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강태주 - 3

3화 《당근은 믿음을 팔고 벽돌을 보낸다》

by 최종병기

3화 《당근은 믿음을 팔고 벽돌을 보낸다》


내 이름은 강태주, 서른팔 살.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검사다.

법을 핑계 삼아 사람 괴롭히는 놈들 면상에 법전을 던져줄 것이다.

물론 실제로 던지진 않는다. 법전은 두껍고 비싸다.




세상에는 별의별 사기꾼이 다 있다. 수천억 해먹는 놈, 작전주 띄우는 놈, 코인으로 인생을 증발시키는 놈. 그런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건 그런 거창한 놈들이 아니다. 진짜 열받는 건 중고나라에서 닌텐도 판다고 해놓고 벽돌 보내는 새끼다. 액수는 삼십팔만 원으로 애매하게 싸게 올려놓고, 사기를 당한 이의 분노는 한 삼천팔백만 원어치쯤 될 것이다. 이런 놈들 때문에 인간은 점점 서로를 못 믿게 되고, 나 같은 검사는 밤 아홉 시에 벽돌 감정사가 된다.


그날도 야근이었다. 나는 검사실에서 식어빠진 캔커피를 홀짝이며 기록을 넘기고 있었다. 커피는 내 인생처럼 맛이 없었다. 그때 박 실장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손에 택배 상자를 든 채였다. 표정은 딱 두 가지 감정이 섞여 있었다. 분노와 당혹감. 중고거래 사기 피해자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표정이다. “내가 이걸 왜 당했지?”와 “근데 그 새끼는 죽이고 싶다”가 동시에 올라온 얼굴.


“검사님.”

“왜요. 급한 걸 보니… 똥 마려워요?”

“아뇨.”

“그럼 보통은 사기죠.”


박 실장이 대답도 안 하고 내 책상 위에 상자를 올렸다. 테이프를 뜯었다. 뽁뽁이를 걷어냈다. 안에서 붉은 벽돌 한 장이 아주 얌전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몇 조간의 정적이 흐르고 나는 물었다.


“이건….”

“닌텐도 스위치 OLED입니다.”

“아니요. 제 눈에는 요 앞 공사장에서 자주 보이는 자재가 보입니다.”

“중고나라에서 샀습니다.”

“가격은요.”

“삼십팔만 원.”

“좋네. 벽돌 모양의 게임기라… 신제품인가보군요.”


나는 벽돌을 들어봤다. 묵직했다. 손에 먼지가 묻었다. 진짜 벽돌이었다.

가짜도 아니고, 프린트한 종이도 아니고, 진심으로 벽돌.


“채팅창 봐요.”


박 실장이 휴대폰을 내밀었다.


실사용 2회
애가 안 해서 팝니다
급처라 네고는 어렵습니다
더치트 이상 없습니다
믿고 거래하셔도 됩니다^^

나는 마지막 문장을 소리 내 읽었다.


“믿고 거래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휴대폰을 내려놨다.


“박 실장님.”

“예.”

“이 문장은요, 현대 사회에서 ‘문 열어놓을게요’ 다음으로 위험한 문장입니다.”

“제가 좀 싼 맛에 혹해서….”

“인간은 원래 만 원 할인 앞에서 현명함을 반납합니다. 현명함이 멍청함으로 잠깐 변신했달까. 그건 죄가 아니에요.”


박 실장이 입술을 깨물었다.


“전화는 꺼졌고, 계좌는 대포통장 같고, 택배는 편의점 접수랍니다.”

“좋아.”

“뭐가 그렇게 좋으세요?”

“너무 교과서적이라 좋아요. 사기꾼이 교과서대로 움직이면 검사 입장에서는 답안지가 있는 시험입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래 앉아 있었더니 무릎에서 삐걱 소리가 났다.

아, 씨. 서른팔 살. 명목상 청춘, 실질은 반품 불가 중년.


“갑시다.”

“어디를요?”

“벽돌의 발원지로.”

“편의점이요?”

“네. 오늘은 제가 검사 겸 타일·벽돌 유통 추적반입니다.”


편의점 야간 알바는 아주 전형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제발 귀찮은 일 좀 시키지 마세요’라는 표정.

밤 근무하는 편의점 알바가 그렇지 뭐. 세상 모든 귀찮은 일은 밤에 오고, 이상한 사람도 밤에 온다.

나는 최대한 공손한 얼굴로 말했다.


“며칠 전 이 시간대 택배 접수한 사람 CCTV 좀 볼 수 있을까요?”

“저희 그런 거 함부로 못 보여드리는데요.”


맞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지갑을 꺼냈다. 작은 종이 한 장 빼서 계산대 위에 반듯하게 올려놨다.

강태주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알바생 눈빛이 바뀌었다.

조금 전까지는 “귀찮은 손님”이었는데, 갑자기 “실수하면 안 되는 직업군”이 된 것이다.


“아… 검사?”

“네. 숙제 검사 아니고요. 원래는 컵라면 사고 담배 사 달라는 고딩들 신고하러 올 수도 있는 뭐 그런 사람입니다.”

“아, 예….”

“근데 오늘은 벽돌을 찾으러 왔네요. 인생 참 알 수 없죠.”


알바생은 CCTV를 틀었다.

밤 9시 16분. 검은 마스크, 검은 모자, 회색 후드. 아주 성의 없이 흔한 몰골이었다. 그런데 이런 놈들은 꼭 디테일 하나에서 걸린다. 남자는 왼손으로 송장을 붙였고, 계산대 위 상자를 살짝 들어올릴 때 손등에 불꽃 타투가 보였다. 그리고 일을 마친 뒤 냉장고에서 캔커피를 하나 꺼내 계산했다.

나는 화면을 멈췄다.


“좋아.”

“뭐가요?”

“왼손잡이. 불꽃 타투. 캔커피. 셋 다 쓸데없어 보이지만, 쓸데없는 게 사람을 잡습니다.”


박 실장이 물었다.


“검사님, 근데 진짜 이걸로 됩니까?”

“그럼요. 사기는 형법 제347조. 사람을 기망해서 재물 교부받으면 끝이에요. 말이 어려워서 그렇지 번역하면 간단합니다.”

“어떻게요?”

“‘닌텐도라며, 이 개새끼야.’”


박 실장이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해됐습니다.”


나는 손가락으로 화면 속 남자를 톡톡 쳤다.


“이 새끼는 스스로 똑똑하다고 믿고 있어요. 그런 놈들이 제일 잘 잡힙니다.”

“똑똑한 놈이 잘 잡힌다?”

“자기 천재성에 취해 있거든. 흔적을 남겨도 그게 흔적인 줄 몰라요. 실장님은 잡힐리가 없죠.”


박실장은 닌텐도 사기 당했을 때도 쓰지 않던 인상을 썼다.

우리는 계좌를 조회하고, 추가 피해 내역을 모으고, 편의점 주변 CCTV를 확보했다. 예상대로 피해자가 더 있었다. 에어팟, 태블릿, 게임기, 심지어 골프채까지. 이쯤 되면 장르문학이 아니라 생활형 종합사기였다.

문장도 다 비슷했다.

애가 안 해서 팝니다
급처라 네고는 어렵습니다
믿고 거래하셔도 됩니다^^

나는 혀를 찼다.


“이건 범죄라기보다 매크로네요.”

“복붙했나 보죠?”

“네. 양심도 복붙, 거짓말도 복붙. 머리는 좋은데 창의성이 없어요.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이죠.”


사흘 뒤, 놈을 잡았다. 한 허름한 원룸이었다. 문을 열고 나온 놈은 스물아홉쯤. 마른 몸, 빠른 눈, 얄팍한 표정. 방 안에는 택배 박스, 뽁뽁이, 송장, 그리고 벽돌 두 장이 더 있었다.

이 새끼는 진짜였다. 사기꾼이라기보다 1인 물류창고 사장 같았다. 업종만 좀 많이 잘못됐다.


“김도윤 씨?”

“누구세요.”

“벽돌 납품업체 감사팀입니다.”

“예?”

“흠흠… 농담이고 검사입니다.”


그는 바로 표정을 바꿨다.


“무슨 일인데요?”

“형법 제347조요.”

“…….”

“사기. 닌텐도 판다고 해놓고 벽돌 보내는 건 법적으로 굉장히 닌텐도답지 못한 행동입니다.”


놈은 바로 잡아떼기 시작했다.


“전 모르는 일인데요.”

“그럼 벽돌이 알아서 송장 붙이고 편의점 간 건가요.”

“계좌는 제 것도 아니고요.”

“요즘 사기꾼들 유행어가 두 개죠. ‘계좌는 제 거 아니고요.’ ‘전 모르는 일인데요.’ 대본을 어디서 받아오나.”


나는 방 안을 천천히 둘러봤다. 택배 송장 묶음이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정리정돈 잘하는 범죄자는 이상하게 더 짜증 난다.

인간이면 양심부터 정리하지.

나는 지갑을 꺼냈다. 명함 한 장을 뽑아 송장 더미 사이에 꽂아 넣었다.

흰 명함이 상자와 송장 사이에서 유난히 반듯하게 서 있었다.

강태주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잘 보세요.”


나는 말했다.


“이건 명함이고, 저건 송장이고, 당신은 피의자입니다. 셋 중에 제일 비싼 건 무엇일까요?”


놈의 목이 한 번 꿀렁였다.


“한 번 실수한 건데요.”

“아니요. 실수는 컵라면 라인에 물을 적게 붓는 거고, 이건 범죄예요.”


컵라면 물을 늘 적게 부어 짜게 만드는 박실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생활고 때문에….”

“생활고면 음식 배달을 하지 왜 벽돌을 배송합니까.”

“다들 싸게 사려고 한 거잖아요.”

“아, 좋네.”


나는 피식 웃었다.


“그 논리면 소매치기도 지갑 들고 다닌 사람이 잘못이고, 보이스피싱도 전화 받은 사람이 잘못이겠네요. 형법 책 다시 써야겠는데요?”


그는 입을 다물었다.

나는 방 한쪽 벽돌을 발로 툭 건드렸다.


“근데 왜 벽돌을 보냈어요?”

“무게 맞추려고요.”

“아, 역시.”

“…….”

“좋네. 사람 속이는데도 디테일은 챙겼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양심은 없는데 완성도는 높아요. 이건 칭찬이 아닙니다. 그리고 벽돌은 무거워서 택배기사 아저씨가 힘드세요. 영업방해 죄도 가능한지 알아봐야겠네.”


놈의 귀는 빨개졌고 자백은 빨랐다. 초범도 아니었다. 계절마다 잘 팔리는 품목으로 갈아탔다. 여름엔 선풍기, 겨울엔 난방기, 명절엔 게임기. 범죄에도 시즌 전략이 있다니 참 부지런한 새끼다. 그 성실함으로 자격증을 땄으면 집안의 자랑이 됐을 텐데.

조서를 마치고 나오면서 박 실장이 물었다.


“검사님.”

“왜요.”

“근데 진짜 궁금해서 그런데요. 왜 하필 벽돌이었을까요?”

“정직해서요.”

“예?”

“적어도 상자 안 내용물이 자기 양심 수준이랑 비슷했잖아요.”


박 실장이 한참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보니 그러네요.”

“네. 인간은 거짓말할 때 꼭 디테일을 얹어요. 근데 그 디테일이 나중엔 증거가 됩니다. 벽돌도, 말투도.”


나는 검사실로 돌아와 의자에 털썩 앉았다. 허리가 뻐근했다. 사기는 잡았는데, 내 척추는 아무도 안 잡아준다. 책상 위 벽돌을 한번 보고, 손에 묻은 먼지를 탁탁 박수를 쳐서 털어냈다. 나에게 보내는 박수다. 오늘도 세상은 거대한 악보다는 자잘한 악으로 굴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또 그런 잔챙이들 조지느라 야근을 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은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하나 빠졌다. 법을 아는 놈의 주먹은, 생각보다 더 가깝고 더 아프다.


나는 불의를 보면 분노조절잘해 검사 강태주다.


<4편에서 계속>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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