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358일차
경제학에서 행복은 가진 것/욕망이다. 그래서 우리는 맹렬하게 분자인 '가진 것'을 키우려 하지만, 분자가 자라는 만큼 분모도 같이 자란다. 그 결과 상대적 욕망에 제동이 걸리지 않기 때문에 분자가 아무리 늘어도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
인류 역사에서 수많은 선각자가 '행복'의 본질을 말해왔지만, 우리가 불행한 이유는 결정적인 고리 하나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행복하고자 하는 목표, 즉 우리가 가상한 행복의 세계가 원래 손에 잡히지 않는 미래형 갈망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원하던 것을 손에 넣었을 때 느끼는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고 한다. 자동차, 집, 돈... 그 모든 것이 막상 손에 들어온 다음에는 뛸 듯했던 처음의 기쁨이 금세 사라지고 새로운 갈망이 시작되기 마련인데, 그것을 보통 권태라 부른다. 그러니 권태가 수반되지 않는 진짜 행복을 얻으려면 시간이 경과해도 처음의 기쁨이 퇴색하지 않는 대상을 획득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권태가 따르지 않는 필연적 행복의 대상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 대부분이 오늘도 열심히 추구하고 있는 돈이나 명예 등이 아니라 지식, 사상, 철학, 재능, 기능처럼 함께함으로써 더욱 빛나고 가치가 변하지 않으며 새로운 가치를 끊임없이 창조해내는 것들이다.
행복에 이르는 길은 물질이나 사랑과 같은 갈망을 통해서가 아니라, 실존적 존재로서의 나를 뒷받침해주는 것들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무언인가를 성취하려는 목표지향적인 삶을 살다보면 시시포스의 바위처럼 끊임없는 마약 투여를 필요로 하고,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욕망을 통제할 수 없다.
결국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는 셈이다.
<시골 의사 박경철의 자기 혁명 61~67>
요새 세상에서 목표는 중요하다. 하지만 목표를 정해 놓고 달려가는 와중에 정작 소중한 것을 잃기도 한다.
저자의 말대로 목표지향적 삶은 끊임없이 욕망을 생성케하며 삶의 추진력이 되지만, 종종 에너지가 고갈되는 느낌도 든다.
행복은 저 멀리 목표에 있지 않다. 위만 보고 달려가지만 그 행복은 잡을 수 없이 계속 도망간다. 행복은 지금 멈춰서 있는 내 주위에 있다.
내가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웃고, 맛있는 것을 먹고, 재미있게 사는 지금이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