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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개와 말을 하게 된 남자
by
허공
Mar 30. 2025
<이 이야기는 현실과 허구가 섞여있는 소설입니다, 재미로 봐주세요>
개는 이제 사람의 삶에서 큰 자리를 차지한다.
애완견, 반려견으로서 사람 못지 않은 가족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인이 키우다가 버려지는 유기견 또한 많아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 개들이 몰려 다니며 사람들을 위협하기도 하고, 실제 사람을 공격하는 일도 있다.
이 이야기는 개와 말을 하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다.
"앗, 저 개 좀 봐"
"왜? 개가 애들한테 가고 있어?"
"정말? 작은 애완견도 아니고 저렇게 큰 개가 애들한테 가면 무서워할텐데?"
우리 집 바로 앞에는 초등학교가 있다.
아침에 아이들이 등교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흰 개가 등교하는 아이들을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따라만 다니는 것도 문제인데, 심지어 아이들의 얼굴로 점프해서 얼굴을 핥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으, 저 큰 개가 저렇게 따라가면 애들이 엄청 무서워할텐데"
"그러게, 근데 개가 애들을 좋아하나봐, 학교 가는 애들한테 다 따라다니네"
실제로 우리가 보고 있는 개는 몸집이 작지 않았다.
목에 줄은 있었지만 주위에 주인은 없어 보였다.
제주도에 주인이 버리고 간 유기견이 많다고 들었는데 그 중 하나일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개 때문에 아이들끼리 등교를 시키지 못하고 아빠인 현수가 함께 등교를 시키게 되었다.
아내 또한 개를 무서워했기 때문이다.
어디서 갑자기 개가 나타나서 아이들에게 다가올지 모르니, 안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어떻하지, 출근도 해야 하는데 매일 데려다 줄 수도 없고...'
현수는 아이들을 데려다준 뒤에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그 날 밤 현수는 밤새 뒤척이다 잠이 들기 전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개와 말을 할 수 있다면, 개한테 조심스럽게 말을 해줄 수 있을텐데, 무서워하는 아이들이 있으니 꼬리만 흔들라고'
현수는 그렇게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현수는 아이들을 데려다주면서 문제의 그 개와 마주쳤다.
아이들은 개를 '하양이'라고 불렀다.
"하양아, 아이들한테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안돼"
"아빠, 개한테 말해도 못 알아듣자나!"
"아빠, 왜 그래?"
아이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 아빠를 쳐다보았다.
하양이는 그 순간 현수를 바라보며 짖었다.
"멍멍(아저씨, 저는 아이들이 좋아요)"
다른 사람에게는 '멍멍' 소리였지만 현수에게는 사람 목소리로 들리기 시작했다.
"뭐라고?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멍멍(저는 아이들을 괴롭히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어떻게 사람 말을 하는 거지?"
"멍멍(저를 키우주시던 어떤 가족이 있었어요, 그 집에 저를 귀여워해주던 아이가 있었어요, 그 가족이 다른 곳으로 떠나면서 저는 혼자 버려지게 됐어요, 하지만 저는 저를 사랑해주던 그 아이가 생각나요, 그래서 학교 가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반가운 거에요)"
현수는 순간 흠칫했다.
갑자기 개짖는 소리가 사람 목소리로 들리다니, 아빠를 쳐다보는 아이들에게 말하면 자신을 이상하게
쳐다볼게 확실했다.
그래도 현수는 하양이에게 말을 했다.
"그랬구나, 하양이는 아이들을 좋아하는구나, 하지만 하양아, 아이들은 너의 말을 알아들을수가 없어,
그리고 너의 그 행동이 아이들을 위협하는 듯이 느껴질 수도 있거든,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아이들을 봐서
반가워도 꼬리만 흔들어주면 안될까?"
"멍멍(알겠어요, 다음부터는 그럴게요, 그런데 아저씨는 내 말을 어떻게 알아듣는 거에요?)"
"응 그건 나도 모르겠어 왜 너의 말이 나한테만 들리는지"
"멍멍(아저씨가 나와 대화를 하고 싶어서 그런가봐요)"
"그런가? 하하하하, 하양아 그럼 다음에 또보자"
"멍멍(네 아저씨)"
하양이는 꼬리를 흔들며 현수와 아이들을 쳐다보고는 학교와 다른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아빠, 방금 하양이랑 말한 거야?"
"아, 아빠 혼자 말했는데 하양이가 알아들었나?"
"와 아빠, 엄청 멋있다. 애들한테 자랑해야지"
"다른 얘들이 믿겠니"
"나랑 내 동생이 봤자나"
현수는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다가오는 개들이 다 위험한 것은 아니라고,
개들을 버리고 간 사람이 나쁜 것이라고 말이다.
"멍멍, 멍멍멍 !!!!"
"그나저나, 큰일났네, 동네방네 개들이 목소리가 다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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