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단골 카페처럼

서울 카페 기행 (1) 마포구

by 김정현




마포구, 동네 단골 카페처럼



[서울 카페 기행: 카페 큐레이션 시리즈]

(1) 동네 단골 카페처럼 l 마포구
(2) Coming Soon





세상은 넓고 카페는 많다. 그리고 모두가 카페를 간다. 빈말이 아니다. 각자 이유는 달라도 하여간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페로 향하는 시대다. 멋지고 화려한 모든 것이 모이는, 그래서 너무 자주 피로해지는 서울이라는 도시 역시 카페의 천국. 문제는 많아도 너무 많다는 거다. 카페 포화 상태에 다다른 오늘날, 현대인의 고질병 '선택 장애'는 커피 한 잔 마실 곳을 고를 때도 예외 없이 발현된다.




540389_1568081909078.jpg Ben Kolde/Unsplash



카페, 인스타그램, 힙스터



커피를 즐기지 않는데도 하루에만 서너 곳의 카페를 옮겨 다니는 경우를 여럿 봤다. 무려 ‘카페 투어’라나. 관광하고 여행하듯 찾아다닐 정도로 카페라는 공간에 열광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을 장식하는 멋지고 감각적인 공간들을 어디 나도 한 번 가봐야 하지 않겠나. ‘갔다-마셨다(먹었다)-찍었다’로 이루어지는 인증 코스는 우리 세대의 숭고한 제의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거기에 본래 의미와는 멀어져도 너무 멀어져 대체 어떤 사람을 뜻하는지 알 길 없는 힙스터들에 대한 동경이 맞물리니, 이제는 누구나 피드 속에 힙한 카페 하나쯤은 갖고 있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힙해지기란 참 쉽지 않다. 힙한 카페라고 불리는 곳들은 언제나 일정량의 불편함을 요구하니까. 공간이 삭막하거나, 좌석이 불편하거나, 나 빼고 다 패션피플이라 소외감이 느껴질 때도 있다. 물론 재밌고 신기하다. 영감과 자극이 되기도 한다. 이제 공간은 그 자체로 다채로운 경험의 장이자 새로운 콘텐츠로 소비된다. 하지만 때로는 그저 동네 단골 카페 가듯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곳들이 간절해지는 법. 힙스터 이미지를 잠시 내려놓고, 언제 가도 마음 편한 따스한 분위기의 카페를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이제는 다시금 마포구로 향해야 할 때다.




503726_1568081923569.jpg Tyler Nix/Unsplash



마포구에는 여전한 믿음을 주는 카페들이 있다



의아한 사람들도 있겠다. 마포구라면 서울에서 힙한 카페들을 가장 많이 보유한 지역 아니던가. 지겨워 죽겠는데 또 가라고? 이해한다. 최근에야 성수동이나 을지로가 ‘힙 타운’으로 부상했지만, 꽤 오래전 '홍대앞 문화'라는 일종의 대안문화가 번성하던 시절부터 지금의 합정동과 상수동, 심지어 연남동과 망원동까지 세력을 넓힌 마포구야말로 힙한 카페를 찾아 헤매는 이들이 가장 많이 분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마포구는 힙한 카페 하나만으로 사랑받아온 동네가 아니다. 힙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 누구보다 발 빠른 복제를 시도하는 변질된 ‘힙바라기’ 카페들 사이로, 묵묵히 자기만의 분위기를 지켜가는 한결같은 카페도 많다. 느리게 믿음을 쌓아온 그들이 감각적이고 세련된 공간들과 조화롭게 공존할 때 동네와 지역은 개성과 활력을 얻는다. 그러니까 마포구의 이미지를 오해하거나 의심했다면 그만 접어두자. 정겹고 따뜻해서 단골 삼고 싶을 만한 카페들이 여전히 마포구 곳곳에서 커피를 내리고 빵을 굽고 있다.




에디터가 추천하는 마포구의 편안하고 따뜻한 카페



465378_1568081929867.jpg 에디터 직접 촬영


커피발전소


10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토정로의 작은 카페. 오래돼 보이는 투박한 나무 가구와 공간을 가득 채우는 커피 향이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을 불어넣는다. 당인리발전소 골목의 한적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좋은 탓에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는 중. 그뿐만 아니라 다양한 창작자들이 작업 공간으로 애용하기도 한다.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영화 관련 서적과 포스터는 주인장의 취향을 드러내는데, 항상 책을 읽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괜히 덩달아 책 한 권을 꺼내 읽고 싶어진다. 촌스러운 소품마저 친근하게 느껴지는, 오래 다니고 싶은 단골집의 정석 같은 곳.



366407_1568081935667.jpg 김해서(@unanswered.letters)


- 주소: 합정동 359-33

- 영업시간: 11:30~22:00

- 메뉴 및 가격: 전 메뉴 5,000원.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내려주는 ‘브루잉 커피’를 추천한다.




166517_1568081941769.jpg 출처: 공식 인스타그램 (@l_airdutemps)


시간의 공기


커피발전소에서 걸어 나와 합정역과 상수역 사이 대로변을 지나다 보면, 벽돌로 이뤄진 독특한 아치형 입구가 눈길을 뺏는다. 불어로 쓰인 간판 아래, 묵직한 나무 문을 열고 들어서면 차분한 톤의 아담한 실내공간과 잔잔한 음악이 반겨주는 곳. 물론 시간의 공기는 이미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블로그에서 티라미수 맛집, 밀크티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맛집 도장 깨기’라는 목표보다 ‘여유롭고 나른한 커피 브레이크’를 바라고 갈 때 더 큰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특유의 정제된 아늑함을 형성하는 데는, 키친을 채운 우드 톤과 전체적인 베이스 컬러인 청록색이 감도는 짙은 회색 톤의 조화가 큰 몫을 담당한다. 언제 가도 좋지만 특히 늦은 밤이나 비 내리는 오후를 추천하며, 창밖을 바라보며 멍하니 음악을 듣는 시간을 한 번쯤은 꼭 가져볼 것.



226781_1568081947876.jpg 출처: 공식 인스타그램 (@l_airdutemps)


- 주소: 합정동 354-3

- 영업시간: 매일 13:00~23:00

- 메뉴 및 가격: 아메리카노(hot) 5,000원. 모든 메뉴가 훌륭하지만 가장 유명한 건 비엔나커피와 밀크티, 티라미수다.




258006_1568081953068.jpg 출처: 공식 인스타그램 (@__bakersbake)


베이커스 베이크


시간의 공기가 도쿄의 어느 작고 정갈한 카페를 연상시킨다면, 베이커스 베이크는 우리를 런던의 티룸으로 데려간다. 영국에서의 소박하고 행복했던 기억을 나누고자 하는 주인장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곳. 비교적 오래되지 않은 공간임에도, 위치한 골목과 동네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편안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곳곳을 채우는 파스텔톤의 가구와 소품은 볕이 드는 오후에 한층 더 따스해지며, 향긋한 홍차와 고소한 스콘 냄새가 분주한 마음을 잠시 가라앉힌다. 여유로운 티타임이 간절한 이들이나 영국에 대한 애정과 향수가 가득한 이들 모두 만족스럽게 쉬었다 갈 수 있는 곳.




214530_1568081959564.jpg 출처: 공식 인스타그램 (@__bakersbake)


- 주소: 염리동 9-88 1층

- 영업시간: 화, 수, 금, 토 12:00~19:00, 목 12:00~17:30 (일, 월 휴무)

- 메뉴 및 가격: 클래식 스콘 Meal 5,500원. 따뜻한 홍차와 곁들이는 스콘은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 The ICONtv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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