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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공 Feb 14. 2024

오픈 유어 아이즈


그는 한 때 웃기고 춤도 잘 추는 개그맨이었다. 하지만 인생의 황금기에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난치병을 얻어 시각장애인이 되었다.



점점 시야가 좁아지다가 마침내 어둠 속에 온 몸이 잠기는 병, 원인 불명의 병명을 이야기하며 그는 병을 알게 된 후 가장 슬펐을 때는 "딸의 결혼식장에서 그토록 아름다운 딸의 얼굴을 볼 수 없게 될"거라는 걸 깨달았을 때라고 말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인간이 가장 납득하기 힘들고 견디기 어려운 감정이 '억울함'이라고 말할 때조차 그는 웃고 있었다. 



자신처럼 중증장애를 겪는 사람들의 힘겨움을 말할 때 역시 그는 담담했다. 그런 종류의 담담함이 얼마나 격렬한 슬픔과 절망 끝에 만들어졌을지 상상하는 건 나로선 거의 불가능했다. 



기자가 "어떻게 살고 싶으세요?"라고 물었을 때 그는 그저 "좋은 쪽을 향해 걷고 싶어요. 그리고 내 움직임이 보기 좋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대답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그는 몸으로 동선을 익혀 지금 연극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 연극의 제목이 결국 나를 울렸다.



"오픈 유어 아이즈"



보인다고 다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세상엔 눈을 부릅뜨고 온 마음을 기울이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처럼 깊은 어둠에 잠겨 눈이 보이지 않아도 결국 세상의 밝음을 볼 수만 있다면 그 삶은 아름답다 말할 수 밖에 없다.



나는 그의 이름을 오랫동안 기억해두기로 했다.




그의 이름은 이 동 우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불만이 있을 때,



아니, 더 많은 것을 가지지 못해 안달복걸일 때,



그저 두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보며, 



나의 사랑하는 가족을 바라보는 게 소원인 사람도 있습니다.



지금 가진 것에 무조건 만족하라가 답은 아닌 세상입니다.



하지만 내가 가진 것은 어쩌면 누군가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두 눈과 두 팔, 그리고 두 다리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멋진 글을 읽을 수 있는 두 눈이 있음에



감사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나는 지금 이 순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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