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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함께

by 허공


"아빠, 눈 왔어요"


2025년 1월에 드디어 첫 눈이 왔습니다.


퇴근을 하고 아침에 집에 가자 아이들이 눈이 왔다며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집에 들어가기 전 퇴근 길, 뽀드득 뽀드득, 신발 바닥과 눈의 마찰음이


"i'm here, i'm back"이라며 마치 눈의 귀환을 알리는 듯 했습니다.



일요일 아침이라 거리에는 사람이 없었고, 눈 옷을 입은 나무 사이에서 포즈를


취해 셀카 한 장을 찍어 보았습니다.



"아빠, 나갈래"


아침 밥을 먹기도 전, 아이들은 눈 놀이를 하고 싶다고 성화입니다.


아이들이 폭발하기 전, 장갑, 스키바지, 귀돌이, 그리고 우리 집에 4~5년 동안 함께 있던 눈썰매를 챙겨 나갑니다.



눈집게로 하트, 오리도 만들어보고, 열심히 눈을 굴려 눈사람도 만들어봅니다.


눈 사람 눈과 코에 구멍을 뚫어 그 구멍 안에 다시 눈과 코를 넣어줍니다.


이제 살짝 눈사람 같습니다.



예전에는 눈썰매에 2명을 태워도 씽씽 잘 나갔습니다.


이제는 아이들의 몸무게 합이 50kg이라 팔에 힘을 불끈 주어도 앞으로 나가기가 힘듭니다.



아파트 곳곳에 아이들과 부모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저마다 눈썰매와 눈집게를 가지고 신나게 눈과 뒹굴고, 부모들은 아이들의 모습을 휴대폰에 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눈은 예외를 두지 않습니다.


눈은 차별을 두지 않습니다.


마음에 들던, 들지 않던, 온 세상을 하얗게 물들여 버립니다.



마음이 편치 않다가도


흰 눈을 보면, 잠시라도 마음이 하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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