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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발트 Aug 17. 2022

연필 드로잉과 그리기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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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은 내가 가질 필요가 없이 어디서든 나타난다.

누군가의 선물, 오래전에 사놓고 다 쓰지 못한 여분들.

오히려 종이는 사도 사도 모자란데 말이지.




종이에는 역시 연필이 어울린다.

굉장히 단순한 얘기지만 흑백의 날카로움이나 뭉툭함은 

종이에 얹혀 졌을 때 본연의 특성이 제일 잘 살아난다는 얘기다.

마치 살갗의 그슬림이 보이는 것처럼, 

그리고 눈앞에 대보면 더 잘 보이듯이.

표면의 빈틈이 자연스레 남아 음영의 깊이가 쌓인다.


그렇다면 그리기 시작에 앞서 제안을 해보겠다.





[있는 그대로를 그대로 그리시오.]



이 말 뜻을 해석해 보실 분?

뭐, 묘사를 하라는 뜻인가.

이것이 이걸로 보이는가.

이것이 저것으로 보이는가.

당신의 시선은 무엇에 집중하는가.

바라보는 것이 진실을 담고 있는가.

무언가가 무엇일까.

.......








멀고도 가까운 _ 15x17cm _ 장지에 연필 _ 2021







본론은 사실 이거다.


누군가는 그랬다.

그리기의 방식이 배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묘사의 흔적이 남아있다는 소리였다.



'잠깐, 뭐라고?'



한 번도 내 그림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이것이 내 것이라고,

혹은 나에게서 태어났다고 생각했기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여겨 버렸다.

하지만 정확히 한 달이 지나고 깨달았다.

그 말도 일리가 있다는 사실을..

나는 받아들였다.


지독히도 부정하고 부정하면서!

이 선의 느낌은 내 거야.

가늘기도 굵기도 내 손에서 나온 거라고,

그림의 굴곡은 나의 의지야.








눈부신 _ 21x29.7cm _ 장지에 연필 _ 2021






그렇다.


평범하고 당연하게도 '무언가'를 보았다.

그것을 그대로 옮긴다는 행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자연스레 그렸던 형태가 

어쩌면 정형화된 테두리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 내 것이 내 것이 아님을.... 

지적이 아니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


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이 점을 뛰어넘어야 본질을 꿰뚫을 수 있다.

아니 그보다 새로움을 만날 가능성이 높아진달까?


그래도 지적은 받아들이기 싫었다.

그동안의 시간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으니까!

그냥 좀 한 가지만 생각하면 안 되나,

좋으니까 그랬던 것뿐이라고.


아악!!!!!!!!!!!!!












누군가가 내 뒤통수에 말을 한다.

나의 즐거운 그림 그리기는

이제 더 이상 1차원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다시 제 갈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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