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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종병기 Jun 05. 2019

<1987><보통사람> - 당신도 뜨겁습니까?

작은 영웅들의 이야기

유신헌법에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서는 아래와 같이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제45조

①대통령의 임기가 만료되는 때에는 통일주체국민회의는 늦어도 임기만료 30일전에 후임자를 선거한다.


2천 여명의 대의원으로 이루어진, 

통일과 하등 상관없고, 

국민이 주체도 아니며 

더욱이 회의도 아닌 


통일주체국민회의는 반짝 반짝 빛나는 머리의 전두한이라는 추대된 대통령 후보 1명에 대한 찬성 로봇 만장일치 거수기에 불과했습니다. 전두환은 1980년 군사반란을 통해 권력을 쥔 이후 1980년 장충 체육관에서 (체육관)대통령으로 선출됩니다. (투표 2,525명 중 찬성 2,524표 무효 1표라니 흠 좀 무섭네요.)


'체육관 선거'의 체육관은 장충 체육관입니다. (리모델링 전)


1980년 광주에서 민주화를 부르짖는 시민을 학살했고, 삼청교육대로 수많은 사람들의 인권을 유린했으며, 평화의 댐 사기 사건(새우깡 먹을 돈 아낀 저금통 깨서 고사리 같은 아이들의 손으로 전달했던 돈 내놔라!!!) 등 온갖 불법적이고 반민주적인 만행을 저질렀던 전두환 정권은 나날이 높아지는 민주화 요구를 묵살하고 1987년 기존 헌법을 유지하는 '호헌 조치'를 선포합니다.

여기에 낚인 사람들 많았더랬죠.

전두환 정권은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겠다는 국민의 요구와 높아진 정치의식에 따른 민주화 바람을 묵살하고 외면했으며, 정경유착 등을 통해 언론을 장악했습니다. 3S 정책(Screen, Sex, Sports)로 국민의 눈과 귀, 입을 막아 위기를 모면해 온 전두환 정권은 사실상 이를 통해 독재권력을 휘두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전두환은 1987년 호헌 조치와 함께 육사 동기이자 친구인 노태우를 대통령 후계자로 지명합니다.


그리고..


『 니 박종운이가 어디있는지만 이야기해주면 풀어준다니까! 』

『 모...모릅니다! 』

『 독한 빨갱이 X끼!!! 』


경찰은 학생 운동 사건의 주요 수배자였던 서울대 학생 박종운의 행방을 찾다가 같은 대학 후배 박종철의 하숙집에 머물러있다는 정보를 입수합니다. 박종철은 서울대 언어학과 학생회장으로 활동하며 주도적인 학생 운동, 노동 운동을 하며 투옥을 당하는 등 고초를 겪었던 학생이었습니다. 그를 남영동 대공분실로 연행해간 수사관 6명은 박종운의 행방을 묻는 질문에 끝내 마지막까지 침묵을 지킴으로써 선배를 지켜냈고 10시간이 넘는 물고문 과정에서 목이 눌려 만 22세의 나이로 질식사하여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1987년 1월 14일입니다.


박종철 열사(1964~1987)


경찰은 이 사건을 은폐하고자 하였으나 공안부 검사와 부검 집도의의 노력으로 이 죽음이 고문에 의한 것으로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시민과 학생들은 박종철 의문사에 대한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시위가 폭발하게 됩니다.


이에 경찰은 형식적인 수사 후 

그러니까 책상을 탁! 쳤다...는 거지.

     

『 책상을 탁! 치니 박군이 억! 하고 죽었다. 』


는 어이없는 해명을 내놓아 세간에 비웃음과 분노가 더욱 폭발하는 계기가 됩니다.



                

87년 5월 18일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은 명동성당에서 경찰이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의 진상을 축소, 은폐, 왜곡했다는 것을 폭로하고 이에 민주화 시위는 더욱 더 거센 불길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박종철 열사가 죽음으로써 지켜낸 박종운 선배는 훗날,

음... 이명박... 뉴타운...


한나라당의 국회의원에 출마하게 됩니다. 응?


그 해 6월 9일 민주화 시위 중이던 연세대 학생 이한열은 시위 도중 경찰이 쏜 불법 직격 최루탄에 맞아, 뇌사 상태에 빠지고 피를 흘리며 동료에 의지하고 있는 이한열의 사진(AP통신이 선정한 20세기 100대 보도사진에 선정)이 중앙일보에 게재됩니다.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합니다.


어떤 이는 "이 사진 한 장이 군부 독재 정권의 종지부를 찍었다." 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87년 6월 10일 당시 여당인 민정당은 잠실 체육관(이번엔 장충 체육관이 아님)에서 대통령 후보로 노태우를 추대합니다.


이한열은 뇌사 상태에 빠진지 25일 후 22세의 나이로 사망하게 되고, 거센 폭풍이 몰아치듯 대학생, 중산층/회사원 등 대규모 민중은 '이한열을 살려내라' '호헌 철폐!' '독재타도!' '직선제 쟁취!' 등을 외치며 거리에서 격렬하고 거대한 시위를 전개합니다. 바로 6월 항쟁의 시작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전두환 정권의 현실 인식은 한심하기 짝이 없었는데,


'민주화 시위는 70%가 공산화를 민주화로 알고 떠든다. 야당 집권을 위해 용공세력과 연계하고 있다.'


는 발언을 하며 경찰 병력으로는 성난 민심을 감당할 수 없자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1980년 광주의 사례를 반복하듯 계엄군 투입을 고려했을 정도로 어리석은 행보를 보였습니다. 


경찰은 모든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무차별적으로 최루탄을 난사했습니다.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과 진압하는 경찰이 충돌하여 시가전을 방불케하는 격렬하고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됩니다. 6월 10일 이후 6월 한 달 간 전국에서 열린 시위는 2천 1백회, 발사된 최루탄은 35만발이라는 것은 전례 없는 치열하고 엄청난 시위 규모였음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뜨거운 함성과 열망의 6월입니다.


결국 전국민의 열망을 담은 뜨거운 항쟁의 결과 정부는 굴복하고, 6.29 민주화 선언을 하며 결국 직선제 개헌을 쟁취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라의 주인으로서 국민의 봉사자인 대통령을 투표를 통해 선출하는 직선제의 결과로,

보통사람 노태우입니다.

전두환의 친구이자 당시 여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보통사람 노태우가 당선이 됩니다.  응? 

짜장면 보통도 아니고 보통사람이라니...


무엇이 옳았었고 틀렸었는지 이제는 확실히 말할 수 있을까. 
모두 지난 후에는 말하기 쉽지만 이제는 확실히 말할 수 있을까. 
- 신해철, 70년대에 바침 中



영화 <보통사람>은 본래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였으나 무려 10년간 제작이 지연되었고, 1980년대로 배경이 옮겨지고 2013년 제작이 결정되었으나 투자를 계속 거부당하다가 결국 2016년에야 촬영이 시작되었습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메세지 뿐만이 아니고 영화의 제작 과정만 보아도 지난 부끄러웠던 정치와 자랑스러운 시민의 역사는 과거의 것만이 아닌 현재 진행형입니다. 영화는 과거를 비추는 거울의 역할을 하며 적나라하게 과거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 거울 속 비친 모습은 과거의 망령이 도사리는 현재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1987년 노태우는


'나, 이 사람 보~통사람 믿어주세요.'


라는 유명한 정치 슬로건으로 당선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보통의 상식을 가진 보통사람의 시대는 아니었기에 '보통사람'이라는 단어는 기만적이고 모순적 단어가 되었습니다.


최근 2~3년간(2016년~) 정치권에서는 많은 일들이 있었고 시민들은 때로 아파하기도 분노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1600만명이 참여하여 어둠을 밝혔던 촛불들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시민의 피를 먹고 자란다.' 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지고 권력을 잡았다 하더라도 감시와 견제의 눈이 없다면 부패하기 마련이고 손에 쥔 권력을 시민들에게 내려놓기란 불가능에 가깝죠.(마치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 반지처럼) 그래서 앞장 서서 먼저 발을 내딛었던 열사의 뒤를 무명의 수많은 시민들은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회복하고 지키기 위해 때로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피 흘려 싸우고 함성을 질렀습니다.


1789년 프랑스 시민혁명 이후에도 다시 왕정으로 복귀했고, 다시 공화국이 되기가지 혁명 이후 60년이 걸렸습니다.


우리 위대한 국민과 대한민국은 서구의 긴 민주화 과정을 초압축하여 겪으며 여러 진통과 시행착오, 퇴행도 했지만 시민의 역사는 조금씩 발전해왔습니다.


독재 타도와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겠다는 열망을 이루기 위해 선배들이 목이 터져라 외치던 목소리와 흘린 선혈에 무임승차하실 건가요? 이제 힘들게 쟁취한 그 주인된 권리를 행사할 순간, 누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삶을 풍요롭게 해줄 사람인지 투표로써 꼭 주인의 권리를 행사하시길. ^^


『 가만히 있어야 빨리 끝나. 』

- 민국(손현주 아들 역) in <보통사람>


『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 』

- 연희(김태리 분) in <1987>


<1987>은 온갖 악행을 저지르며 인권을 유린했던 절대 권력을 절대로 놓지 않으려는 거대악에 두려움 없이 맞서 부딪쳤던 우리네 주변의 평범한 시민과 학생들, 그들이 손에 손을 맞잡고 서로의 따뜻한 온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보듬어 안고 격려하고 응원하며 뜨겁게 투쟁하고 맞서 싸웠던 평범하지만 특별한 영웅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보통사람>은 1980년대 보통사람이 모순의 시대를 겪고 버텨오며, 이웃의 아픔에 눈 감고 바람 부는 대로 물결 치는 대로 적당히 살으라 유혹하는 시대적 상황, 한 인간의 양심에 칼을 대는 잔인한 사회상과 개인의 갈등을 그립니다.


서슬 퍼런 그 시절, 우리들의 선배들은 가만히 있었는가. 역사에 기록될 하루 하루, 우리의 책임은 무엇인가.


보통의 상식이 지배하는 사회, 보통의 사람들이, 보통의 평범한 삶을 누리길 바라며.


민주주의 만세!


<끝>


<1987, 보통사람 - 당신도 뜨겁습니까?> written by 최종병기, ⓒ 최종병기

병맛나는 삼류 쌈마이 글, 자유롭게 퍼가셔도 좋지만 출처는 표기해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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