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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오줌 쌌더니 따뜻해>

육아휴직 350일차

by 허공


오줌싸개, 국어사전에는 오줌을 잘 가리지 못하는 아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우리는 태어나서 기저귀를 때기 전까지는 기저귀에 오줌을 싼다. 기저귀를 때면서 팬티를 입고 변기에 소변을 보기 시작한다. 그런데 팬티를 입고 한참이 지나도 오줌을 싸는 아이가 있다. 오줌싸개는 언제까지 나이를 오줌싸개라고 할까?


2021년 1월 20일 목요일, 아이들 하원 후 미술학원을 가는 날이었다. 원래 첫째 사랑이의 친구 3명과 함께 다녔는데 사정 상 2명이 빠지고 사랑이와 소예, 그리고 행복이 셋이서 다니고 있다.


미술학원이 끝난 뒤 아이들은 아직 녹지 않은 눈을 가지고 놀고 싶다며 놀이터로 달려갔다.

놀이터로 가는 길에 사랑이의 다른 친구 서민이와 서민이 동생, 서민이 엄마를 만났다. 잠시 아이들을 서민이 엄마에게 부탁 후 양 손에 있는 짐을 집에 두고 나왔다.


‘꺄아’

다른 인도는 눈이 거의 다 녹았지만 놀이터의 미끄럼틀 밑은 아직 눈이 남아 있었다. 아이들은 눈 오리, 눈 펭귄 집게 등을 들고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만들었다.


“아이고 어떻게 해, 하금이 오줌 쌌어요, 삼일 째 빨래”

소예의 남동생 하금이가 바지에 오줌을 싸고 해맑게 웃고 있었다. 바지에 오줌 자국이 묻었는데 뭐가 그리 좋은지 엄마 얼굴과 대비되었다.


우리 애들을 돌아보니 둘 다 그네를 타려고 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다가가 그네를 밀어주었다.

“아빠, 더 세게 밀어줘”

“아빠, 나도”

두 녀석을 번갈아 가면서 밀어주었다. 아이들은 눈이 쌓인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니 기분이 더 좋아보였다.

추위가 아직 가시지 않아 아이들의 볼도 코도 점점 빨개졌다.


“아빠, 나 쉬 했어”

“뭐?”

오줌을 잘 참지 못하는 행복이가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오줌을 싸고 말았다. 다행히 방수팬티를 입고 있어 오줌이 질질 세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어서 가자, 위에 잠바 잡고 가”

“사랑아, 어서 가자”

“왜, 더 놀 거야”

“행복이 쉬 했대”

사랑이는 더 놀고 싶어 했지만 동생이 오줌을 싼 모습을 보자 발걸음을 옮겼다

.

“먼저 가겠습니다, 행복이도 쉬 했어요”

“네에? 호호호 들어가세요”

다른 엄마들과 인사를 나누고 서둘러 집으로 걸어갔다. 행복이는 걸어가면서 말했다.


“아빠, 오줌을 싸니까 따뜻해”

“뭐? 방금 쌌으니까 그러지, 좀 있으면 추워져, 얼른 들어가자”

몸을 씻기고 옷을 빨 걱정을 하는 아빠와 달리 행복이는 천진난만하게 따뜻하다고 했다.

요놈아 언제까지 오줌싸개 할래? 6살이니까 이제 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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