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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공 Mar 27. 2022

그만좀 해

동생의 반란

2022년 3월 26일 저녁 식사 시간이었다. 저녁 메뉴로 옛날 통닭 2마리를 사와서 가족 모두 식탁에 둘러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메뉴는 치킨과 아내가 만든 순두부국이었다. 

"아빠, 다섯 숟가락 먹을지 네 숟가락 먹을지 세 숟가락 먹을지 선택해"

첫째 사랑이가 순두부국을 먹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골고루 먹어야 한다고 하자 흥정을 하기 시작했다.

"다섯 숟가락 먹어"

내 말은 밥과 같이 먹되 순두부국은  다섯 번 먹으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국만 다섯만 먹으라고 한지 알았나보다. 곧 밥도 다 먹으라고 하니 때를 쓰기 시작했다.

아내와 내가 번갈아가면서 잔소리를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그만좀해"

그 때 조용히 언니를 쳐다보던 둘째 행복이가 언니에게 소리쳤다. 순간 영화처럼 5초간 정적이 흘렀다.

"이러면 얘가 열받지"

갑자기 아내가 말을 하자 사랑이가 뒤집어지며 울기 시작했다. 동생이 자기에게 소리친게 억울하고 화가 났었나보다. 

한참동안 울다가 겨우 그친 사랑이, 결국 밥과 국을 거의 다 먹었다. 이제 7살이 되었는데도 아직까지 징징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동생이 그만하라고 소리를 칠 정도일까? 사랑아 이제 또박또박 말하면 안되겠니?

자신의 감정을 똑바로 차근차근 말해야 한다고 하루에도 수차례 얘기하지만 바뀌지 않는다. 나와 바턴 터치를 한 아내가 아침마다 아이들이 말을 안들어서 힘들다고 한다. 내가 육아휴직 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한살 씩 더 먹으면 조금씩 바껴야 하는데 나아지기는 커녕 더 나빠지는 부분이 보인다는 것이다.

훈육은 덕으로 아이를 대하는 것인데 화로 대하게 되는 내 모습을 몇 번이나 보게 된다. 어쩌리오 그래도 내 새끼요, 귀여운 자식이거늘, 사랑으로 대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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