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구걸하지 말라

31살 청년의 “살아남기”와 “살아가기” 사이

by 최종병기

2월 16일 월요일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 조금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


이틀 전이었던 지난 2월 14일. 누군가에게는 그저 지나가는 토요일이었을지 모르지만, 우리 역사에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아니 잊어서는 안 되는 날이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16년 전인 1910년 2월 14일, 서른한 살의 청년 안중근이 일제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은 날이기 때문입니다.




1. 1910년 2월 14일, 뤼순 법정의 침묵


1910년 2월 14일 오전 10시 30분. 중국 뤼순 관동도독부 지방법원. 여섯 번의 공판 끝에, 일제 재판장은 안중근 의사에게 이미 짜여진 각본처럼 법정 최고형을 선고합니다.


"피고인 안중근, 사형."


그 건조하고 차가운 선고가 법정에 울려 퍼졌을 때, 청년 안중근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살려달라고 애원하지도, 형량이 부당하다고 항변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담담하게, 자신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것은 개인의 원한이 아니라 '동양 평화'를 위함이었음을, 그리고 대한의군 참모중장으로서 적장을 처단한 것임을 묵묵히 받아들였습니다.


왼손의 단지가 선명하다.


서른하나. 지금 제 나이를 돌아보면 혹은 주변의 서른한 살 청년들을 보면, 너무나 젊고 푸른 나이입니다. 그 꽃다운 나이에 스스로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그 무게감을 저는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듭니다.




2. 수의(壽衣)에 담긴 어머니의 피눈물


사형 선고보다 우리의 가슴을 더 아리게 하는 것은, 3형제 중 장남의 소식을 들은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입니다. 보통의 어머니라면 "항소해서 제발 살아만 다오"라고 매달렸을 겁니다. 저도 아들이 있지만 어머니에게 자식의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 어디있을까요. 하지만 조마리아 여사는 달랐습니다. 그녀는 감옥에 있는 아들에게 손수 지은 하얀 명주 수의(壽衣)를 보내며 이런 편지를 남깁니다.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


독립운동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1862~1927)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

세상에 자식에게 죽으라고 말할 수 있는 어머니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 편지를 쓰며 어머니는 아들 생각에 얼마나 쓰디 쓴 피눈물을 삼켰을까요. 아들이 입고 갈 수의를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며 어머니는 아들이 가는 그 길이 외롭지 않기를, 비겁해지지 않기를 기도했을 것입니다. 그 비장한 모성애 앞에서 숙연해질 뿐입니다.




3. 오늘 우리가 걷는 이 길


지난 주말 점심을 먹고 집 근처를 걸으며, 문득 발 밑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밟고 있는 이 땅, 자유롭게 숨 쉬는 이 공기, 이 모든 평범한 일상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116년 전 차가운 뤼순 감옥에서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며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안중근 이후, 수많은 '안중근'들이 있었기에 그들이 목숨을 바쳐 지켜낸 이 땅 위에서 우리는 평범한 일상의 오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기억하는 한, 역사는 끝나지 않는다


2월 14일 사형 선고를 받고 3월 26일 순국하는 그날까지, 안중근 의사는 옥중에서 <동양평화론>을 집필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조국의 미래를 걱정했습니다.


이번 한 주, 바쁜 일상에 치이더라도 잠시만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목숨보다 신념과 정의를 택했던 서른한 살의 청년과 그 어머니를 말입니다. 후배들이 그 숭고한 정신을 기억하는 한, 그들은 우리 가슴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 이미지 출처
① 안중근 :
https://www.yna.co.kr/view/AKR20091008112000005

② 조마리아 여사 :
https://www.nhi.go.kr/nhilive/vol30/column/column_0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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