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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순이 Apr 04. 2024

2024년 4월 4일

백수 4일차. 새벽 6시 40분에 일어났다. 남자친구가 새벽 6시에 같이 아침운동을 가자고 했는데 더 누워있고 싶어서 운동은 그냥 저녁에 가자고 했다. 계속 누워서 시간 낭비를 하다가 겨우 일어나서 앉았다. 떡과 호박팥차로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면서 앉아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그냥 운동 가는게 나을 뻔 했나 라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한때 새벽 5시에 일어나서 헬스장에 가던 시절이 있었다. 오래 지속하지는 못 했지만 그래도 시도했다는 것이 의미있다. 습관이 중요한 것 같다. 아침에 눈 뜨면 더 누워있고 싶고 운동을 가기 싫은게 당연할텐데, 생각을 자꾸 하다보면 몸이 편한 쪽으로 행동하게 되니까, 생각을 줄이고 일단 움직이다보면 그 행동에 적응이 돼서 계속 운동을 가게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도 별 계획이 없다. 일단 일본어 학습지를 풀었다. 살짝 지루하다. 출퇴근을 하지 않으면 마냥 편할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도 않다. 앞서 얘기했듯이 살짝 지루하다. 그래도 확실히 집에서 노는게 출근하는 것보다는 훨씬 좋다. 다만 이런 상태가 지속되는건 곤란하다. 어제 하루종일 집에 있었더니 처지는 기분이다. 그 여파가 오늘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꼭 외출을 해야할 것 같다. 카페에 앉아서 브런치를 먹으면서 공부를 하든 책을 읽든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이왕 가는거 집과 조금 떨어진 새로운 곳에 가보고 싶다. 열심히 인터넷 검색을 해서 예쁘고 괜찮아보이는 브런치 카페를 발견했다. 집 앞에서 버스를 타면 바로 근처까지 간다. 씻고 차려입고 짐을 꾸려서 밖으로 나갔다.


집 앞 버스정류장에는 버스 도착시간을 알리는 전광판이 없다.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에 의하면 10시 40분에 버스가 온다고 한다. 믿고 기다렸다. 아무리 기다려도 안 오길래 다시 시간을 확인하니 이번에는 10시 58분에  버스가 온다고 한다. 이게 무슨 상황이냐. 찜찜한 기분을 느끼며 다시 또 무작정 기다리다가 다시 시간을 확인해보니 이번에는 11시 13분에 온다고 한다. 이게 무슨 황당한 경우지. 몇십분을 앉아있다가 포기하고 일어났다. 길에서 쓸데없이 시간을 버리는게 너무 싫다. 배가 너무 고파서 빨리 뭔가를 먹고 싶다. 썩 내키지는 않지만 동네 파스구찌에 가기로 했다. 아줌마 6명이 앉아서 뭐가 저렇게 즐거운지 깔깔거리며 시끄럽게 수다를 떨고 있다. 소음이 거슬리지만 일단 잠봉 파니니와 디카페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문이 밀리는 것도 아닌데 메뉴가 너무 안 나오길래 계산대 앞에 가서 서성거리니 사장님이 오븐을 이제 켜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미안해했다. 메뉴는 한참 후에야 나왔다. 책을 읽으려니 여자 6명의 쩌렁쩌렁한 수다소리 때문에 집중이 안 된다. 언젠가는 일어나겠지 싶어서 일단 기다려보기로 했다. 친구와 잠시 카톡을 주고 받았다. 잠시후 사람들이 모두 나갔다. 드디어 집중해서 독서를 할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갑자기 밖에서 무슨 공사를 하는지 드르륵 드르륵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아이고 이게 도대체 무슨 경우지. 공사소리는 사람 소리보다 더 심하다. 날을 잘못 잡았다. 장이나 좀 보고 집에 가야겠다 싶어서 일어났다. 사장님이 '밖에서 갑자기 공사를 하네요 미안해요' 라며 또 사과를 했다.


돈을 쓸 때마다 어쩐지 스트레스가 쌓인다. 매번 돈을 쓸 때마다 그 돈만큼의 만족도가 따르지 않는 것 같다. 일하지 않는만큼 소비를 최소화 하고 싶다. 사실 돈이 들지 않는 도서관에 가는 것도 생각해봤었는데, 아무래도 카페에 가면 먹을걸 파니까. 아니면 도서관에 도시락을 싸갖고 가면 될까. 근데 또 그 도시락을 싸기 위해서는 또 식재료를 사야만 한다. 그리고 시간과 노동이 들어간다. 마트에 가서 양배추와 버섯을 사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어제 잘라놓은 파인애플을 꺼내먹고 어학공부 하는 법에 대한 유튜브 방송을 들었다. 어학공부를 때는 언어만 집중해서 공부하라고 한다. 영어도 욕심이 나지만, 욕심 부리지 말고 일단 일본어에만 매진해야겠다. 역시 두 마리 토끼는 동시에 못 잡겠다.


인생에 이렇게 시간을 자유롭게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을텐데, 목표설정을 확실히 해놓고 계획을 짜고 규칙적으로 생활해서 후회를 남기지 말아야 겠다. 이 시기에 뭘 배워두면 좋을까를 많이 생각해봤는데 역시 어학공부만큼 실용적인 공부가 없는 것 같다. 프로그래밍 능력도 키우고 싶다. 4월 13일날 개강하는 수업을 신청해놓은 상태니 일단 기다려보기로 하자. 저녁 해먹기 전까지 독서방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겠다. 밖에 있다가 들어오니 집에 있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집에 정을 붙이고 밖에서 헛돈 쓸 일을 줄여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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