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대표 』언더독의 반란

소외된 오합지졸들이 서로를 안아주는 방식

by 최종병기
흥행을 했더라도, 또는 비록 흥행하지 않았더라도
작품성을 인정 받은 영화라도, 또는 그냥 저냥 식상한 영화라도
과거 OTT 영화 담당자로서 지난 영화를 돌아보며 가볍게 읽을만한 글로 소통합니다.


밀라노 동계 올림픽 개막에 붙여,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1. 국가대표 (Take Off) 영화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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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땅에서 하늘을 날았던, 우리들의 쿨러닝


◎ 감독: 김용화

◎ 주연: 하정우(밥/차헌태), 성동일(방 코치), 김지석(칠구), 김동욱(흥철), 최재환(재복)

◎ 개봉일/관객수: 2009년 7월 30일 / 830만 명 (역대 스포츠 영화 1위)

◎ 스트리밍: 넷플릭스, 왓챠, 티빙

◎ 한 줄 평: 금메달보다 값진 건, 찢어진 점프복을 입고도 다시 일어서는 당신의 열정이다.


2. 왜 현실의 우리는 이 영화에 감동 받는가


"코치님, 이 쓰레기들 데리고 뭐 하실려고요?"
국가대표.jpg 참 해맑긴 하죠.

영화 초반, 스키협회 위원이 오합지졸 선수들을 보며 던진 이 대사는 어쩌면 오늘날 수많은 회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인한 현실을 압축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2026년 2월 6일 금요일.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영화 <국가대표>를 다시 꺼내 봅니다. 우리가 이 영화 속 '오합지졸'들의 비상에 그토록 열광하고 눈물 흘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그들이 불가능한 도전에 성공했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오히려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판타지'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현실의 '방 코치'들은 어디로 갔나


나이트클럽 웨이터, 빈곤한 소년 가장,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아들, 어떤 이는 온전한 정신 상태가 아니고.

영화 속 방 코치(성동일)는 사기꾼 소리를 들을지언정, 팀원들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목격한, 그리고 제가 그동안 마주했던 현실의 사무실 풍경들은 사뭇 다릅니다.


프로젝트 실패의 책임은 교묘하게 팀원에게 전가되고, 그 증거로 곧 '저성과자'라는 낙인이 찍혀 방치되거나 업무에 배제됩니다. 이리저리 조직의 방향성이 바뀌다가 1년에 조직을 네 번이나 옮겨 다니게 해놓고는 "적응력이 낮다"며 개인을 탓합니다.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팀원은 "조직의 가시 같은 존재"라며 조직 충성도가 낮다고 주요 업무를 맡기지 않습니다.


말로는 "OO(모 회사)처럼 도전하고 빠르게 실패하고 배우자"고 합니다. "고객 경험에 집착하며 치열하게 논쟁하자"고도 합니다. 하지만 정작 몇 번의 시도 끝에 실패가 찾아오면 실패는 '학습'이 아니고 '책임'이 됩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논쟁을 하는 팀원은 조용히 회의실 밖으로 밀려납니다.


'성장' 대신 '교체'를 택하는 사회

영화 속 선수들은 제대로 된 훈련장도, 장비도, 응원도 없는 '비인기 종목'의 사회의 비주류 언더독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의 찢어진 점프복을 꿰매주며 함께 성장했고, 마침내 하늘을 날았습니다.


승합차 훈련.jpg 이 훈련은 영화적 상상력이라고 합니다.


반면, 현실의 리더들은 '쉬운(것처럼 보이는) 길'을 택합니다.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다소 부족한 구성원들을 품고 성장시킬 생각보다는 마음에 안 드는 이에게 조용히 퇴사를 권고하고 그 빈자리를 인재 밀도를 높인다는 명목하에 이른바 잘나가는 회사 출신의 '경력직'으로 채웁니다. 사람에 대한 애정 없이, 오직 효율과 속도만을 좇는 그들에게 '함께 성장하는 국가대표'란 그저 영화 속 이야기일 뿐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아픈 곳을 찌른다.

맨땅에 헤딩하며 실패하고 깨지면서도, 결국 서로를 일으켜 세워 비상하는 영화 속 장면들. 우리가 그 모습에 목이 메는 건, "나에게도 저렇게 믿어주는 리더가 있었다면", "우리 회사도 실패를 저렇게 안아주었다면" 하는 서글픈 부러움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방 코치의 능력은 성과를 만드는 게 아니라, 성과가 나오기까지 사람을 지키는 일이었습니다.


스키점프 훈련을 한답시고 경험도, 기술도 없는 이들이 맨몸으로 승합차 위에서 바람을 맞을 때, 그건 단순한 훈련이 아니라 "나도 살아있다! 나도 날 수 있다!"는 그들의 절규였음을 이제는 압니다. 사회적 약자로서 제대로 된 지원은 커녕 조롱과 멸시를 당하며 따뜻한 응원 한 번 받아본 적 없던 그들이 스스로를 국가대표라 부르며 비상했을 때의 그 전율. 그것은 금메달보다 더 빛나는, 상처 입은 영혼들의 치유일 것입니다.


국가대표 스키점프.jpg 저 푸른 창공 위로 그들의 꿈도 함께 날아오릅니다.




조직 구성원에 대한 애정 없이 그저 성과 지표만 바라보며 빠른 길을 찾는 리더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합니다. "역시 팀워크가 최고야"라며 감동을 받을까요, 아니면 "현실을 모르는 낭만적인 소리"라며 코웃음을 칠까요.


그동안 저와 함께 했던 과거 팀원들의 얼굴을 한 번 더 찬찬히 돌이켜봅니다. 적어도 그들에게 저는, 사람을 레고 블록으로 보고 필요한 역할에 부품처럼 갈아 끼우는 관리자가 아니라 함께 흙바닥을 구르며 비상을 꿈꾸는 '진짜 코치'이고 싶으니까요.


3. 이 영화, 볼까 말까? (관람 가이드)


� 어떤 영화인가요?


2월 6일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 개막합니다.
그동안 피땀 흘려 준비했을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기대하며.


1996년 전북 무주,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급조된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적인 상상력을 가미한 휴먼 드라마입니다. <신과함께> 김용화 감독 특유의 대중적인 유머와 신파(감동) 코드가 절묘하게 섞여 있어, 웃다가 울다가를 반복하게 만듭니다.


특히 후반부 스키점프 경기 장면의 연출은 지금 봐도 압도적입니다. 배우들의 표정과 실제 경기 영상을 교차 편집하여, (극장에서 봤다면 더더욱) 마치 내가 하늘을 나는 듯한 짜릿한 현장감을 선사합니다. 무엇보다 전주를 듣자마자 전율이 오는 OST <Butterfly>가 나오는 순간 가슴이 벅차게 반응하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 이런 분들에게 강력 추천 (O)


◎ 가슴 뜨거운 응원이 필요해

요즘 하는 일마다 잘 안 풀리고 자존감이 떨어진 분. 맨땅에 헤딩하는 그들의 성공기를 보며 "그래, 나도 할 수 있어!"라는 에너지를 얻고 싶은 분.


◎ 스포츠 영화 덕후

<쿨러닝>,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같은 언더독(약자)들의 반란을 좋아하는 분. 땀 냄새나는 우정과 팀워크에 로망이 있는 분.


◎ 하정우 & 성동일 케미

하정우의 진지한 연기와 성동일의 생활 밀착형 코믹 연기의 조화를 보고 싶은 분.


⛔ 이런 분들은 패스하세요 (X)


◎ 신파는 질색이야

"한국 영화는 꼭 끝에 가서 울리더라"라며 작위적인 감동 코드를 싫어하는 분들은 마음의 안전벨트를 메세요.
(가족 사연, 입양 문제 등이 꽤 비중 있게 다뤄집니다.)


◎ 고증이 중요해

사실관계를 엄격하게 따지는 다큐멘터리 선호형 관객. 영화적 허용을 너그럽게 넘기지 못하는 분.


국가대표 OST - Butterfly https://www.youtube.com/watch?v=g28M-yqIOx4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