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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cle K Aug 12. 2019

90년생이 온다-임홍택

간단함, 병맛, 솔직함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건 광고와 다양한 서평들이었다. 나는 아직 읽기 전이었지만, 여러 선배들에게 추천했다.(꼭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술자리에서 여러 선배들과 이 책에 대해 이야기 했고, 그만큼 책에 대한 기대대는 점점 더 커졌다. 게다가 얼마 전 대통령이 청와대 전 직원에게 이 책을 선물해서 판매량도 역주행하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마침 도서관에 예약해뒀던 책이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한걸음에 달려가 받아왔다.


 모든 작품은(영상, 글, 사진을 통틀어) 그 존재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물론 정말 성의없는 것은 제외한다)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감안할 때 그것을 누군가가 평가하고 악담을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이 서평은 평가라기보다 내가 느낀 감정에 대한 것일 뿐 책 자체는 굉장히 훌륭하다는 것을 전제해 두고 싶다.


 이제 막 경제 생활을 시작하며 새로운 소비의 주체로 등장하고 있는 90년생들의 생각이나 행동양식이 정말 궁금했다. 80년생들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고, 함께 일을 해 왔지만 아마도 90년생들을 많이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궁금증은 더 커졌던 것 같다. 책에서는 90년생들의 경험을 통해 어떠한 세대인지에 대한 정의 후, 90년생들의 특징을 알려준다. 다음으로 90년생이 사고 방식을 바탕으로 회사에서 적응해 가는 방식에 대한 내용과 90년생의 소비 성향에 대한 정보를 준다.


9급 공무원을 원하는 세대가 된 90년대생

 70년대생들이 IMF 외환위기 시절 정리해고를 당하고 취업의 직격탄을 맞은 모습을 본 80년대생들이 선택한 길은 '자기계발'이었다. 80년생들의 자기 계발에는 안정적인 조직생활이 전제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발생한 구조조정은 사원을 포함한 전 직급이 대상이 된 것이다. 90년대생들은 이렇게 80년대생들이 수시로 진행되는 구조조정의 공포에 떠는 모습을 보았다. 상시 구조조정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고, 향후의 불확실성을 최대한 피할 수 있는, 즉 인생의 기회비용을 최소화하는 선택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연공서열과 정년이 보장되는 공기업 혹은 공무원에 올인하는 일이었다.


90년대생의 첫 번째 특징 : 간단하거나

 "신기술의 변화는 35세가 되기 전까지는 우리를 흥분시키는 데 반해 35세 이상에겐 당황하고 난처하게 만든다". 모바일로의 급격한 변화는 70년대생들에게는 일종의 재앙과 같았고, 80년대생들에게는 일종의 도전이었으며, 90년대생들에게는 새로운 삶으로 다가왔음에 틀림없다.


화이트 불편러와 프로 불편러의 등장

 세상에 무시해도 되는 불편함은 없다. 프로 불편러란 '불편함과 부당함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에 대한 자기 긍정적인 표현'이다. 사회 부조리에 적극적으로 바른 소리를 내는 불편러들의 증가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다만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를 강화한다거나 타인에게 자신의 선호를 강요하거나 부당하게 짬견하는 것은 '블랙 불편러'다.


90년대생이 직원이 되었을 때

 1997년 IMF 이후로 열심히 일해온 많은 이들이 거리로 내팽개쳐졌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상시적으로 구조조정이 일어난다. 그러니 90년대생들에게 근면, 성실을 강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90년대생들은 또한 '실해'보다 '계획'이 중시되고 '알맹이'보다 '형식'을 중시하는 조직의 모습에 환멸을 느낀다고 말한다. 복종이나 권위를 통한 강압적 통제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이유다. 


 결론적으로 기대가 너무 컸다. 책의 제목이나 보아왔던 내용을 봤을 때 재미있고, 위트 있는 문체를 생각했지만, 한 편의 논문을 읽는 무거운 기분이 들었다. 또한, 책에서 여러번 등장하는 다양한 90년생들의 인터뷰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김모 씨(1995년 생)' 이라는 형태로 나에게 신뢰를 주기에 부족했으며, 마지막으로 90년생을 이해할 수 있는 특별한 무엇을 기대했지만, 대부분 이미 알고 있던 내용들을 잘 정리한 것 역시 실망스러웠다. 특히 '3부 90년대생이 소비자가 되었을 때' 부분은 다양한 사례들을 90년생에게 억지로 껴맞춘 느낌이 들어서 굉장히 불편했다.

 하지만, 이 책의 단점은 곧 장점과 연결된다. 다양한 마케팅 사례들과 여러 책과 글에서 나온 내용들을 이 책 한권으로 볼 수 있으니 저자의 다양한 식견과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어느 세대나 연결고리가 있다. 나와 세대 차이가 있는 90년대생들에 관한 글이지만, 그들의 사고방식과 언어를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해 왔던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또한 내가 내 앞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언젠가 그들도 나를 이해해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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