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자의 글쓰기
수년 전 브런치를 설치해 두고 참 많은 글을 읽었다. 읽는 사람으로 머무는 건 생각보다 편했다. 좋은 문장을 만나는 일도, 남의 생각을 따라가는 일도 부담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편안함에 오래 머물다 보면, 정작 내 생각은 어디에도 남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더 늦기 전에, 마음속에만 담아두기엔 버거워진 생각들을 이제는 온전히 나의 글로 남겨보려 한다.
어린 시절부터 책 읽고 글쓰기를 좋아했다. 장래 희망을 적는 칸에는 늘 작가나 교사를 써냈다. 책을 읽고 생각하는 시간이 좋았고, 나도 언젠가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 막연히 믿었다. 그런데 막상 내 이름으로 글을 쓰려니 여전히 어색하고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깊은 문장을 쓸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버리지 못해 이곳에 글을 남기기로 했다.
현우(玄宇)라는 이름에는 정답이 쉽게 보이지 않는 삶의 막막함과 깊이, 그리고 그 앞에서 내가 품게 된 생각들을 담고 싶었다. 느리더라도 서두르지 않고, 세상을 이해하는 쪽으로 조금씩 걸어가고 싶다.
내 키는 192cm다. 어릴 때부터 남들보다 조금 높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왔다. 사진을 찍으면 늘 한 발 뒤로 물러서야 했고, 버스를 탈 때면 천장에 머리가 닿는 것이 챙피해 목을 아래로 꺾어 바닥을 보곤 했다. 물리적으로는 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위치에 있었지만, 삶을 이해하는 일만큼은 깊고 낮은 곳에서 배워야 한다는 걸 마흔이 넘어서야 조금 알게 됐다.
20년 가까이 디지털 마케팅 시장에서 일해왔고, 지금은 한 회사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다. 누군가는 이 시간을 보고 ‘전문가’라고 부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나 자신을 ‘초심자’에 가깝다고 느낀다. 익숙해졌다고 생각한 순간마다 다시 배워야 할 것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나 정리된 해답 대신, 하루를 살며 문득 붙잡게 된 생각들, 쉽게 흘려보내기엔 아까웠던 감정들을 천천히 사유한 글로 남기고 싶다. 눈에 보이는 세상보다 그 이면에서 마주하게 되는 우리 마음속의 작은 움직임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오늘 이 글은 001번이다.
숫자가 늘어날수록 조금은 더 깊어지기를 바라며, 조심스럽게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