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

음악 일기 / 뉴욕 / 2014.8.30 망원

by 전찬준

아침부터 창 밖이 소란스럽다. 누군가 이사를 가면서, 내 방문 창가에 가구 여러 점을 버리고 갔다. 수거반이 수거 작업을 하고 있는데, 가구를 이리 던지고 저리 던지면서 소음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주민들이 창가로 내다보기 시작했고, 나는 바깥으로 나갔다. 이사 간 사람이 제일 큰 가구 한 점에는 신고필증을 부착하지 않았다. 나는 공손히 수거반에게 불법투기물을 당사자의 주소 앞으로 옮겨 달라 부탁하고 들어왔다.


머리 위 지하철 광고에 돈뭉치가 두둑이 든 지갑 사진이 걸려있다. 대출 광고는 무국적이다. 뉴욕에 온 지도 한 달이 지났고, 통장의 잔고는 계속 줄고 있었다. 돈을 벌어야 한다.


스파이크힐에는 수요일마다 가서 무대에 선다. 여러 장르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바텐더도 이제 나를 보면 알은체를 한다. 바에 앉아 있는데,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하는 퉁퉁한 여자가 말을 건다. 바에 혼자 앉는 것 자체가, 나 오늘 밤 한가해요, 오늘 밤을 같이 보낼 누군가를 찾고 있어요라는 의미인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그저 콜라를 시켜놓고, 여자의 수다를 한참 듣다가, 무대에 올라가 노래를 했다. 다음 순서로 나온 코미디언의 알아들을 수 없는 코미디를 듣는다. 남들이 다 웃을 때, 나만 멍하니 있는 상황은 외로움을 가중시킨다.


소호의 밤거리를 하릴없이 돌아다니다, 차가운 밤기운에 외투깃을 세운다. 인도 한 편의 지하철 통풍구 위에(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온기를 느끼기 위해 쪼그리고 앉아 있는 노숙자와 마주쳤다. 깡마른 노숙자의 먼지투성이 외투와, 이 세상은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이에요, 당신의 집안을 나로 채워줘요라고 말하고 있는 듯한 쇼윈도 안의 새하얀 고급 그릇들이 대비된다.


노숙자든 누구든, 겨울이 다가오면, 자그마한 온기라도 필요하다.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 안, 어떻게 들어왔는지 알 수 없는 새빨간 낙엽이 빛바랜 내 스니커즈 아래 반쯤 밟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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