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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순이 Apr 05. 2024

2024년 4월 5일

백수5일차. 오늘은 7시 30분이 조금 넘은 시간에 일어났다.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다. 어제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 을 보느라 자정이 훌쩍 넘어서 잤기 때문이다. 부부는 일단 둘 다 60대이고, 남자는 집에서 자신과 대화 한마디 나누려 하지 않는 여자가 밉다. 남자는 외롭다. 여자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 여자는 남자에게 오만상 정이 다 떨어져서는 더이상 말을 섞고 싶지가 않다. 둘은 한 집에 살지만 서로 각방을 쓰며 남처럼 산다. 그래도 여자는 매일같이 남자 먹으라고 밥은 해놓는다.


남자는 택시운전기사고, 여자는 식당종업원이다. 여자는 하루 12시간을 일한다. 생활비는 모두 여자 쪽에서 낸다. 남자는 여자가 생활비를 내는동안 자신의 월급을 꼬박꼬박 모아서 2억의 자산을 형성하여 그 돈으로 주택을 구입했다. 그 2억은 대략 8년에 걸쳐서 모았다고 한다. 이거 듣고 그래도 돈 함부로 안 쓰고 기본은 했네, 이 생각이 들었다. 여자 쪽에서는 그 집에 대해서 공동명의를 요구했지만 남자는 여자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명의로 집을 샀다.


여자는 남자가 집에 생활비를 단 한푼도 내지 않았다고 평생 자신이 번 돈으로 생활했다며 호소하지만, 남자는 그래도 매월 30만원의 공과금은 자신이 냈다며 생활비를 준거나 다름없다고 떵떵거린다. 본인 입에 들어가는 밥값과 기타 등등으로 더 썼을 금액은 생각하지 못 하는 모양이다. 남자는 한달 생활비가 얼마나 나오는지 전혀 계산을 못 한다. 남자의 돈으로 집을 샀다고 한들, 사실 여자가 계속 생활비를 벌어왔기 때문에 그 돈을 고스란히 모아서 집을 살 수 있었던 것이므로 여자의 주택 공동명의 요구는 너무 정당해보인다.


그런데 사연을 듣다보니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다. 알고보니 남자는 젊을 때 여자를 두들겨 팼다. 여자 쪽에서 너무 같이 살기 힘들어서 남자에게 별거를 요구하고 3개월간 따로 떨어져 살았지만, 남자 쪽에서 여자에게 암에 걸렸다고 거짓말을 하고 여자의 연민을 얻고는 다시 살림을 합쳤다. 둘 사이에는 딸도 있다. 딸은 현재 성인이 되어서 결혼을 하고 자신의 가정을 꾸렸다. 딸은 성인이 된 지금도 여전히 집에 생활비를 가져다주지 않고 자신의 엄마에게 폭력을 휘둘렀던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가득하다.


남자는 계속 이 말을 반복한다. '일 안 하고 집에서 놀면 내가 돈 벌어다준다는데도 그래도 일을 나가잖아요. 그리고 와이프가 나보다 더 많이 벌어요.' 내 눈에는 여자가 너무 아깝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서로 맞지 않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저 지경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 남자는 저런 생활력 강한 여자를 만났으면 안 됐다. 차라리 고분고분하지만 생활력 없고 돈을 안 버는 여자를 만났으면, 집에 돈을 갖다주고 생색을 내고 떵떵거리고 거기에서 만족감을 느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와이프가 몸이 아파서 하루 아침밥을 안 차려놨던 것을 가리켜 '이게 미쳤나' 라고 말하지를 않나, 자신의 와이프가 밖에서 다른 남자와 다툼을 벌이는걸 목격하고는 이유도 물어보지도 않고 다짜고짜 자신의 와이프를 두들겨패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봤을 때,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옛날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저런 남자랑 같이 살려면, 열심히 살려고 하는게 오히려 독이 되겠다.


아무튼 오은영리포트 결혼지옥... 요즘 재밌게 보고 있다. 그리고 어제 일본어랑 영어 공부 했는데 만족감과 함께 활력이 느껴졌다. 역시 공부가 좋긴 좋네. 분량을 정해놓고 조금씩 매일 해서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영어까지 하는건 욕심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되긴 되네. 어차피 중급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최소한 기초 영어는 해놔야할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서 우유에 씨리얼 말아먹고 빨래 안 개고 막 쌓아놨던거 대충 정리하고 간만에 청소기 돌리고 샤워하고 편의점에 잠깐 갔다 왔다. 20리터 종량제 봉투 10장이랑 농심컵라면 2+1 하나 사고, 뚜레쥬르에서 샌드위치 하나 하고, 카페에서 음료 테이크아웃 하나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왔다. 집에 와서 컵라면 하나 뚝딱 해먹고 잠시 일기 쓰는 중.


오늘 할일은 일본어, 영어, 그리고 오후에 남자친구랑 남자친구 친구랑 셋이서 만나기로 했다. 일본어랑 영어 끝나면 남는 시간동안 책을 읽던가 해야겠다. 집에 있는게 조금씩 적응되고 있다. 확실히 매일 출퇴근하면서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건 지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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