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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순이 Apr 03. 2024

2024년 4월 3일

백수 3일차. 새벽에 이상한 꿈과 함께 가위눌림이 찾아왔다. 겨우 일어나서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40분 쯤이었다. 한시간을 더 누워있다가 7시 되기 전에 일어났다. 아침식사로 우유에 씨리얼을 말아먹었다. 토마토도 먹었다. 배가 금방 꺼져서 또 뭔가 먹고 싶어져서 감자전을 만들어먹었다. 냉장고에 오래된 감자가 몇알 남아있길래 모두 소진했다. 채칼로 감자를 써는 과정에서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다쳤다. 감자전을 먹으면서 어제 하던 일본어 공부를 연달아서 했다. 넷플릭스로 볼 거리를 찾다가 서른, 아홉이라는 드라마가 있길래 틀어놓고 보는둥 마는둥 하면서 일본어 공부를 계속 했다. 예전에는 드라마를 좋아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진득하게 보기가 힘들다. 대충 보다가 껐다. 점심식사로는 버터쿠키와 고구마를 구워서 우유와 함께 먹었다.


어제는 북카페에서 장장 4시간을 보냈다. 내가 앉아있는 동안 손님이 단 한명도 오지 않았다. 내가 앉아있던 시간이 그러니까 2시부터 6시까지의 시간이 원래 손님이 없는 시간대일 수도 있겠다. 이유가 어찌됐든 역시 장사는 어렵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카페는 교통편이 불편한 곳에 위치해있다. 주차장도 없고 주변에 차 댈 곳도 마땅치 않다. 지하철이 연결되지도 않았고, 버스가 다니긴 하지만 환승을 해야한다. 집 앞에 있으면 자주 갈 것 같다. 집 근처에 비슷한 컨셉의 북카페가 생겼으면 좋겠다. 카페에 앉아서 음료를 시켜먹고 일본어 공부를 했다. 6시 이후에는 퇴근한 남자친구를 만나서 함께 롯데리아에 가서 돈까스버거를 시켜먹었다. 돈까스 크기가 지나칠 정도로 커서 결국 버거를 먹지 못하고 남겨야 했다. 성서 홈플러스에 가서 옷 구경을 조금 하고 귀가했다.


어제 쿠팡으로 주문한 양말과 팬티와 암워머가 앞에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고 얼른 나가서 들고 들어왔다. 구몬 일본어 학습지 4월분도 도착했다. 택배온 물건들 모두 뜯어서 정리했다. 암워머랑 양말은 그냥 신으면 되겠고, 팬티는 빨아입으려고 세탁기에 집어넣었다. 빨래가 잔뜩 쌓여있길래 새로 팬티와 함께 돌렸다. 양말과 팬티는 각각 10개씩 샀는데, 새로 김에 집에 있는 오래된 양말과 팬티를 대충 10개씩 골라서 버렸다. 집에 있어보니 일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집에서 많이 해먹는 같지도 않은데 어째서인지 설거지거리가 수시로 쌓인다. 설거지를 하고, 수저는 모두 모아서 열탕소독했다. 현관입구 욕실바닥이 많이 지저분하길래 세제를 뿌려서 솔로 박박 문질러서 닦았다. 바닥 청소를 하는 김에 세면대도 욕조도 모두 청소했다.


구몬학습은 4월부터 2A 단계가 올 줄 알았는데 여전히 3A 단계가 왔다. 진도표를 다시 읽어보니 3A 단계를 두달에 걸쳐서 진행하고 다음 2A단계도 또 두달에 걸쳐서 진행된다. 이런 식이라면 진도가 너무 느리고 금액대도 너무 비싸게 책정되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6개월을 공부해도 아직도 초보단계를 벗어나지를 못 한다. 결제를 이미 해놓은 상태라 어쩔 수 없다. 다음 단계를 또 결제할지 말지는 일단 6개월치 공부해보고 결정해야겠다. 어학공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왜' 라고 한다. 나는 일단 외국어 뭐라도 하나 잘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앞으로 여행이나 기타 등등 일본어가 필요할 것 같아서.


토요일날 인공지능과 관련된 강의를 신청해놨는데 인원이 차야 개강을 한다고 한다. 정상적으로 개강 했으면 좋겠다. 프로그래밍 능력을 키우고 싶다. 포토샵, 일러스트, 인디자인을 세트로 배워보고 싶은데 마음에 드는 시간이 잘 없다. 아이가 없는 전업주부는 하루종일 집에서 할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해봤다. 나는 앞으로 수개월동안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집에서 쉴 생각이다. 당분간 힐링한다 생각하고 아무 걱정없이 하고 싶은 공부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겠다. 그리고 일도 안 하고 집구석에서 도대체 뭘 하고 지내는지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매일 꼬박 일기를 좀 쓰도록 하겠다.


집안일 이것저것 하는동안 정작 나는 씻지도 않았는데 일단 좀 씻고 일본어 공부를 좀 할 생각이다. 비가 와서 밖에 나가기가 싫다. 사실 나가도 딱히 갈 데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다. 기껏해봐야 카페 정도. 나갔다 하면 돈이다. 저녁 장을 좀 보면 좋겠지만 저녁에도 어떻게든 집에 있는 재료를 이용해서 식사를 준비해봐야겠다. 유력한 메뉴는 계란간장밥과 김치볶음 정도. 남자친구가 퇴근하면 같이 헬스장에 운동을 하러 가도 좋겠다. 일단 이따 저녁 돼보고. 세탁기 다 돌아간 소리가 들린다. 빨래 꺼내서 널고 씻고 아까 보던 서른, 아홉이라는 드라마 다시 틀어놓고 보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일본어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겠다. 냉장고에 파인애플 반통 남은 것도 있는데 그것도 저녁에 먹을 수 있도록 마저 잘라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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