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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공 Jul 31. 2023

부모는 대단하다

어제는 아이들과 꿈의숲 아트센터에 어린이 뮤지컬을 보러 갔다. 

헨젤과 그레텔, 백설공주를 각색한 헨젤과 새엄마, 거울을 깬 왕비 2가지 뮤지컬이었다.

일요일이라 아침에 길이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유로에서 내부순환로 가는 길부터 막히지 시작했다. 공연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1시간, 넉넉하다고 생각했던 시간이 이러다 늦을수 있다는 압박감으로 바뀐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렇다. 방학이었다. 우리 뿐 아니라 다른 많은 가족들도 여행이나 나들이를 가고 있었을 것이다. 늦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던 사이, 어느 덧 1분을 남기고 서울 강북구 꿈의숲 아트센터 서문에 도착했다. 주차가능한 차량 대수가 적다는 것을 미리 알아보고 왔다.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차들이 주차해놓은 것 마냥 가만히 있었다. 

"안 되겠다, 자기랑 애들 먼저 내려야겠다."

아내와 아이들을 먼저 걸어가라고 내려준 뒤, 기약 없는 서문을 뒤로 하고 동문으로 핸들을 돌렸다. 동문 들어가는 입구를 못찾아 한 번 더 근처를 돈 뒤, 겨우 주차를 했다. 산넘어 산이라고, 동문에서 서문 아트센터까지는 약 800미터의 거리였다. 그냥 거리가 아니라 산 고개를 넘어가는 거리였다. 

이미 뮤지컬 시간은 늦었지만 아이들 옆으로 가려고 뛰기 시작했다. 폭염경보가 있던 날, 다행히 산이 있어 햇볕을 조금이나마 막았지만, 임시방편이었다. 어느 새 등은 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공연이 시작하고 30분이 다 되어서야 도착했다. 이미 첫번째 동화는 끝나는 시간이었다. 생각외로 배우들이 노래와 연기를 너무 잘했다. 기존의 동화를 각색해서 그런지 뻔하지 않는 이야기와 노래에 아이들을 푹 빠졌다. 

공연을 관람 후, 공연장 앞에 있는 물놀이장에는 이미 아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 아이들도 들어가고 싶어했지만 옷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며칠 전 티비에서 분수가 나오는 물놀이장에 대장균이 득실댄다는 기사를 보고, 아이들을 놀게 할 생각은 없었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으로 아이들을 달랬다. 꿈의숲에는 아트센터 외 상상미술관센터도 있었다. 어릴 적 아이들이 좋아했던 '앤서니 브라운'작가의 전시 및 체험이 있었다. 안내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관람을 시켜주고 그림 체험도 하는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아이들은 1시간 30분 동안 부모와 떨어져 체험을 한다. 멋지게 앞치마와 헤드셋을 착용한 채로 앤서니 브라운의 세계로 간 아이들을 뒤로 하고 미술관센터를 나섰다.

배가 고파 다시 차를 몰고 동문에 있는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곳에서 햄버거와 콜라를 먹으니 살 것 같았다. 다시 주차를 하고 힘들어하는 아내는 쉬라고 하였다. 혼자 다시 미술관센터로 갔다. 아이들은 멋지게 그림을 그려 동화책을 만들었다. 잘 했다고 칭찬을 해주고 각자 받은 사탕을 입에 물리고 나왔다. 

바로 옆에 사슴 방목장이 있으니 보러 가자고 하자 아이들 눈이 번쩍 띄였다. 동물보는 것은 사족을 못썼다. 산 위쪽으로 올라간 뒤 조금 내려가니 저 멀리 사슴 방목장이 보였다. 한 마리 아니면 두 마리 정도 있을것이라 생각했다. 모두 10마리나 있었다. 숫사슴이 2마리 정도, 암사슴이 8마리 정도로 보였다. 한참을 사슴 구경을 하고 나왔다.

힘들었지만 보람있었던 꿈의숲, 다음에도 좋은 공연이 있으면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정말 더웠다. 이런 더위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부모들이 정말 대단하다, 우리도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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