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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순이 Aug 14. 2024

2024년 8월 14일 수요일

어릴 때 살던 집은 악몽의 단골소재다. 잊을만하면 그 집이 꿈에 나온다. 이사한 지도 벌써 십수 년은 흘렀는데 아직도 꿈에 나와서 나를 괴롭힌다. 과거에 예전 가족과 함께 살던 집이니까 그 가족들도 종종 등장한다. 나는 꿈에 가족이 나오는 게 싫다. 내 꿈에 나오는 가족들에게서 웬만해서는 좋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게 내가 가족들에게 느끼는 본심일지도 모르겠다.


그 집은 현관문이 나무로 된 오래된 주택이었다. 손으로 잡아서 돌리는 동그란 문고리를 한 그 문은 발로 차면 열릴 정도로 허술했다. 문고리가 헛돌아서 제대로 잠기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문고리를 고칠 생각을 안 하고 그러고 살았을까. 사실 문고리도 문고리지만 집이 오래되다 보니 나무가 마모되어 문이 제대로 안 닫히는 문제도 있었다. 심지어 비가 오고 습한 날에는 문이 전체적으로 뒤틀리기까지 했다. 문고리 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불안해서 못 살겠으니 보조로 안전장치라도 설치하자고 의견을 내니 모친이 그러자고 했다. 생활용품점에 가서 안전장치를 사 와서 나무문에 못을 박아서 설치했다. 기껏 해봐야 약해빠진 나무문에 못으로 박은게 다라서 악력을 가하면 쉽게 뜯길 것 같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 정도만 해도 상황이 훨씬 나아졌다. 그 뒤로 잠깐이나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이번 꿈에서는 가족들이 등장하지 않고 남편이 나왔다. 그 집에서 남편과 신혼살림을 차렸다. 남편과 내가 밖에서 어떤 일에 휘말려서 안전에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고 불안에 떨며 현관문에 안전장치를 여러 개 설치하기 시작했다. 문고리를 돌려보니 역시나 헛돌기 작한다. 어릴 때 겪었던 상황과 감정이 생생하게 살아났다. 그런 집에서 신혼살림을 차리다니 생각할수록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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