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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by
허공
Dec 27. 2024
이 이야기는 짧은 단편 소설임을 미리 밝힙니다.
<친친>
친친은 올해 20살, 중국 북경대 1학년에 재학 중인 여학생이다.
그녀는 '와일드 파이브'라는 한국 보이 그룹의 열렬할 팬이다.
당연히 친친은 팬카페에 가입해서 자신의 우상들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던 중,
한국의 서울시에 있는 잠실운동장에서 2024. 12. 20일에 '와일드 파이브'의 공연이 열린다는 팬카페의 글을 보게 되었다.
"그래, 한국에 가서 공연을 보자, 꼭 보고 싶어"
하지만 공연 입장권 예매가 문제였다.
한 발 늦었는지, 입장권 예매 시간이 되자마자 30분 만에 모든 좌석이 매진되었다.
친친은 좌절에 빠졌지만, 혹시 몰라서 인터넷에 티켓을 판매하는지 검색하였다.
"여깄다!"
바로 X(구 트위터)사이트에 티켓을 판매한다는 글이 있었고, 친친은 게시글을 보고 판매자에게 DM을 걸었다.
판매자는 직거래를 원하며 선입금을 하면 공연 당일인 12. 20. 오후 6시까지 잠실운동장 3게이트 앞에서 만나 티켓을 주기로 하였다.
친친은 뛸듯이 기뻤다. 적은 돈이 아니었지만 바로 판매자가 원하는대로 알리페이를 통해 돈을 입금하였다.
그리고 2024. 12. 19. 오후 12시, 친친은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에 도착했다.
공연장 근처에 숙소를 얻어 하룻밤을 지낸 뒤, 드디어 12. 20.날이 되었다.
친친은 오후 5시부터 공연장의 3게이트 앞에서 기다렸다.
혹시 판매자가 일찍 나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공연장에는 이미 세계 각국의 팬들 수천 명이 모여서 티켓을 가지고 입장을 시작했다.
그리고 오후 6시 20분이 되었다.
아직 판매자는 오지 않았다.
'조금 늦을 수도 있지 뭐, 기다리자'
오후 7시가 되었다.
판매자는 오지 않았다.
트위터 DM을 보내보았다.
읽지 않았다.
친친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순간 속았다는 생각,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 지, 공연을 볼 수 없는 것인지, 머리가 뒤죽박죽이 되었다.
"그래, 신고를 하자, 한국에도 경찰이 있으니 도움을 요청해보자"
친친은 112신고를 했고, 곧이어 한국 경찰이 경찰차를 타고 도착했다.
친친이 다행히 어느 정도 한국 말을 할 줄 알았지만, 지구대 경찰관들은 당장 해결해 줄 방법이 없었다.
<성훈>
성훈은 올해 40살, 서울지방경찰청 송파경찰서 수사과의 통합수사팀에 근무하고 있는 경찰관이다.
통합수사팀에서는 사이버 사기 사건 , 사기, 횡령, 배임 등 경제사건 등을 다루고 있다.
성훈은 12. 20. 당직 근무 중이었다.
다른 팀원의 조사가 늦어져, 저녁을 늦게 먹기로 했었다.
성훈이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사무실에는 왠 여자 1명이 테이블에 앉아 울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여자 민원인의 옆에 있던 팀원에게 성훈이 자초지종을 물었다.
"아이돌 공연을 보려고 한국에 왔는데, 온라인 티켓 사기를 당했나봐요"
"외국 사람이야?"
"네, 중국인이고, 트위터에서 대화를 했고, 알리페이를 이용해서 돈을 건네서.. 잡기가.."
"알리페이는 중국에 있는 '알리바바'라는 회사에 정보를 요청해야 되는데, 중국 회사에서 우리 나라 경찰에
협조를 잘 해줄지 모르겠네.. 그보다 저 여자 분은 언제 중국으로 돌아간대?"
"오늘 11시 비행기래요."
"오늘? 설사 사건 접수를 하더라도 수사를 위해서는 연락을 해야 하는데, 말도 잘 안 통하고.... 이거 난감하네"
성훈은 여자 민원인을 바라보았다.
이름이 친친이라고 했다.
친친은 울면서 알리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지만, 거기서도 딱히 해결해 줄 방법이 없어 보였다.
"진짜 나쁜 놈이네, 외국까지 온 사람에게까지 사기를 치다니"
"어쩌죠?"
"흠.... 아 오늘 사람들 많이 모여서 경찰서 인력들이 공연장에 있지 않아?"
"네 맞아요"
"그래? 그럼 거기 아는 사람 있으면 전화해봐"
"전화해서 모라고 해요?"
"이런 사정 설명하고, 잠깐이라도 공연 볼 수 있게 해주면 안될까? 너무 안됐자나, 외국까지 와 가지고
공연도 못 보고, 사기만 당하고"
"흠.. 알겠어요"
잠시 후, 팀원이 성훈에게 말했다.
"형님, 된대요, 30분 정도만 보여준다고 하네요?"
"그래, 오 다행이다"
성훈은 친친에게 짧은 영어로 공연을 볼 수 있는데 가겠냐고 물었다.
"정 말 요? 감. 사. 합. 니 다. 흑흑흑"
친친은 순간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눈물이 또 흘러나왔다.
"자, 그만 울고 일단 가요, 공연 시작했으니까"
공연장 우발 사태를 위해 배치되어 있던 책임자가 친친이 공연을 볼 때는 경찰관 1명이 같이 있어야 된다고 했다.
성훈이 함께 가기로 하고, 친친과 함께 공연장 안으로 안내를 받고 들어갔다.
그리고 친친은 공연장을 가득 채운 수만 명의 팬들의 함성과 불빛, 그리고 그녀의 우상인 '와일드 파이브'를 볼 수
있었다.
친친의 눈에서는 눈물이 또 흘러내렸다.
그리고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찍으며, '와일드 파이브'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성훈은 그런 친친을 보며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성훈을 안내해줬던 다른 경찰관과 서로 마주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친친은 약속한 30분이 아닌 1시간이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이제 비행기 탈 시간이 다 되서 가야되요"
"네"
친친이 예약한 비행기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다.
친친은 아쉬움을 뒤로하며 공연장을 나왔다.
"다음에 한국에 또 올 계획 있어요?"
"네, 내년에 교환 학생으로 오려고요"
"아, 그래요, 그럼 조심히 가요"
"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성훈은 생각했다.
비록 범인을 잡아서 돈을 돌려주지는 못했지만,
친친에게는 그것보다 공연을 볼 수 있었다는 게
어쩌면 훨씬 더 값진 게 아니었을까?
한국 경찰, 오늘 그래도 국위 선양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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