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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과 구두, 된장국과 김치찌개>
육아휴직 239일차
by
허공
Oct 1. 2021
발, 발에는 그 사람의 인생이 담겨져 있다는 말이 있다. 당신의 발에는 어떤 인생이 담겨 있나요?
2021년 9월 30일, 점심에 아내를 만나기로 했다. 아내가 생일 선물로 구두를 선물해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먼저 자전거를 타고 백화점에 도착했다. 지하에 있는 슈퍼로 가서 바디워시를 미리 샀다.
“어디야?”
“응, 여기 신발 매장 앞”
“응? 잘 안 들려”
“어, 저깄네”
귀에 무선 이어폰을 끼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서 목소리가 잘 안 들렸었나보다.
원래는 더 좋은 선물을 하려고 했었다. 결혼 생활 몇 년 동안 제대로 선물을 해주지 못해 이번에는 비싸고 좋은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아내는 다음에 더 좋은 걸로 해달라며 그냥 구두 한 켤레를 사달라고 했다.
“음, 이거 괜찮네, 고급스럽고”
여러 구두를 보다가 느낌이 있는 구두를 한 번 신어보았다. 아내의 신발사이즈는 235mm인데 맞는 사이즈가 없어 240mm를 신어보았다. 구두를 갈아 신기 위해 매장 내 쇼파에 앉아 있는 아내에게 구두를 신겨주었다.
“근데, 이거 아까도 그런데 이쪽 발가락이 좀 아프네”
“뾰족한 구두는 모양이 그래서 조금 아픈 것을 감안해야 해요, 편안한 구두를 원하면 남자 구두 같이 둥그런 모양의 구두를 신어야 해요”
옆에 있던 남자 직원이 얘기해 주었다.
“애 낳고 발볼이 좀 늘어났나봐, 늙었어”
“그런 말하지마”
옆에 나이든 할머니가 구두를 보고 있는데 스스로 늙었다는 말을 한다. 할머니가 만약 들었으면 혀를 끌끌 찼을 것이다.
“발등이 좀 뜨는데?”
“진짜네”
몇 번 다른 구두를 바꿔 신었다. 발 모양이 애를 낳고 좀 변한 것 같다는 말을 들으며 아내의 발을 물끄러미 계속 쳐다봤다. 그동안 아이들을 낳고 기르며 고생만 시킨 것 같았다.
“이걸로 주세요”
“네, 12일 정도 걸리고 나오면 연락드릴게요”
처음 봤던 구두로 정하고 결제를 했다. 나는 아직 밥을 먹지 않아 지하에 있는 식당가로 내려갔다. 아내도 점심을 허하게 먹어 스파게티와 떡볶이를 나눠 먹었다.
“갈게, 이따 봐”
“응”
지하 주차장에 내려가 차를 타고 가는 아내를 배웅하였다.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호수공원에서 꽃을 전시한 것을 보게 되었다.
‘가족들이랑 와서 보면 좋겠다’
뒤에 호수와 꽃들이 너무 예뻐 사진을 몇 장 찍어 아내에게 보내주었다.
집으로 가다가 식자재마트에 들려 계란과 닭고기를 사려고 하니 마트 주인아주머니가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김치찌개용 돼지고기를 서비스로 드린다며 주셨다. 계란을 사서 자주 와서 완전 단골이 되었나 보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집으로 왔다.
저녁 메뉴를 뭐를 할까 고민하다가 된장국과 김치찌개를 하기로 했다. 마침 냉장고에 두부가 있었다. 먼저 멸치국물로 국물을 끓인 뒤 된장을 풀고 애호박, 양파, 감자, 두부를 넣고 팔팔 끓였다.
다음은 김치찌개, 백종원식 김치찌개를 만들기로 했다. 몇 번 씻은 돼지고기를 먼저 팔팔 끓인 뒤 자른 김치를 넣고, 국 간장, 다진 마늘, 고춧가루, 두부, 양파, 감자를 넣고 팔팔 끓였다.
두 개의 요리를 만들어 드디어 저녁 식사 시간, 퇴근을 하고 피곤해 하던 아내는 김치찌개를 한 숟가락 떠서 먹었다.
“와, 맛있다. 이제 요리 장인이네”
“진짜? 나 김치찌개 식당 할까?”
“뭐? 호호”
아내는 밥을 맛있게 먹어주었지만 귀여운 아이들은 저녁 식사를 한 시간 넘게 먹었다.
사람은 살면서 계속 몸이 변하면서 늙어간다. 발도 마찬가지다. 여러 신발을 신고 걷고 뛰면서 세월이 지나고 발 모양이 변한다. 신발이 맞지 않으면 뭔가 서글픈 마음도 든다. 그래도 내 발이고 내 인생을 지탱해 주니 사랑해줘야지.
빨리 아내의 구두가 완성되었으면 좋겠다. 딱 맞는 구두로 탄생해서 오면 처음에 아내에게 신겨줘야겠다. 다음 생일 선물은 더 좋은 걸로 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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