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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cle K Aug 05. 2019

팔과 다리의 가격-장강명

이 사람-지성호

 '장강명'이라는 작가를 알게 된 건 2019년 초 읽은 '한국이 싫어서'라는 작품이었다. 한국이 싫어 호주로 떠난 주인공이 이민을 준비하고 경험하는 일들을 굉장히 디테일하고, 세밀한 감정 표현이 와 닿았다. 아마도 나와 SJ도 호주 이민을 준비했던 시절이 떠올라 더욱 감정이입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더욱 놀라운 건 주인공은 여자였고, 작가는 남자라는 것이었다. 젠더 감수성이 떨어져서 하는 말이 아니라, 여성의 감정을 남자가 이렇게 자세히 알고 표현할 수 있을까 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후 '5년 만에 신혼여행', '표백', '우리의 소원은 전쟁'을 읽었고, '팔과 다리의 가격'은 다섯 번째로 접하는 장강명 작가의 작품이다.


 장강명 작가의 작품 대부분은 굉장히 많이 준비하고 글을 쓴다는 느낌이 든다. 나처럼 그냥 느끼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쓰는 사람과는 전혀 다르다.(물론 그래서 그의 '작품'이고, 나의 '글'일뿐이다.) 글을 쓰기 전 모은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탄탄한 스토리 전개가 일품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에세이 '5년 만에 신혼여행'은 조금 밋밋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놀라운 건 자료 수집으로도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릴 듯한데, 많은 작품을 집필하는 것도 정말 대단하다.


 '팔과 다리의 가격'은 1990년대 중반 북한에서 실제 있었던 대기근(고난의 행군) 당시의 상황에 관한 글이다. 사람이 굶게 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과학적, 의학적 설명 후 실제 북한에서 벌어졌던 사건을 한 소년이 경험한 사건들로 진행되는데 그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작품의 내용이 픽션이 아닌 실제 벌어진 경험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굶을 때 생기는 일에 대하여


우선 매우 배가 고파진다. 기분이 우울하고 신경이 예민해져서 짜증이 자주 나는 한편 굉장히 눈치가 빨리지기도 한다. 먹을 수 있는 대상에 대한 모험심도 커진다. 2,3일을 내리 굶으면 소화기관이 활동을 멈추고, 더 이상 대변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서 윤리 감각이 무너진다. 절도는 쉽게 저지른다. 조금 더 굶으면 위생관념이나 수치심마저 사라진다. 굶으면 굶을수록 미래를 대비하는 태도와 능력을 잃어버린다. 그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몇몇 사람들이 타인에 대한 동정과 연민의 마음을 간직한다는 게 가장 불가사의한 일이다. 그러나 더 시간이 지나면 이기심도 이타심도 모두 증발한다. 고통마저 사라진다. 몸은 뼈와 가죽만 남은 상태이다. 기이하게도 몸이 부풀어 오른다. 부어오른 몸이 가라앉고, 다시 붓고, 또 가라앉고, 그렇게 세 번을 반복하면 회복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뒤에는 그 일조차 멈추게 된다. 죽는 것이다.


'미공급' 사태에 대하여


북한 정부는 급기야는 아예 주요 시설 직원들에게 순직을 강요했다. 성품이 순한 사람들, 충성심이 강한 사람들은 확성기에서 나오는 명령을 따랐다. 정부를 믿었던 사람들이 먼저 굶어 죽었다. 그들은 흙을 먹으며 죽어갔다.


비명을 지르는 밤


정신을 잃었던 것은 아주 잠깐이었다. 소년은 그들을 증오했다. 

"성호야...., 뭐가 먹고 싶니?"

"사탕이랑 사과....요."

소년은 몸부림을 치며 발악했다.

"죽여! 제발! 그냥 죽여!"

의사는 다급한 목소리로 소년에게 질문을 던졌다.

네 이름이 뭐냐.

너는 왜 살아야 하느냐.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이냐.


 주인공은 나와 나이가 비슷한 듯하다. 1994년 즈음이면 중학생이었던 나는 친구들과 농구를 하고, 학원을 다니며 아무 걱정 없이 살던 아이였다. 걱정이라면, 수학 점수를 어떻게 올릴 수 있을까? 고등학교는 어디로 갈까? 조던은 농구를 어쩜 저렇게 잘할까? 정도였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고, 사실 지금도 크게 와 닿지 않는다. 하지만, 이건 비단 북한에서 벌어진 과거의 사건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도 누가 굶어 죽던지, 어떤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던지 과연 다른 사람들이 관심이나 가질까? 그렇기에 의사가 주인공에게 물었던 마지막 질문은 바로 우리, 아니 지금의 나에게 던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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