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공 Apr 03. 2022

<아빠 엄마는 왜 나만 혼내요>


“아빠, 엄마는 왜 나만 혼내요?”

“사랑이만 혼내는 게 아니야, 행복이도 잘못하면 혼내, 하지만 사랑이는 요새 말보다 동생에게 주먹이 먼저 나가고, 소리 지르고, 누워서 징징대, 그러니까 혼나는 거지 사랑이가 미워서 그러는게 아니야”

“으아앙”

“왜 안 안아줘”

첫째 사랑이가 품에 안겨온다. 아빠가 손을 잡고 훈육을 했지만 안아주지 않는다며 운다. 가만히 안아주자 울음이 잦아든다.     


어제는 아이들 모두 코감기에 걸려 거의 집에만 있었다. 오후가 되자 아이들이 밖에 나가서 놀고 싶다고 했다. 사랑이는 말을 꺼내자마자 아빠가 오케이라고 얘기도 하기 전 옷을 다 입고 나타났다.     


바로 나갈 것처럼 빨리 입었지만 동생 행복이도 옷을 입어야 했다. 양치를 하고 옷을 입고 피곤해서 낮잠을 자고 있는 엄마를 깨워서 머리를 묶어 달라고 했다. 행복이 때문에 늦어진다고 생각했었나보다. 사랑이는 아이들 방에서 옷을 입고 있는 행복이에게 달려와 무릎으로 몸을 눌렀다.     


“누가 동생 때리래, 이리 와”

“안 때렸어”

‘쿵 쿵 쿵’

바로 앞에서 목격을 했건만 때리지 않았다며, 오히려 방바닥을 구르면서 사랑이는 다가와 앉았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 자기는 잘한 것이 없다며 콧방귀를 내쉬면서 황소처럼 씩씩거렸다.

한참동안을 앉혀서 얘기를 했지만 전혀 반성하는 모습이 없었다. 30분, 거의 1시간이 지난 듯했다.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알아야 하지만 표정을 보면 계속 억울한 표정이다.      


결국 수긍하고 아빠 품에 안겨 한바탕 운 뒤에야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가자마자 놀이터에서 신나게 노는 아이들, 언제 울었냐는 듯 뛰고 웃고 난리다. 역시 아직 애는 애였다.   

  

놀이터에서 오랜만에 만난 어린이집 친구, 올해 다른 유치원으로 가게 되었고 몇 달만에 만났는지 둘은 서로 어색해했다. 길었던 머리를 잘라 기부를 했다며 단발머리를 보여주었다. 

“나는 라푼젤처럼 머리 길러서 기부할거야”

사랑이도 나중에 기부를 한다며 친구에게 말해주었다.     


놀이터를 옮겨 다니며 한참을 놀다가 마트와 빵집에서 김밥 재료와 빵, 사탕을 사들고 집으로 들어오는 길, 아이들은 먹을 것 하나에 그렇게 행복한 것 같았다. 나도 어렸을 적 그랬을라나.      

얘들아 싸우지 말고 건강하게만 잘 크자

작가의 이전글 그만좀 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