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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cle K Aug 06. 2019

이번 생은 망하지 않았음-귀찮

귀찮의 퇴사 일기

페달을 밟지 않으면 자전거는 넘어져!

 요새 큰 아이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치며 늘 입에 달고 있는 말이다. 생각해 보니 나에게도 적용되는 말인 것 같다. '자발적 백수'로 지낸 지 10개월.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과 나 자신에게 휴식을 주고 싶은 마음에 육아휴직을 했다. 육아휴직 전에는 엄청난 경제적 고난이 따르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우리 네 가족 행복한 10개월을 보냈다고 자신할 수 있다. 경제적 고난 다음으로 걱정된 건 (일에 대한) 감각의 고난이다. 15년 가까이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계속해서 페달을 밟으며 넘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 고난은 아직 경험하기 전이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난 페달을 밟지 않아 넘어진 게 아니라, 주변 풍경을 바라보기 위해 페달을 밟지 않았기 때문이다.


퇴사

 요즘 대부분의 회사는 전자 결재를 하고 있으므로 예전처럼 사직서를 손으로 쓰는 일은 극히 드물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가슴속에 사직서를 담고 다니다'라는 말은 관용어처럼 우리 머릿속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다. 회사 사원 중 퇴사를 고민해 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퇴사와 연계되는 단어는 '경제적 자유'가 아닐까 싶다. 궁극적인 '경제적 자유'가 없다면 퇴사는 무의미한 것이다. 분명 다른 경제 활동을 해야 하고 또다시 퇴사를 고민하게 될 테니 말이다.


이번 생은 망하지 않았음

 이 책은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3년간 직장생활을 하던 저자가 퇴사를 결정하게 된 이유와 퇴사 이후의 삶에 대한 내용이다. 저자는 구체적인 계획 없이 29번째 생일에 팀장님에게 퇴사를 말한다. 특별한 계획은 없었지만, 저자에게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싶은 열정과 함께 능력도 있었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저자 역시 열심히 노력하며 본인의 글과 그림을 알리기 시작하며 회사를 다니는 만큼은 아니지만 수입도 생기기 시작한다. 결국 저자의 '퇴사'는 현재 진행형인 것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이유

저글링 재주 하나로 주인에게 칭찬받으며 살다가 정신 차려보니 자신에게 또 다른 재주가 있다는 걸 알게 됐는데 막상 저글링을 버릴 용기가 나지 않는 늙은 곰이 되어 있다면? 할 수 있는 게 저글링밖에 없는 곰이 되어 있다면? 나는 내가 그런 곰이 될까 봐 무섭다.


작은 가능성

 돈 쓰는 건 회사원일 때도 불안했다.

그래도 그 돈은 다음 달의 내가 채워줄 돈이었다.

백수는 지금 쓴 돈을 채워줄 다음 달의 내가 없다.

가진 돈이 줄어들 일만 있으니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기회

지난 삶을 돌이켜보면, 다 유혹이었던 거 같아.

정말 많이 노력했어. 어떤 거에 휘둘리지 않고, 유혹당하지 않으려고,

때론 그 유혹이 '기회'라는 탈을 쓰고 오기도 하거든. 좋은 감투로 오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그 유혹을 뿌리치고 버틸 수 있던 이유는,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거 하나만큼은 지켜내고 싶었기 때문이야.

그게 '가족'이었어.


 한때 유행했던 웰빙(Well-Being)이라는 말은 계속 진화해서, 휘게(hygge)라는 들어보지도 못한 덴마크 말로도,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이라는 영어의 줄임말로도,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와 소확행 이라는 생한 단어로도 표현된다. 모두가 이런 삶을 꿈꾸지만, 누구나 이런 삶을 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대한 옳고 그름은 본인이 결정할 사안이지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이다.

 나 역시 '퇴사'를 꿈꾸고 있지만, 그 이후의 삶에 대한 고민과 철저한 준비만이 '퇴사'를 더 가까이 만나게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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