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속에 답이 있을까? / 뉴욕 / 2014.8.21 망원
비 맞은 자전거를 본다. 군데군데 녹이 슬어있다. 세심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어쩌면 우리의 사랑은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녹이 슬어버린 건지도 모를 일이었다.
24st 주변을 서성인다. 10월 중순인데, 벌써 거리 곳곳에서 핼러윈 준비가 한창이다. 신데렐라가 동화에서나 탔을 법한, 초대형 호박이 인도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푸드트럭에서 5달러를 주고, 할라 푸드를 사 먹는다. 양고기, 피망, 양파와 향이 강한 소스들로 속이 채워진 할라푸드는 든든한 점심이 된다.
맨해튼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가끔 시간을 잊게 된다. 어느 골목은 나를 150년 전에 지어진 건물 안으로 이끌기도 하고, 또 다른 골목은 현대적 감각을 물씬 머금고, 세련된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손에 들려 있는 디카의 셔터를 부지런히 누른다.
리쿼샵에 진열되어 있는 형형색색의 술들. 짚으로 된 몸체에 진갈색 누더기를 걸치고, 노란 해바라기가 달린 모자를 쓴 채, 알코올을 지키고 서 있는 허수아비. free delivery. 술도 배달을 해주는구나. 대형 자전거 매장 앞을 다정한 남녀가 지나간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L 트레인에 몸을 싣고, 윌리엄스 버그로 향한다. Bedford av에서 내려 출구를 찾는다. 사실 출구의 번호는 나에게 아무 의미도 없었다. 한참 지도를 바라보고 있자니, 인상 좋은 중년 여자가 다가와 어디로 갈 것이냐고 묻는다. 누가 뉴요커들을 불친절하다고 했던가. 나는 검정색 스니커즈를 샀던 Buffalo Exchange로 발걸음을 옮긴다. Buffalo Exchange는 used stuff shop으로 싸고, 괜찮은 옷과 신발들이 많다. 이것저것 신어보고, 입어보다 다시 길을 나선다.
뉴욕에는 거리 곳곳마다, st과 av를 표시한 이정표들이 많다. 처음에는 헷갈리지만, 익숙해지면 길을 찾기가 쉬워진다. 초록불 대신 흰색 불의 신호등이 켜진다. 어스름이 지고 있다.
acqua santa, 미드에서 본듯한 태국 음식점과 noodle studio, 정신 사납지만, 한편으론 깔끔하게 건물 전체를 그라피티로 디자인했다,를 지나 ear wax라는 중고 음반점에 들렀다. bob dylon의 중고 앨범을 7달러를 주고 구입했다. blowing in the wind가 들어있는 앨범이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머리 위로 spike hill이라는 간판이 바람에 덜렁이는 것이 보인다. 나는 그 아래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