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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순이 Apr 02. 2024

2024년 4월 2일

백수 2일차. 오늘 일기를 쓰기 앞서 어제 하루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기로 한다. 어제는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서 집안일을 했다. 세탁기를 돌리고 건조기 필터 청소를 했다. 필터기 안에 회색솜뭉치가 잔뜩 있었다. 생김새가 마치 약국에 파는 네모난 탈지면 같다. 화장실 개수대를 열어서 그 속을 모두 씻어냈다. 머리카락과 온갖 오물이 뒤섞여 있는 모습이 굉장히 끔찍했다. 한동안 물 내려가는 속도가 시원찮았는데 청소를 하고 나니 물이 굉장히 잘 빠져서 청소한 보람을 느꼈다. 친구랑 통화도 30분 가량 했다.


영어공부를 시도하다가 포기했다. 어학을 두가지 동시에 습득하기에는 내가 기초학력과 공부를 해야할 이유와 기와 의지 따위가 너무 빈약하다. 하나만 하기에도 벅차니 깔끔하게 일본어 하나만 공부해야겠다. 저녁 6시쯤 되니 혼자 있는게 어쩐지 지루해졌다. 명품가방을 모아놓고 파는 사이트, 바란에 들어가서 명품가방을 구경했다. 가방을 구경하니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가방을 하나 사려고 벼루고 있다. 비싸고 유행 안 타고 좋은 것으로다가. 싸구려 가방은 1년은 커녕 몇개월도 쓰기 힘들다. 싸구려라고 해봐야 몇만원은 줘야하지 않나. 몇십만원짜리 명품가방을 하나 사서 10년을 쓴다고 생각하니 금액이 그리 터무니 없다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비싼만큼 더 아껴서 오래쓸 수 있을 것이고 쓰는동안 기분도 좋을 것 같다. 멀버리 미니 베이스워터가 1순위이고, 아니면 비비안 웨스트우드 가방+지갑 세트를 가지고 싶다. 어제 오늘 ETF분배금이 입금되고 있다. 입금되는 족족 재투자를 하고 있다.


어제부로 쉬긴하나 고용주와 아직 덜 끝난 이야기가 있어서 오늘 오후 12시에 직장에 잠시 다녀왔다. 한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고 점심을 먹고 헤어졌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타이밍 좋게 남자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현재 상황에 대해 자초지종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노동부에 문의를 해보고 도움을 얻자는 결론을 내리고 통화를 마쳤다. 버스를 타고 북카페에 와서 디카페인 콜드브루를 마시면서 카페에 비치된 책을 골라와서 약간 읽고 휴대용 키보드를 꺼내서 일기를 쓴다.


언제부터인가 책이 잘 안 읽힌다. 필사도 책을 읽는 좋은 방법 같긴한데 굳이 필사까지 할 정도의 책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무알코올 칵테일 중에서 '셜리 템플' 이라는 것을 추가 주문했다. 이 집은 오늘이 두번째인데 음료를 주문할 때마다 서비스로 과자를 잔뜩 준다. 커피가 3천원이고 칵테일이 4천원부터로, 음료값이 다른 카페에 비해서 비싸지도 않다. 심지어 자리까지 가져다준다. 카페에 비치된 책도 자유롭게 읽을 수 있고 자리도 좋고 음료값도 합리적이고 너무 좋은 카페다. 생긴지 얼마 안 된 카페고 아직 홍보가 덜 돼서 그런지 아니면 외진 곳에 위치해서 그런지 손님이 없다. 카페에 온 지 벌써 한시간이 지났는데 여태 손님이 나 하나뿐이다. 나만 알았으면 좋겠으면서도 또 그러면 장사 유지가 안 되니까 적당히 잘 됐으면 좋겠고 아무튼 그렇다. 이제 일본어 공부를 시작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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