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야 알게 되는.

뉴욕 /2014.8.26 망원

by 전찬준

흑인들이 지하철에서 악기 아닌 무엇인가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을 듣고, 보는 일은 흔한 일이다. 어떤 제약이 때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오픈 마이크 스테이지를 찾아, greenwich village의 bleecker st를 돌아다닌다. 건너편 클럽에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길다. 발을 들인 kenny's castaways에서는 거구의 흑인 남자와 작은 백인 여자가 듀엣무대를 펼쳤다. 그 무대에는 어딘가 기이함이 있었다. 그 무대만 보고 케니즈 케스트어웨이즈를 나와, 그 옆에 위치한 back fence 창으로 내부를 들여다봤지만, 들어갈 마음이 들진 않았다.


이방인은 작은 싸인에도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거리는 이상하게도 밤이 깊어질수록 활기가 넘쳤고, 펍 안에는 나와는 무관한 이야기와 음악이 흐르고 있으리라. 일방통행 도로에는 생전 처음 보는 낯선 모양의 차들이 느린 속도로 지나갔고, 나는 마치 갈 곳은 저기밖에 없다는 듯이, 지하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한국에 와서야 알았다. 내가 걷던 거리가 미국 히피즘 시대의 주 무대였으며, 지미 헨드릭스나 밥딜런이 연주했던 곳, 수많은 예술가들이 마리화나, 담배, 커피, 섹스와 함께, 예술혼을 불태웠던 거리였다는 것을. 그 혼들이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을까?

비록 그 거리에 실려 있던 이야기는 몰랐지만, 나는 우연치 않게도 뉴욕 생활의 많은 시간을 그 거리에서 보냈다. 나중에 그린위치 빌리지의 한 퓨전 음식점에 바텐더로 일자리를 얻었고, 비터앤드라는 클럽에서 첫 정식 스테이지를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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