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일기

Hold tight! / 뉴욕 / 2014.8.23 망원

by 전찬준

무모함이 때로는 행운들과 마주할 기회를 주기도 한다.


비로 땅이 적당하게 젖은, 공기는 청명한 날, 유니온 스퀘어 역에서 내린다. 일단, 한 번이라도 들은 적이 있는 역에서는 지하철을 내려 주변을 살펴본다. 우연은 가끔 정말 놀랍다. 존메이어, 제프 벡 등의 사진이 크게 걸려 있는 건물이 가로수 사이로 보인다. guitar center. 미국 최대 규모의 기타 샵 중 하나를 발견했다. 그 규모에 압도되어 문을 열고 들어가기가 망설여진다.


문을 여는 순간, 눈앞에는 수백 대의 기타가 각자 자기만의 빛을 내며, 벽에 걸려있다. 사람들은 엠프를 켜고, 이 기타 저 기타를 자유롭게 연주한다. 낙원 상가에서는 좀 체 보기 힘든 풍경. 습도관리가 좀 더 세심하게 요구되는 어쿠스틱 기타 룸은, 따로 마련되어 있다. 고가의 기타들이 적당한 습도와 온도가 맞춰져 있는 유리관 안(흡사 박물관 같은)에서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다. 기타들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다보니 곧, 배가 고파졌고, 맨해튼의 모퉁이를 돌 때마다 거의 하나씩 나오는 피자가게 중 한 곳에 들러 가장 값싼 피자(음료 포함 1달러)를 사 먹었다.


돈을 놓고 세상을 보면, 세상은 언제나 돈에 맞춰져 있는 듯 보인다. 10만 원짜리 기타가 있으면, 100만 원짜리 기타가 있고, 1달러짜리의 피자가 있으면, 10달러짜리 피자도 있다. 돈이 많으면, 선택의 폭은 넓어지고, 돈이 적으면, 그 반대다. 선택의 폭이 많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니며, 만족하고 못하고는 또 별개의 문제다. 나는 내 귀에 좋은 소리를 내는 적당한 가격의 기타를 사서 오래 연주하고, 영혼을 불어넣으면 되지 하는 주의다. 그리고, 나는 내가 길들인 것이 가장 특별하다고 믿는 편이다. 그게 싸든, 비싸든.


피자를 두 조각째 위 속으로 우겨넣고 있을 때즈음, 길 가던 부랑자가 들어와, 험상궂은 이탈리아 주인에게 용기 있게 피자 한 조각을 달라고 한다. 주인은 인상을 쓰며, 피자 한 조각을 건넨다.


다시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hold tight!라는 광고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꽉 잡아라! 무엇을? 아마도, 정신줄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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