 이번 작품의 제목 ‘The Fate of Furious’에서의 ‘Fate’을 ‘Fast’ 대신 집어넣으면서 ‘폴 워커’의 부재를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영화 내내 ‘폴 워커’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제작진들의 배려는 좋은 감상 포인트로 다가온다.


비록 너무나 방대해져 버린 세계관으로 인해 갈 곳을 잃은 듯이 보이는 이번 작품에서 시리즈 초반에 느낄 수 있었던 조악함의 미학 그리고 남자의 로망을 건드리는 감성은 느끼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연성과 설득력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고 그저 ‘시원한 액션 영화’ 한편에 초점을 맞춘다면 그야말로 보기만 해도 시원 해지는 통쾌하고 스릴 넘치는 진정한 액션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 136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충분히 즐기고 영화관을 나설 수 있을 것이다.



<The Fate of the Furious>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관여하지 않는다 오직 스케일로 설득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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