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흉내 낼 수 없는 것

사람의 따뜻한 '온기'에 대하여

by 최종병기

2026년 3월 9일,

오늘은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역사적인 제1국이 열린 지 정확히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10년 전 그날, 인류의 자존심을 걸고 반상 앞에 앉았던 그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알 수 없는 두려움과 경외감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그리고 최근 한국은행에서 다소 섬뜩한 분석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확산되면서, 앞으로 국내 일자리 약 341만 개(전체의 약 12%)가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충격적인 건, 그동안 '성역'이라 여겨졌고 선망의 직업이었던 의사, 회계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거라는 전망입니다. 이제 우리는 옆자리 동료가 아닌, 누구보다 똑똑하고 빠르며 잠들지도 지치지도 않는 AI와 경쟁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1. "창의력은 인간만의 영역 아닐까?"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던 예술 분야에서조차 AI는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고, 소설을 씁니다. 예술을 객관적인 점수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그 결과물의 완성도만 놓고 보면 “이게 기계가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 정도로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벌써 10년 전 2016년 알파고가 바둑으로 인류에게 “기계가 직관처럼 보이는 선택을 한다”는 공포에 가까운 감정을 남겼습니다. 사실 그 전까지만 해도 바둑의 두텁다, 견고하다 와 같은 느낌은 인공지능이 구현하기 어렵다고 했었죠.


결국 인간의 창의력이라는 것도 우리가 살아오면서 학습한 교육과 불완전한 경험을 재료로 조합해 낸 산출물일 뿐,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깨닫고 있습니다.


이세돌은 AI를 꺾은 최후의 바둑기사가 되었다.



2. 우리에게 남은 무기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AI보다 경쟁 우위에 있는 것은 사람이 직접 손으로 만져야 하는 정교한 작업, 혹은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오는 팀워크와 소통, 그리고 감정적인 공감 능력이 아닐까요. 물론 반론도 있습니다. 요즘 AI는 "그러게요, 참 힘드셨겠어요. 힘내세요." 라며 사람보다 더 그럴싸하게 위로를 건네기도 하니까요.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인간인지 기계인지 구분 못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사람과 대화할 때만 느껴지는 그 사람만의 온기'가 있다고 믿습니다.


배우 송강호 님을 예로 들어볼까요?

우리는 그가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형사가 아니고, <기생충>에서 진짜 운전기사가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그저 대본에 따라 연기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그의 눈빛과 표정에 몰입하고 감동합니다.


그것은 그가 흉내 내는 기술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연기 너머에 있는 그가 가지고 있는 '사람'의 감정과 숨결이 우리에게 닿았기 때문일 겁니다. AI가 아무리 완벽하게 감정을 계산해서 출력한다 한들, 그 안에 '진심'이라는 알맹이는 없을 테니까요.


'밥은 먹고 다니냐?'


3. 결국 AI 시대, 최후의 경쟁력은 '사람다움'입니다.


업무 스킬도 중요하지만, 동료의 실수를 조용히 감싸주고,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을 위로하고, 함께 보듬어 주는 능력. 차가운 알고리즘은 절대 할 수 없는 그 따뜻한 배려와 공감이야말로 여러분을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만드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아닐까요?


AI 하니까 갑자기 떠오르는 영화, <터미네이터 2>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이전에 전 세계 소녀 팬들의 마음을 훔쳤던 미소년, 에드워드 펄롱(존 코너 역)이 생각납니다. (비록 지금은 세월을 정통으로 맞아 '역변의 아이콘'이 되었지만요... 흑흑)


심지어 AI는 늙지도 않을 것이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용광로로 들어가는 T-800(아놀드 슈워제네거)이 눈물을 흘리는 존 코너에게 이런 명대사를 남기죠.

피지컬 AI는 물이 필요 없으니 기름을 흘리려나.


"I know now why you cry, but it is something I can never do."
(왜 인간이 눈물을 흘리는지 이제 알겠어. 하지만 내가 할 수는 없는 것이군.)


만약 먼 미래에 AI가 눈물을 흘리는 이유를 아는 것을 넘어, 진짜 눈물까지 흘리게 된다면...

그땐 정말 인간이 설 자리가 없는 난국이 펼쳐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디 인간의 가치를 지킬 수 있기를, 터미네이터의 마지막 엄지척을 보며 빌어봅니다. ^^

이거 너무 뜨거워 올려달라는 의미라고 하던데




AI에게 특정 목표지까지 가능 방법을 요청한다면 아마도 가장 평탄하고 장애물이 없으며 칼로리 소모가 효율적인 '최단 경로'를 계산해 낼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걸음은 다릅니다. 우리는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길고양이에게 눈길을 빼앗겨 한참을 서성이고, 옛 추억이 묻은 낡은 골목을 굳이 비효율적으로 돌아서 가기도 하며, 때로는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처량한 감상에 젖어 걷기도 합니다.


상처받고, 흔들리고, 굳이 비효율적인 길을 선택하며 흘리는 그 모든 땀과 눈물. 어쩌면 그 바보 같은 비합리성 덕분에, 우리의 하루하루는 기계의 완벽한 계산보다 훨씬 더 눈부시고 찬란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저는 완벽하지 않아서 더 인간다운, 조금은 삐뚤빼뚤한 발자국을 찍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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