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옷 (2/2)

돌아오지 않을 편지

by 최종병기

새벽닭이 울기 전, 마침내 옷이 완성되었다.


여인은 두루마기를 들어 호롱불 가까이 가져갔다. 비단결 위로 불빛이 얇게 미끄러졌다. 그녀는 소매 끝을 똑바로 맞추고, 어깨선을 손가락 두 마디로 눌러 보았다. 그 자리에는 늘 아들이 먼저 닿았다. 어미의 손보다 먼저 문지방을 넘어가던 어깨였다.


“품은… 더 넉넉히.”


여인은 말을 끝까지 하지 않았다. 실을 끊고, 옷깃 안쪽을 한 번 뒤집어 들여다봤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솔기 하나가 아주 조금 비뚤어져 있었다. 그녀는 바늘을 다시 꿰어 한 땀만 더 넣었다. 그 한 땀에 손끝이 오래 머물렀다.


다리미를 올리자 열이 손등에 닿았다.

아들은 열이 오를 때도 이마를 내주지 않았다. 손이 닿으면 고개를 홱 돌리고, “괜찮아요.” 하고 먼저 말해버렸다. 목소리는 얇게 떨렸는데 눈은 끝까지 뜨고 있었다. 여인은 젖은 수건을 손바닥 아래 숨겨, 그 눈을 속이듯 이마에 얹었다.

여인은 다리미를 더 세게 누르지 못하고, 그 자리를 천천히 지나갔다. 눌린 비단이 반듯해졌다. 반듯해질수록 옷은 더 멀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옷을 개는 일은 금방 끝났다. 한 번 접고, 또 접고, 모서리를 맞추고, 손바닥으로 쓸었다. 하얀 비단 위로 손금이 잠깐 남았다가 사라졌다. 여인은 손금을 한 번 더 남기고 싶어, 다시 쓸었다.


보따리 천을 펼쳤다. 옷을 가운데에 놓고 천을 접었다. 매듭을 지을 때 그녀는 두 번, 더 꽉 묶었다.

여인은 벼루를 꺼내 먹을 갈았다. ‘사각’ 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먹물이 고이자, 여인은 종이를 펼쳤다. 붓끝을 내렸다가 들었다. 검은 점 하나가 남았다.


여인의 입술이 조용히 움직였다.

“밥은... 잠자리는...”


말이 거기서 꺾였다. 여인은 목구멍을 한번 눌렀다. 눌리자 삼켜졌다. 삼켜진 말이 손으로 내려왔다. 손이 붓을 잡았다.


아들은 잘못을 하면 변명하지 않았다. 다음 날 새벽, 말없이 물을 길어 물동이를 채워 놓았다. 여인이 “누가 시켰니” 하고 물으면, 그는 입술을 한 번 깨물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 침묵이 얄미워서 여인은 더 크게 꾸짖지 못했다. 물동이 옆에 서 있으면, 화가 먼저 식었다.


여인은 먹을 한 번 더 진하게 묻혔다. 검은 것이 무거워지면, 가벼운 말은 덜 나온다.


한 글자.

또 한 글자.


붓끝이 흔들릴 때마다 여인은 숨을 얕게 쉬었다. 문장 사이에 시간이 끼었다. 그녀는 그 시간을 손목으로 눌렀다. 중간에 먹이 번져 작은 얼룩이 생겼다. 여인은 얼룩을 지우지 않고 그 위에 글자를 이어 썼다.

마지막 줄로 내려가기 전, 여인은 보따리를 한번 쳐다봤다. 하얀 옷. 개어진 옷. 옷깃 안쪽의 작은 솔기. 여인은 붓끝을 다시 내렸다. 이번 글자는 더 단단했다.


먹물이 마르기도 전에 여인은 편지를 접었다. 한 번 접고, 다시 접고, 다시 접었다. 접힌 선을 손톱으로 눌러 날카롭게 만들었다. 편지는 보따리 안쪽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옷과 옷 사이, 하얀 비단이 편지를 삼켰다. 여인은 편지가 들어간 자리를 손가락으로 한 번 눌렀다.


보따리를 다시 묶었다. 매듭이 단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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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


<끝>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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