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ke hill / 뉴욕 /2014.8.22 망원
어디에서나 시작은 매우 중요하다. 시작을 하지 않으면, 결코 끝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때때로 인간의 무언가를 끝내겠다는 혹은 끝을 보겠다는 욕망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겠다는 의지보다 훨씬 클 때가 많다.
집으로 향하다 문득 왼쪽을 봤는데, 사람들이 북적이는 카페인지, 바인지가 눈에 들어온다. spike hill이라는 곳이었다. 그리고 문 한 귀퉁이에 종이가 붙어있는데, open mic, sign up, 7pm!이라고 적혀있다. 시계가 마침 7시를 가리켰다. 나는 궁금증이 생겨, 집에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그곳에 발을 들였다.
바에 앉아, 콜라 하나를 시켜놓고, 주변을 살핀다. 귀엽게 생긴, 지금은 이름을 잊어버렸다, 바텐더가 흰 종이에 적힌 이름을 호명한다. 이름이 불린 사람이 나와 노래를 한다.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누구나 노래를 할 수 있는가? 2,3명의 뮤지션이 더 나오고, 중간에 코미디언도 나왔다. 사람들이 웃을 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바텐더에게 정말 아무나 노래할 수 있는 거냐 물으니, 그렇단다. 나는 마지막 자리에 내 이름을 적었다. 10명 정도의 뮤지션들이 나오는 동안, 나는 정말 그들이 아마추어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 차례가 왔다. 물론, 나는 기타가 없었다.
한국 정서로 너무 쉽게 기타를 빌릴 수 있다고 생각했었을까. 바로 전 무대에서 양복에 중절모를 쓰고 블루스를 연주하고 내려오는 중년 신사에게 기타를 좀 빌릴 수 있냐고 묻자, 미안하다며, 집에 갈 시간이다라고 얘기한다.
다음날부터 나는 매일같이, 기타를 등에 메고 다녔다. 마치 내 신체의 일부인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