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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행복이 생일 떡 나누기>

육아휴직190일차

by 허공

‘딩동’

아침에 애들을 깨워 등원준비를 하는 데 현관벨 소리가 울렸다.

‘뭐지? 아 어머님이 떡 보내신다고 했지?’

오늘은 둘째 행복이의 생일날, 장모님은 매번 손녀들의 생일날이 되면 떡을 보내신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행복이의 생일에 떡을 보내주셨다. 이제 아이들도 커서 떡을 안 해도 된다고 말씀드렸지만 아직은 손녀들에게 떡을 해주고 싶어 하시나 보다.

떡도 여러 종류를 보내셨다. 알록달록 꿀떡, 경단, 수수경단이 한 상자 가득 들어있었다. 떡은 빨리 먹어야 한다. 특히 요새 같은 여름날에는 조금만 상온에 오래 있어도 금방 상하게 된다.

그렇다고 한 상자 가득 떡을 우리 가족이 다 먹을 수도 없다. 주변 가족들에게 나눠야 했다. 떡을 보낸 장모님은 떡을 받지 않겠다고 미리 말씀하셨다.

내 부모님, 처남, 아내 직장, 어린이 집 네 군데로 나눠 보내기로 결정했다. 아내는 아침에 출근 준비로 바빠서 내가 떡을 나누기로 했다. 행복이 생일잔치는 이미 며칠 전에 했지만 아침밥을 간단히 라도 차려주고 싶었다. 미역국을 끓이고 계란말이를 해서 상을 차렸다. 이후 떡 나누기를 시작했다. 떡을 나눌 비닐을 미리 뜯어 놓은 뒤 비닐장갑을 끼고 알맞은 양을 나눠 담았다. 떡을 남겨서 냉동실에 넣어봐야 어디에 두었는지도 모른 체 수개월 꽁꽁 얼려 있었던 적이 많았다. 그래서 일부 먹을 것만 남기고 다 나누기로 했다. 어차피 행복이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떡이니 여러 사람이 맛있게 먹어주고 행복이 생각을 한번이라도 한다면 그게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엄마 어디에요?”

나이 불혹이 가까이 다가왔지만 아직도 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른다.

“응, 그저께 전주 갔다가 어제는 포항 갔다가 지금 집으로 가고 있어”

“아, 그럼 얼마나 걸려요?”

“지금부터 5시간은 걸리겠지?”

“아 알겠어요, 장모님이 윤설이 생일이라고 떡 보내주셔서요, 이따가 집에 갈께요”

“그래 알았다”

어머니가 집에 계시지 않아 떡은 오후에 가져다 드리기로 했다. 아내는 떡을 챙겨 출근하고, 이제 처남 네 집으로 출발하면 된다.

“얘들아, 시은이 언니네 집에 가서 떡 전해줄까?”

“네!”

“시은이네 언니네 갈라면 일찍 챙겨야 되는데?”

“네 알겠어요”

“그럼 얼른 밥 먹고 옷 입자”

사촌 언니네 집에 가자고 하니 아이들은 밥을 먹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물론 계속 닦달을 해서 겨우 먹였다.

유모차에 애들을 태운 뒤 어린이 집 가방은 유모차 밑에, 나눠줄 떡은 유모차 손잡이 밑 걸이에 걸어 출발했다. 전화를 했는데 처남댁이 받지 않았다. 처남에게 전화해 보니 아이들 등원준비 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하였다.

5분 거리에 있는 처남 네 집으로 가 전화를 하니 처남댁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 마침 등원을 시킬 시간이어서 반갑게 떡을 전달해주고 어린이 집으로 출발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늘 행복이 생일이라서 떡을 가져왔거든요, 나눠 드리라고요”

“아 행복이 생일이에요?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행복이 담임선생님에게 떡을 드리니 잘 먹겠다고 하신다. 오늘 h 어린이집 선생님들과 원생들이 떡을 맛있게 먹고, 행복이도 즐거운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역시 생일 떡은 나눠먹어야 제 맛이다. 혼자만 생일 축하하면 무슨 재미일까? 앞으로도 건강하게 생일파티하자 행복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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