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겠습니다>

육아휴직 308일차

by 허공

어머님이 오늘 아침은 어머님이 주신 쑥떡과 귤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에그 아침에 밥이 아니고, 김서방도 수고해

쑥떡만 먹어도 든든해요


어머나 찰 챙겨먹어 식구들 보니까 좋네 고마워


2021년 12월 8일 아침, 어머님과 아침에 카톡 대화를 나눈 내용이다. 전날 저녁 아침으로 쑥떡을 먹으려고 냉동실에서 떡 2개를 꺼내놨었다. 밤에 떡을 보고 아이들이 자신들도 먹겠다며 떡을 달라고 하여 2개를 더 꺼내 놨다. 그리고 아침에 가족이 다 같이 떡과 우유, 그리고 귤을 먹는 모습을 찍어 어머님께 보내드렸다. 어머님은 아침에 가족들 사진을 보니 기분이 좋다고 장인 어른께도 사진을 보여주셨다고 했다.


그리고 어제 오후 4시 40분, 아이들과 하원 후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다. 둘째 행복이의 쌍둥이 남자 친구들 2명을 만났다. 아이들 4명과 잡기 놀이를 하며 계속 뛰어다녔다. 아이들과 나는 다들 힘들어 숨을 몰아쉬었다. 그 때 어머님께 전화가 왔다.


“응 김서방, 지금 반찬해서 집으로 가려는데 5시쯤 도착할 것 같아”

“아 네 어머님, 지금 그럼 집으로 들어 갈 게요”

우리들이 아침을 떡으로 먹는 것을 보시고 아내와 통화를 하셨나보다. 집에 반찬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셨겠지. 아이들과 집으로 와서 정리를 하고 있었다.


‘딩동’

어머님이 오셨다. 양 손 가득 음식을 가득 싸가지고 오셨다. 김치찌개, 제육볶음, 메추리알과 장조림, 멸치볶음, 감자조림, 딸기, 감을 싸오셨다. 하루 종일 음식을 하신 것 같았다. 얼굴이 힘들어 보이셨다.

“할머니, 놀자”

“할머니, 우리 집 달라진 것 보여줄게”

아이들은 외할머니를 오랜만에 봐서인지 계속 옆에서 달라붙어 말을 걸고 소리를 질렀다. 어머님께 음식 설명을 제대로 듣지도 못했다.

“그래, 그래 한 번 보자”

어머님은 아이들의 장단에 맞춰 잠시 동안 집 안을 돌아다니며 아이들과 이야기를 해주었다.

“얘들아, 할머니 이제 집에 가야해, 음식 가지고 얼른 오느라 집이 엉망이야, 할아버지 식사도 차려드려야 하고”

“피, 할머니는 매일 반찬 만 가져다주고 집에 가자나”

“뭐? 호호호”


어머님은 우리 집에 있던 빈 그릇들을 양 손 가득 손에 들고 집으로 가실 준비를 했다. 아이들은 할머니와 잠시 동안만 있었던 게 싫었다보다. 특히 둘째 행복이는 현관에서 할머니가 엘리베이터까지 타는 것을 보지 못한다며 울고 말았다.


약 20분 뒤, 어머님께 다시 전화가 왔다. 행복이가 우는 것이 맘에 걸려 전화를 바꿔달라고 하셨다. 전화를 스피커폰으로 바꾸자 아이들은 다시 할머니와 이야기했다. 아이들은 다음에는 꼭 할머니와 같이 놀자고 했다. 할머니가 이렇게 아이들 마음을 신경써주니 아이들도 할머니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하루 종일 음식 장만하느라 고생하신 어머님, 식탁 위에 올려 있는 음식들을 보니 어머님의 정성이 느껴졌다. 음식을 많이 만들어본 것은 아니지만 하나하나 만드는 데 얼마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지는 이제 대략 안다. 물론 어머님은 수십 년 간 음식을 만드셨으니 나보다 훨씬 빠르고 자하시겠지만 말이다.


저녁은 어머님이 주신 밑반찬으로 맛있게 먹었다. 음식 하나하나 어쩜 그리 맛깔이 나는지 모르겠다. 어머님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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