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ke plastic trees / 뉴욕 / 2014.8.23 망원
기억이라는 것은 왜곡되고 또 왜곡되어, 지나간 시간들을 아름답게 만들고, 그것들을 우리는 추억이라 부른다.
뉴욕을 처음부터 끝까지 두 다리로 누비겠다는 마음으로, First ave역에서 내렸다. 어디를 가도 낯선 풍경들에 눈이 즐겁다. 가로수 옆에 사람이 지나가도 아무렇지 않게 볼 일을 보는 청설모들이 보인다. 그리고 또 이어지는 공원. 주변의 허름한 델리에 들어가서, 아보카도롤 우동 세트를 9달러를 주고 산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있는 불은 우동 면발과 플라스틱 포크와 숟가락을 보며, 나는 Radio head의 fake plastic trees를 떠올렸다. 주인은 중국사람일까?
걷다보니 다시 유니온 스퀘어까지 왔다. 기타를 멘, 양 어깨가 저려온다. 유니온 스퀘어 광장이 저번과는 다르게 사람들로 붐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장이 열리고 있다. 직접 재배한 옥수수, 블루베리, 사과, 양배추 등을 팔고 있다. 잼도 있고, 지나가는 나에게 누군가, 그 자리에서 간 사과주스를 한 컵 건넨다. 맛있다.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다. 뉴욕이라는 도시는 알 수 없는 곳이다. 한쪽에서는 꽃을 팔고 있다. 이름 모를 꽃들의 향기가 도시의 삭막함을 지워준다.
녹색 느낌의 Barnes & noble booksellers가 눈에 들어온다. 서점 2층에는 스타벅스가 붙어 있다. 기타관련 서적 중 맘에 드는 것을 골라,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앉았다. 노곤해진다. 한숨 자고 싶다.
나는 나중에 여기에서 정의를 만나게 된다. 정의는 사람 이름이다. 이정의, 발음으로는 거꾸로 해도 똑같은 이름이다. 치아 교정기를 끼고 있던 작은 여자아이였다.
다시 지하철을 탄다. 록펠러 센터에서 내린다. 수많은 나라의 국기들이 회색빌딩 사이에서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10월인데, 벌써 사람들은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싸늘하고 청명한 공기가 코끝을 스친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플랫폼 안에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에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빵이 선물해 주었던, 뉴욕 소개 책자, '네 멋대로 행복하라'에서 보았던, 그 흑인 여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